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이란 무엇인가?
유전자 복제, 인조 유전자 합성 성공 등 최근 일련의 생명공학의 쾌거는 과학자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런 기술들은 인간을 직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그 어떤 기술보다 중요하고 위험하다. 컴퓨터 기술 중 이런 유전자 조작과 비교할 만한 기술을 찾는다면 아마도 그것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일 것이다. 가상현실은 인간의 한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찾고자 하는 철학적 사조와 컴퓨터 기술의 멋진 앙상블이다. 1. 가상현실의 정의 가상현실은 어떤 단일화된 학문이 아니다. 최신의 기술들이 집약된 경험화 된 기술의 축적이라고 할 수 있다.가상현실의 정의는 학자마다 분분하지만 대체적으로 '컴퓨터로 창조된 인조의 공간(Cyberspace)에서 인간이현실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이버스페이스란 무엇인가? 이 말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소설 에서 처음 쓰인 말로 '컴퓨터 네트워크상에서 참가원들이 서로 말하고, 듣고, 접촉할 수 있는 세계'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미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사이버스페이스의 세계를 즐기고 있기 때문에 이 해석이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쉬운 예로 하이텔이나 천리안 같은 BBS들에서 우리는 사이버스페이스를 경험하고 있다. 누구나 다채팅(Chatting)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남자가 여자로도 되고 어린이로도, 심지어는 벌레로도 변할 수있다. 만약 외부에서 그와 같은 환경을 시뮬레이트해 준다면 틀림없이 그처럼 변할 수 있을 것이다.만약 어떤남자가 통신상에서 자아를 대표하는 자신의 ID를 '여자'로 하고 대화방이나 각종 게시판 등에서 여자처럼행세를 한다면 그 공간(사이버스페이스)에서 그는 영락없는 여자가 되는 것이다. 사실, 가상현실은 90년대 초에 들어 각광받기 시작한 기술이며, 일반 대중들에게는 소설이나 영화 등 매스컴을통해 알려진 것이 대부분이고, 95년 이후 급성장했다가 2000년을 앞두고 다시 이 분야의 기술이 새롭게떠오르고 있다. 가상현실의 역사는 1960년대 마이런 크루거(Myron Kreuger) 박사의 버추얼 인바이러먼트(Virtual Environment)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그후 인공지능,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초반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 브루스 스터링(Bruce Sterlling) 같은 이른바사이버펑크(Cyberpunk) 작가들의 문학에서 가상현실은 다시 대중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Cyber(전자의)와 Punk(반항족의)의 합성어인 사이버펑크는 '고도로 발달된 전자사회에서 나타나는, 사회의 소외인들'을 나타내는 말로 가상현실과 관련된 많은 용어들 중 대표적인 것이다.곧 사이버펑크는 자신들만의문화에만 탐닉하는 사람들로, 해커들이 대표적인 부류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의미가 갈수록 광범위해져 이제는'전자 기술이 매우 발달함으로써 파생되어 생기는 문화'를 지칭하게 되었다. 미래를 묘사한 영화들, 예를 들면 <토탈리콜>, <론머맨>, <데몰리션맨> 등에서 우리는 가상현실적인 요소들을 불 수 있다. 특히 <론머맨>의 경우는 가상현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것처럼 가상현실의 극치는 '뇌의 제어'이다. 가상현실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현란한 전자 때문이지만 핵심은 바로 뇌의 제어인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느끼는 감각의 70%는 뇌에서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감각기관에서 느끼는 것은 뇌에서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뇌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으면 어떤 특수한 감각을 인위로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뇌에 관한 연구는 엄격히 말해 공학 계통의 문제가 아니라 의학의 문제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인지하고 있다시피 인간에 관한 연구, 특히 뇌에 관한 연구는 어렵거니와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고 동시에 윤리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가상현실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뇌와 인간의 감각에 대한 연구와 함께 과학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현재의 가상현실 기술은 인간의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측정과 제어에 초점을 맞추는 수준이다. 