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의 시점과 관점
시점 –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눈 (3)
지난 호에서는 우리가 암흑세계와 같은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를 어떠한 방식으로 얻고 어떻게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암중모색’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관찰의 시점과 관점’에 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사물을 바라볼 때 바라보는 위치, 방향, 각도에 따라서 사물 자체에 변함은 없지만 우리 눈에 비치는 사물의 모습은 달라진다. 시점(視點)과 시각(視角)의 차이에서 오는 현상이다. 같은 사물이나 현상을 보면서 보는 이의 입장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지는 일도 많다. 보는 이의 생각이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그 의미의 해석에 따라서 옳고 그름, 좋고 나쁨, 유리 또는 불리로 구별하면서 생기는 것이다. 보는 이의 관점(觀點)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자.
■ 연재순서
제1회 호기심
제2회 암중모색
제3회 관찰의 시점과 관점
제4회 정적 이미지와 동적 이미지
제5회 변화와 흐름의 관찰
제6회 개별 관찰
제7회 집단 관찰
제8회 확률과 통계
제9회 작용, 반작용, 상호작용
제10회 무엇을 볼 것인가?
제11회 무엇을 믿을 것인가?
제12회 가설, 모델, 이론의 설득력의 시대성
■ 유우식
웨이퍼마스터스의 사장 겸 CTO이다. 동국대학교 전자공학과, 일본교토대학 대학원과 미국 브라운대학교를 거쳐 미국 내 다수의 반도체 재료 및 생산 설비 분야 기업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재료, 공정, 물성, 소재 분석, 이미지 해석 및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객원연구원, 국민대학교 산림과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 문화유산회복재단 학술위원, 국제문화재전략센터 전문위원이다.
홈페이지 | www.wafermasters.com
그림 1. 광화문 앞 세종대왕 동상을 다양한 위치와 각도에서 촬영한 이미지 모음(촬영자의 시각과 의도가 담겨있다.)
광화문 앞 세종대왕 동상
광화문 앞 광장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에 뒤이어 조선시대 과학기술을 보여주는 밤하늘을 관측하는 혼천의, 강우량을 측정하는 측우기, 그림자를 통해서 시간을 알 수 있는 해시계인 앙부일구가 전시되어 있다. 그 뒤를 이어 높이 6.2m, 폭 5m 크기의 세종대왕 대형 동상이 지상으로부터 3m의 기단 위에 조성되어 있다.(그림 1) 그 뒤로 광화문, 경복궁, 북악산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같은 세종대왕 동상이지만 보는 이의 위치, 거리, 방향, 각도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비친다. 사진을 촬영하면서도 동상만을 촬영하기도 하고, 주변 경관까지 함께 촬영하기도 하며, 주변의 사람을 피해서 촬영하기도 한다.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의 의도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관람객의 동선과 상황에 맞춰 자신만의 추억을 담게 된다. 같은 동상을 보고 있는 듯하지만 모두 관심을 두는 대상이 같다는 보장은 없다. 동상은 불투명하므로 자신의 위치에서 보이는 겉모습만을 보게 된다. 만약 동상이 투명하다면 동상의 존재 자체를 인식할 수 없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 동상 뒤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의 시각에서 바라본 광화문 광장은 어떤 모습일까? 뒤편의 광화문, 경복궁, 북악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앞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의 뒷모습과 세종대로 양옆의 건물이 보일 것이다.(그림 2) 같은 위치에 있더라도 바라보는 방향과 각도, 즉 ‘시점’ 또는 ‘시각’에 따라서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그에 대한 의미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하기 마련이다.
그림 2. 광화문 앞 이순신 장군 동상의 앞모습과 (세종대왕 동상의 시선에서 바라본) 뒷모습
시점에 따른 대상의 외관 변화
풍경이나 인물을 화폭에 담으려면, 시각에 따라서 대상이 어떻게 변형되어 보이는지를 이해하고 작업을 시작해야 실물과 비슷한 느낌의 위화감 없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이것은 새로운 건물을 짓기 전인 설계 단계에서 건물이 완성된 후의 외관과 주변의 환경을 보여주기 위한 조감도를 그리는 데에도 필요하다. 미술과 건축 분야에서는 기초 단계에서부터 이런 훈련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림 3>에 한 변의 길이가 a인 정육면체를 모서리의 약간 오른쪽에서 보았을 때, 보는 이의 눈높이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두 개의 소실점(VP : vanishing point)을 사용하여 투영한 것을 정리하였다. 새가 보는 듯한 조감도부터 서서 보았을 때, 앉아서 보았을 때, 지면에서 보았을 때, 지하에서 바라보았을 때를 가정하여 그린 도면이다.
그림 3. 같은 사물을 바라보는 위치에 따른 외관 변화
같은 원리를 외형이 복잡한 세종대왕의 동상에 적용한다면, 시점에 따른 관찰 대상의 외관 변화를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외형의 돌출 부위나 굴곡에 따라서 가려져서 시야에서 사라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본 적도 없고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것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서 마치 실물을 보고 그린 것처럼 위화감 없이 그려낸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바라보는 사물과의 거리와 각도, 광선에 따라서 우리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 우리가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잘 이해해야만 감각적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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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