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방식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는 3D 프린팅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산업계에서 3D 프린팅을 활용하는 수준이 매우 미미한 실정이며, 따라서 3D 프린팅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없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가치사슬과 경쟁력에 미치는 3D 프린팅의 영향이 향후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될 것인지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 이경숙 | 산업연구원 신산업연구실·연구위원으로 가전산업의 미래비전과 발전전략(2016) 및 전자의료기기산업의 성장대응형 생태계 조성과 과제(2014)를 집필했다.
E-mail | ekslee@kiet.re.kr
3D 프린팅은 재료를 쌓아 올려 제품을 제조하는 첨삭가공 기술로서, 1987년 미국 3D 시스템즈사가 세계 최초로 3D 프린터를 판매하면서 시작되었다. 3D 프린팅은 기존의 절삭가공 공정의 일부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면서 제조방식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3D 프린팅은 맞춤형 제품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소비자가 곧 제조자인 개인 메이커 출현을 촉진하면서 소비행태의 변화도 유도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서 3D 프린팅을 활용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항공과 자동차 산업의 일부 기업이 주로 시제품 제작비용 절감 차원에서 구체적인 3D 프린팅 활용 사례들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산업계에서 3D 프린팅을 활용하는 수준이 매우 미미한 실정이며, 따라서 3D 프린팅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보고서가 없다. 이에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가치사슬과 경쟁력에 미치는 3D 프린팅의 영향이 향후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될 것인지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현재 3D 프린팅과 관련된 기초 통계가 없고 3D 프린팅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소수로서 사례마저 거의 없어서 정량적 데이터가 없는 실정이다. 또한 산업별로 제조공정이나 가치사슬이 상이하고 활용 분야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서 정형화된 설문지에 의한 실태조사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마이클 포터의 가치사슬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분석틀을 설정하고 전문가 심층면담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했다.
가치사슬에서는 연구개발, 디자인, 소재 조달, 부품 조달, 생산방식, 생산기지, 재고 구조, 물류/유통 구조, AS 구조 등 9개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가치사슬 변화에 따른 경쟁력 변화는 생산성, 원가, 품질, 기술혁신, 브랜드, 가격, 마케팅, AS, 시장대응력의 9개 부문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분석대상 산업은 뿌리산업(3D 프린팅으로 공정 대체/보완되는 산업), 의료기기산업(맞춤형 제품 특성이 매우 강하고 비교적 고가제품 중심), 전자산업(맞춤형 제품 특성이 중간 정도이고 비교적 중고가 제품 중심), 생활용품산업(제품 가격은 낮으나 맞춤형 특성이 강한 산업)이다.
1. 3D 프린팅의 가치사슬과 산업적 의의
(1) 3D 프린팅의 가치사슬
3D 프린팅 산업의 범위는 공식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으나 3D 프린팅 장비, 3D 프린팅 소재, 3D 프린팅용 소프트웨어(3D 모델링 등), 3D 프린팅 후처리 공정 관련 기기 등이 포함된다. 3D 프린터는 소재기술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소재 유형에 따라 3D 프린터의 종류와 3D 프린팅 방식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3D 프린팅의 가치사슬은 제품 개발/아이디어 발굴 → 디자인 구현(모델링) → 제작/조립 → 후 처리 → 판매(물류/유통)로 이루어져 있다. 절삭 가공방식과 차별되는 지점이 디자인 구현과 제작/조립 부문이다. 절삭방식에서는 개인의 제품 아이디어가 디자인 구현으로 연계되는 과정이 어려웠으나, 3D 프린팅 방식에서는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통해 간편하게 디자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서 개인의 참여가 용이해진다. 절삭방식에서는 금형제작 비용이 크기 때문에 금형 비용의 회수를 위해서 손익 분기점을 넘어서는 일정 이상의 물량에 대한 시장 수요가 필요하다. 그러나 3D 프린팅 방식에서는 별도의 금형을 제작하지 않고도 제품을 만들 수 있으므로 소량 제작이 가능하다.
3D 프린팅 도입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즉, 소비자로부터 의뢰를 받아 제품을 프린팅해주는 전문 3D 프린팅 서비스 업체와 이 업체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업체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쉐이프웨이(Shapeway)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수요자가 쉐이프웨이의 온라인 3D 도면 제작 툴을 이용해 제품 아이디어(디자인)를 업로드하고 소재와 수량을 결정 → 쉐이프웨이는 전문 3D 프린팅 서비스 업체에 외주 의뢰 → 제품 생산 → 수요자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그림 1. 3D 프린팅 가치사슬(출처. 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