요즘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멀티미디어의 기술은 가상현실의 극히 초보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가상현실은 인간적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만이 완벽하게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이기 때문이다.MMI(Man Machine Interface)의 연구가 중요하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급선무인 것도 그 때문이다. 완벽하게 현실감을 재현해 주는 가상현실은 정말 멋진 개념이다. 최진실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다. 그러나 가상현실을 통해 만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도 현실보다 더리얼하게...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2. 가상현실의 종류 (1) 몰입형 가상현실 몰입형(Immersive) 가상현실이란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특수한 장비(데이터글러브, HMD 등)를 사용한가상현실 시스템을 말한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몰입형 가상현실은 인간의 감각을 감지하는 센서들과 가상 환경을 시뮬레이트해 주는 기계들로 구성된다. 몰입형 시스템의 장점은 글자 그대로 가상 세계로의 몰입감이 크다는 점, 즉 외부 세계와 차단된 형태로 가상현실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HMD(Head-Mounted Display)는 가상현실의 컴퓨터 영상을 보여주는, 머리에 쓰는 식의 기구를 총칭하는 것이다. 주로 CRT와 LCD가 많이 쓰이지만 해상도와 안정성 등이 만족할 만한 것이 못되고, 이것을 제어하는 컴퓨팅 파워도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 청각의 경우는 다른 감각에 비해 연구가 진전된 분야로 현재 기술로도 3차원의 소리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촉각의 분야는 바디 수트(Body Suit)라는 특수한 의복을 통해 감각을 제어함으로써 가상현실감을 체험하는 방법을 쓰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 시각과 더불어 개발의 타겟이 되는 부분이다. 촉각과 미각은 아직까지 체계화되어 실용화된 기술이 없다. 복합적인 감각이기 때문에연구가 더욱 힘든 실정이다. 일반 유저들에게 몰입 형태의 가상현실 시스템은 높은 가격과 기술 수준의 미달로 현재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완벽한 가상현실은 사용자가 아무런 기계 장치가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듯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것은 HCI의 발달을 의미하며, 곧 인간과 기계가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컴퓨터 인터페이스의 발달은 인간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가령 과거에는왼쪽의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 'Turn Left'라고 키보드로 타이핑했지만, 그후 멀티미디어 환경에서는 마우스로왼쪽 드래그를 하였다. 그러나 가상현실의 세계에서는 왼쪽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기만하면 되는 것이다. (2) 데스크탑 가상현실 데스크탑(Desktop) 가상현실이란 PC상에서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는 PC용 가상현실 저작도구로 만든 3차원 입체 그래픽과 간단한 고글(Goggle, 안경 형식의 장치)로써 구현이 가능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몰입감이 적다. PC용 가상현실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업체로는 미국의 Domark Software, Virtus, VREAM, Sense 8, 영국의 Dimension International, Virtual Reality Laboratories 등이 있다. 이들이 판매하는 소프트웨어들은 3차원 그래픽 소프트웨어들로 각기 간단한 언어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 가상현실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이 분야의 발전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나오는 3차원 게임들은 이미지적인 요소를 강조한 가상현실의 초보적인 형태라 말할 수 있다. 3. 가상현실의 응용 분야 다른 기술도 마찬가지지만 가상현실 기술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것을 어떻게 다른 기술과 접목해 응용하느냐가 문제이다. 가상현실은 다른 과학 기술의 접목적인 성격도 있지만 응용 분야가 넓고 그만큼 파급 효과도 크다. (1) 데이터 시각화 가상현실의 응용 분야 중 가장 큰 시장은 데이터 시각화(Data Visualization)이다. 기업이나 학교, 일반인들이 다루는 대부분은 정보이고 이를 시각화해서 다루는 것은 정보를 훨씬 더 효과적이고 유용하게 처리할 수있으므로 큰 의미를 갖는다. (2) 시뮬레이션 다음으로 주요한 응용 분야는 시뮬레이션 분야이다. 