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라이어스 포커
고광빈의 이야기가 있는 서재
라이어스 포커■ 마이클 루이스 저, 정명수 역 / 가격 15,000원 / 위즈덤하우스, 031-936-4092, http://www.wisdomhouse.co.kr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지금 10년이면 천하를 변화시키고도 남을 만큼 변화의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이러한 시대에서 20년 가까이 변하지 않는 시장이 있다면 그것은 그 시장에서 요구되는 기대치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라이어스 포커>에서 이야기하는 금융시장이 바로 그 시장이다. 저자가 약 20년 전에 채권 전문 투자은행에 근무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금융시장의 피튀기는 듯한 치열한 트레이딩을 슬라이드식 장면 구성으로 전하고 있다. 20년 전의 금융시장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금융시장 역시 시장에서 요구되는 고객-투자자일 수도 있고 투기자일 수도-의 기대치는 '높은 수익'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한 장 한 장의 트레이딩 슬라이드마다 급박하고 일희일비하는 트레이너들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매번 트레이딩마다 올인해야 하는 절박함도 이해할 수 있다. 한때 화이트칼라의 대명사 중에 하나였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화려한 외적 모습 뒤에 감추어진 내면의 비애를 보니 금융시장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세계를 이해하고 그들의 애환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경영 사례를 통해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망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기업문화가 저변에 깔려있다는 것을 종종 느낄 수 있으나 이 책에서 나오는 투자은행의 기업주와 임원들도 회사가 매각되기 직전에 그들 이익만을 위해 기업도 버리고 직원들도 버리는 아전투구식 살아 남기 행태를 보면서 '참 사람'이 된다는 것 역시 쉽지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나치게 사실적 픽션 중심으로 400여 페이지가 넘게 끌고 가다 보니 단순한 현장르포식 사건 나열은 지루함에 빠지기 쉽고 머니게임의 긴박, 스릴도 반감되는 느낌에 아쉬움이 남는다.
'라이어스 포커' 게임의 룰이 금융시장의 룰과 비슷하고 제대로 돈을 따기 위해서는 게임의 룰을 알고 있어야 하며 거짓말도 기술이다라는 역자의 말과 같이 '라이어스 포커' 게임이 우리 인생에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No Risk, No Gain & No Change, No Gain
[인상깊은 구절]더 많은 돈을 벌수록,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강력한 반증에 난타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이 없어지면서 나는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 필요성을 잃어 버렸다. 우스운 것은 이런 믿음이 깨지기 전까지 내가 얼마나 심각하게 그 믿음에 영향을 받고 있었는지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p424
작성일 : 201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