보이는 것과 보는 것 (7)
지난 호에서는 보기 쉽게 하는 것이라는 주제로 얻고자 하는 정보(신호)와 불필요 또는 무시하고자 하는 정보(잡음)에 관한 개념의 소개와 시각적, 비시각적,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 사례를 통해서 보기 쉽게 하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보기 좋게 하는 것보다 정보의 진실성이 더 중요한 것임을 강조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활용하기 쉽게 보여주는 것은 어떤 현상을 이용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나아가 이러한 시도가 어떤 잠재적인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몇 가지 사례와 가상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 유우식 | 웨이퍼마스터스(WaferMasters)의 사장 겸 CTO이다.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과 미국 브라운대학교를 거쳐 미국 내 다수의 반도체 재료 및 생산설비분야 기업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재료, 공정, 물성, 소재분석, 이미지 해석 및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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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 www.wafermasters.com
그림 1. 비빔밥과 샐러드의 재료와 완성품
1. 활용하기 쉽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물질, 부품, 장치, 기능, 이미지를 비롯한 여러가지 형태의 물체, 원리, 개념 등을 활용하여 현실세계에서 적용하려고 하는 경우 반드시 목적이 전제되어야 한다. 목적이 없는 활용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목적이 뚜렷하고 목표가 명확하다면 그 목적과 목표에 적합한 물질, 부품, 장치, 기능, 이미지 등을 활용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보여주는 것이 활용하기 쉽게 하는 것인지 우리와 친근한 일상 생활속에서 사례를 찾아보자.
<그림 1>에 비빔밥과 샐러드를 만드는 경우의 식자재의 준비 사례를 예로 들었다. 두 가지 음식 모두 다양한 식재료가 사용된다. 모든 식재료가 종류별로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어 필요한 만큼 덜어서 식단에 소개되어 있거나 기호에 맞는 비빔밥 또는 샐러드를 만들 수 있다. 비빔밥의 재료로 신선한 서양식 샐러드를 만들 수 없고 생야채, 과일, 피클로 조리된 재료를 사용하는 비빔밥을 만들 수 없음은 자명하다. 두가지 음식 모두 오이와 당근과 같은 공통된 재료가 들어가지만 썰어 놓은 모양도 다르고 조리상태도 다르기 때문에 억지로 모양을 비슷하게 만들어도 기대하는 맛을 낼 수는 없다. 용도에 맞게 준비해 놓았을 때 활용하기 쉽고 적은 노력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아무리 신선한 샐러드를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직접 밭에 가서 필요한 재료를 채취하여 적당한 크기로 자르거나 썰어서 사용해야 한다면 작업효율이 매우 낮아져(생산성이 떨어져) 현실적이지 못하다. 목적에 맞는 재료와 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활용하기 쉽게 준비할 수 있다. 신선도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다소 작업효율이 떨어지더라도 밭에서 직접 따다가 샐러드를 만드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재료의 신선도를 관리하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여러가지 재료들이 섞여 있는 경우라면 어떨까? 음식이 완성되더라도 기호에 맞지 않거나 의도와 다른 모양과 맛을 내게 될 것이다. 각각의 재료가 용도에 맞게 분리된 상태로 정리되어 있다면 필요한 재료를 필요한 만큼 골라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활용하기 쉽게 재료를 준비하고 활용하기 쉽게 정리 정돈된 상태로 재료를 배치해서 보여주어야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