예를 들면 군인들의 훈련을 가상현실을 이용한 모의 훈련의 형태로 실시한다면 경제면이나 학습면에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 미군은 가상현실을 이용한 모의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국방부에서도 프로젝트를 추진중에 있다. 또 NASA의 경우도 가상현실을 승무원 훈련에 사용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3) 교육 분야 교육 분야에서 가상현실은 학생들에게 훨씬 더 효과적인 교육과 함께 실제 실험을 하기에 어려운 부분들(분자 분석 실험 등)도 가상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국내의 경우 이런 형태의 응용 분야의 대표적인 것은 실내 자동차 운전 연습장이다. (4) 의료 분야 가상현실 기술의 발전에 의학계의 발달이 필수불가결한 반면 가상현실의 기술이 의료 분야의 연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의학 분야의 실험들, 특히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들은 위험하다. 그런 점에서 가상현실 기술을 응용한 연구는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Biomedical 분야와 접목해 메디슨 같은 의료업체나 병원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5) 오락 분야 대중들이 가장 가상현실과 친해질 수 있는 분야는 역시 오락 분야이다. 가상현실 영화관, 가상 오락장, 가상 스포츠, 가상 여행 등 아이디어에 따라 활용폭이 가장 넓은 분야이다. 가상현실 오락 게임장 같은 경우 국내에서도 몇 군데 개관되어 있다. 아직까지 고가인데다 게임의 질(디스플레이 수준, 구성 등)이 수준에 미치지는 못한다는 느낌이다. 요즘에 유행하는 서바이벌 게임도 가상현실 게임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유수의 많은 게임 업체들은 가상현실 디바이스들을 접목한 게임의 형태를 추진중에 있다. (6) CAD/CAM 분야 CAD/CAM은 컴퓨터 그래픽의 발달과 더불어 그 중요성과 유용성이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현재 CAD/CAM분야의 소프트웨어도 고도의 드로잉/렌더링 수준을 가지고 있지만 가상현실 기술이 도입된 CAD/CAM소프트웨어는 더욱 현실감 있고 세밀한 디자인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건축을 짓고 수정할 필요없이 가상의 건물에 들어가서 건축 구조설계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이다.이는 많은 경비 절감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CAD/CAM 분야의 가상현실 소프트웨어들은 기존의 CAD/CAM 소프트웨어와 호환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7) 원격 조정 및 위험한 환경에서의 작업 가상현실의 중요 응용 분야 중 하나는 Telepresence라는 것이다. Telepresence는 원격 조정, 즉 먼거리에 있는어떤 대상을 조정하는 것이다. 원격로보트에 캠코더와 마이크로 폰을 장치하고 이것을 똑같은 장비를 장치한 사용자에게 정보가 그대로 와 사용자는 이 정보에 의해 로봇을 제어하게 된다.모형 행글라이더를 리모콘으로 조정하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이는 특히 위험한 환경에서의 작업 또는 사람이 직접 할 수 없는 곳에서의 작업에서 유용하다. 예를 들면, 방사능 물질을 다루는 작업은 사람이 직접하기에는 위험한 작업이다. 미국의 NASA에서는 우주 탐사를 Teleoperation으로 하고 있다. 또 사람이 작업하기 힘든 하수구에서의 청소 같은 것도 마이크로로봇을 이용한 Teleoperation할 수 있으며, 거대한 강철이나 트럭을 다루는 작업들도 할 수 있다.4. 완전한 가상현실의 필요 충분 조건 지금까지 가상현실의 여러 가지 면을 살펴보았다. 다른 기술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가상현실은 아직 진행, 발전중이고 그런 만큼 부족한 점이 많다. 아직까지 개념조차 정확히 체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전 방향과 기술의 통합 문제에서도 혼선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 특성상 다른 분야와의 결합, 특히 의학 분야와의 상호 협력하의 발전이 가장 큰 과제로 생각된다.가상현실의 이상은 가상의 공간에서 완전한 현실감을 느끼는 것이다. 어찌 생각해 보면 인간적인 감각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상현실 기술 개발의 발전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파급 효과도 충분히 고려해야만 한다. 미래의 기술들은 과거의 소설가들이 묘사한 것처럼 부정적인 사회상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전자 사회가 주도해 갈 것이다. 미래의 사회는 사이버펑크 작가들이 그리는 것처럼 우울하고 암담하지 않은 희망적인 세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가상현실은 완벽한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과학기술과의 조화만이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작성일 : 200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