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지식 전문가 조형식의 지식마당
최근에 지식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책들을 모두 검색이 가능한 PDF 파일로 변환하였다. 오래되어 쓸모가 없거나 안 읽은 책 그리고 읽었지만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책들을 보면서 책에 대한 본질을 근본적으로 생각해 봤다. 전문가들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 많은 장서를 배경으로 찍는다. 읽은 책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전자책은 그 플랫폼이 없어지면 사라질 수 있다. 그래도 필요할 때가 있을 수도 있어서 가지고 있지만 비효율적이다.
또한 책으로만 얻은 지식은 위험하다. 학습으로 얻은 경험이 없는 가상지식은 위험하다. 더 위험한 것은 가상지식과 경험지식이 같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독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학교에서 학위를 얻는 것도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것이 충분하다고 착각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충분한 경험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한국은 급격한 산업화와 현대화를 하면서 서구 문명의 가상지식을 학교에서 학습하면서 습득하였다. 그러나 그 지식은 서구 문명 국가에서 수 세기 동안 경험으로 만들어진 경험지식이다. 그림이나 악기를 배우거나 외국어를 공부해 보면 책으로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상지식과 많은 연습을 통해서 얻어지는 경험지식의 차이는 엄청난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수학을 잘 아는 사람이 수학을 풀어주면 금세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만, 막상 혼자 풀려고 하면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수영을 배우기 위해서 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해도 수영코치의 실제 현장 학습이나 연습을 통한 경험지식이 없이는 물에 뜰 수 없다.
그림 1. 지인들과 루나 소사이어티 형태의 담론
젊은 시절 영어를 공부할 때 책으로 학습하는 효율을 1이라고 가정하면 오디오 테이프로 공부하는 것은 3배의 효율, 그리고 시청각 자료로 공부하면 10배 이상의 효율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원주민 영어교사와 일대일로 한다면 20배 이상의 효율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고로 좋은 방법은 영어권 국가에 가서 살면서 습득하는 것으로 백 배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험지식은 비싼 비용과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는다.
최근 지인들과 맥주공방에서 ‘루나 소사이어티’ 같은 사교적 담론(associate discourse)을 했다. 담론의 장점은 일방적인 강연보다는 민주적이고 상호작용적 학습(interactive learning)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다양한 경험과 생각으로 새로운 생각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다. 토론처럼 논쟁을 할 필요가 없고 경쟁을 할 필요도 없다.
다양한 경험지식으로 통합하는 것 중에 하나는 여러 사람들과 만나서 담론을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과거에 사회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루나 소사이어티에 모인 사람들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전기 조명으로 달밤에 만날 필요가 없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스마트폰으로 쉽게 소통할 수 있고, 교통수단으로 약속장소를 빠르게 찾아 갈 수 있다. 동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고 공유할 수 있다.
정보화 사회와 디지털 기술은 경험지식이 없는 가상지식만을 가진 반쪽짜리 전문가들을 양산했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보면 온 국민이 전문가처럼 보인다. 전에는 유명 미디어에서 전문가나 기자의 글을 쓰면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국민이 스마트해졌는지 아니면 경험 없는 지식에 대한 불신감인지 비난 일색의 댓글이 많다.
최근에 ‘이제 전문가가 필요 없는 시대’라고 한 어떤 대학교수의 칼럼을 본적이 있다.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더 많은 전문가들이 활약하고 있다. 한국에서 구시대의 경험지식보다 가상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은 점점 설 자리가 없다. 이제는 책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얻을 수 있는 가상지식은 누구나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2. CNG TV 스마트 공장 디지털 담론
CNG TV에서 디지털 담론(Digital Discourse)을 진행하면서 필자 역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운다. 그동안 경험이나 학습으로 얻을 지식들이 결합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긴다. 경험한 것도 오래 되면 기억할 수 없는데, 책으로 얻은 가상지식은 쉽게 사라진다. CNG TV 방송을 하다 보면,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이라고 하기보다는 출연자들에게 한 수 가르쳐주려고 하는 시청자들이 있다. 대부분은 책이나 인터넷으로 얻은 가상지식이다.
가상지식은 본질을 호도한다. 디지털 담론의 궁극적인 목적은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자동차의 본질은 엔진이 아니라 이동이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자동차의 엔진은 전기차에서 전기모터로 혁신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선풍기의 본질은 팬이 아니라 시원한 바람이다. 경험지식과 철학이 없는 전문가는 본질과 주요기술을 착각한다. 본질에 접근할 때 창조적인 이노베이션이 일어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술이라면, 문제의 본질을 정의하는 것은 이노베이션의 시작이다.
요즘은 독서보다 한편의 유튜브 동영상이 더 교육적인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과도한 정보와 인터넷 뉴스 덕분에 경험지식보다 단기적으로 생성된 가상지식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기상지식은 우리의 창조성과 혁신성을 죽일 수 있다.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도 몇 권의 책과 인터넷이나 미디어의 정보로 고정된 프레임 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있다. 보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이고 합리적인 경험지식을 만들기 위해서 직접적인 디지털 담론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는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을 넘어 디지털 혁신(digital innovation)이 최고의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비전을 가진 사람들의 디지털 담론으로 시작할 수 있다.
■ 조형식 항공 유체해석(CFD) 엔지니어로 출발하여 프로젝트 관리자 및 컨설턴트를 걸쳐서 디지털 지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지식연구소 대표와 인더스트리 4.0, MES 강의, 캐드앤그래픽스 CNG 지식교육 방송 사회자 및 컬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보잉, 삼성항공우주연구소, 한국항공(KAI), 지멘스에서 근무했다. 저서로는 ‘PLM 지식’, ‘서비스공학’, ‘스마트 엔지니어링’, ‘MES’, ‘인더스트리 4.0’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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