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M건축연구소 김호중 소장
BIM은 소통과 열린 건축으로 가는 길
ABIM건축연구소(www.abim.co.kr)는 국내 주요 BIM 프로젝트를 통해 실무 경험을 갖고 있는 BIM 전문가들이 모여 2009년 6월 결성한 젊은 기업이다. 7년간 BIM을 자연스럽게 국내 건설업계에 정착시키는데 노력해 온 김호중 소장은 ‘배워서 남 주자’는 마음으로 ALL BIM 건축학교 및 오픈 아키텍처 스쿨(이하 OAS)을 뜻 있는 사람들과 함께 운영하고, ALL BIM 커뮤니티, 페이스북 그룹 ‘나는 건축가다’등의 커뮤니티까지 개설하여 국내 건축인들의 소통에 앞장 서고 있다. 1년 전 낭만적인 곳을 꿈꾸며 성수동에서 혜화로 이사했다는 ABIM건축연구소의 김호중 소장을 만나 보았다.
■ 최헵시바 기자 heph@cadgraphics.co.kr
- BIM 업계가 주춤한 느낌이 든다. 실제 현황은 어떠한가.
2014년은 무척 힘들었다. 듣기로는 대부분의 건축사무소들이 힘들었다고 한다.
보통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 가트너의 하이프사이클을 많이 인용한다. 처음에는 신기술 도입 및 확산 등으로 기대치가 급등하다가 산업계 전반적으로 기대치가 실망으로 변하고 거품이 꺼진 후, 기술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서서히 이 기술이 자리잡게 된다는 것이다.
BIM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2014년은 BIM에 대한 거품이 꺼진 때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월 오후 세션의 준비위원장으로 참여한 빌드스마트포럼의 주제도 ‘Restart’로 잡았다. 이제 사람들이 BIM의 현실을 알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가 비로소 필요한 만큼 적재적소에 BIM을 적용하는 곳이 몇 군데 생긴 것이다.
현장에서도 BIM에 대한 니즈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건축물들은 비정형 부분이 조금씩 들어가 있는 건축물들이 많아, 현장에서는 기존의 방식과 BIM을 적절히 섞어 활용하는 예시가 늘고 있다. ABIM건축연구소도 자발적으로 BIM을 도입해 모든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발주처의 요구 없이도 BIM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 ABIM건축연구소에서 정부 과제도 수행 중이라고 들었는데.
2009년에 ABIM건축연구소를 차리고 BIM을 쓰기 시작한 것은 6년째다. 마침 BIM의 인기가 많을 때였다. 그러나 1년, 3년, 5년 살아남으려면 항상 1~2년 뒤에 할 것을 고려하고 대비해 두어야 한다.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는 정책 중에 ‘중·소규모 건축사무소를 위한 BIM 기반 미래설계환경 템플릿 개발’이라는 연구용역을 보게 되었고, 여러 번의 심사와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당선되었다. BIM 관련 뉴스 및 기술 동향 소식을 알리고, BIM 지침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조회하거나 검색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플랫폼이 잘 구축되면 BIM에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만을 효과적으로 통합하여 BIM 기반 미래설계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중소규모 건축사무소의 설립과 BIM 도입 및 정착을 지원하는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BIM 도입 의무화에 대비하여 정부 차원에서 중소건축사들을 위해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ABIM건축연구소도 이 과제수행을 위해 ‘ABIM건축연구소 부설 미래건축설계환경연구소’를 설립하여 더욱 효과적인 연구 개발을 수행 중이다.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작더라도 유용한 것을 만들고 싶다.
- 2015년 현재 BIM 트렌드는 어떠한가.
앞서 언급했듯,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BIM은 이제 필요한 것만 스마트하게 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큰 프로젝트의 경우 불가피하게 플러그인을 이용하여 매크로를 만들어야 할 때가 있지만, 중소건축설계사는 플러그인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추후에 BIM이 확장되어 메인 플랫폼으로 발전한다면 서드파티도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최근 여러 소프트웨어들이 서브스크립션으로 판매 제도를 바꾸고 있다. 기간제 결제도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설계사무소의 90%가 1년에 0.6개의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한다. 1년에 단 하나의 프로젝트도 진행하지 않는데 굳이 비싼 값에 1년치 소프트웨어를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불법 소프트웨어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이런 때에 사용 기간만큼 지불하는 서브스크립션 정책은 오히려 합리적일 수도 있다고 본다.
- 3D 스캐너와 BIM을 연계한 비즈니스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트림블 3D 스캐너를 이용한 3D 스캐닝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2013년경부터 대리점의 형태로 판매도 병행하고 있는데, ABIM건축연구소에서도 유용하게 쓰고 있다. 실제로 플랜트, 토목, 교량 등의 분야에서 3D 스캐너를 많이 활용하지만 건축설계사무소에서는 사용할 일이 적다. 3D 스캐너를 이용하면 설계사무소 및 시공사에서 잘못 설계했던 오류를 발견하여 비용 및 기간 단축 효과를 얻기도 한다. 설계 시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하여 설계도와는 다른 결과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3D 스캐너를 통해 검증하고 오류를 감소시킬 수 있다.
- 국내 BIM 교육 현실과, BIM과 관련한 교육에 대한 견해는.
5년 전 BIM과 관련된 행사가 진행되었을 때, 참여한 대학생은 단 3명뿐이었다. 당시 “잘 모르는 학생들이 BIM에 벌써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BIM 세계에서 학생들은 배제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학생이 BIM에 더 관심을 갖고 행사에도 많이 참석한다.
학교에서 먼저 BIM을 교육해야 하는데 아직 많은 학교들이 BIM 교육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본인도 여러 학교에서 BIM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ALL BIM 건축학교에 교수 분들도 배우기 위해 참석하는 등 BIM을 배운 교수들이 직접 학생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좋은 현상이다.
BIM 자격증도 요즘 생기고 있다. 이는 해외에서 진행하는 BIM 프로젝트에 파견 신청을 할 때 유용할 것 같다. 그러나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지 않고 무작정 BIM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본다.
- 취업난에 걱정하고 있는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조언하자면.
5년제 건축학과를 나온 졸업생의 76%가 건축과 무관한 일을 한다는 조사 결과를 봤다. 현재의 취업난과 관련되어 학교 내에서 건축학과의 분위기도 흔들리는 듯하다.
학생들에게서 진로 관련 문의를 많이 받는데, 그럴 때마다 본인은 너무도 뻔한 대답을 한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라는 것이다. 설계를 진정으로 좋아하는지 먼저 자문해야 한다. 모르겠다면 휴학한 후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는 것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을 원한다면 BIM을 배워라. 5학년이 끝나고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BIM을 배우는 것도 추천한다. BIM은 협업의 성격이 강하기에 건축의 모든 분야와 연계된다. 설계가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BIM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BIM만큼 학생들이 배우기 좋은 툴도 없는 것 같다. 그야말로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BIM은 곧 세상과 만나는 툴이다. 누구나 결과물을 볼 수 있고 이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길이자, 그 동안 불필요했던 것을 없앨 수 있는 툴이다.
- 최근 시작한 OAS에 대해 소개한다면.
‘열린 건축’이라는 말과 같이 건축가는 공부할 것이 많다. 기본적인 BIM부터 철학이나 역사이론·비평까지, 직업과 취미가 섞여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모든 것이 일이기도 하고 또 놀이이다. 현재 건축과 VR을 접목한 전시를 꾸며 보고 있기도 하다. 언제나 남들보다 한 발 앞서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 그러나 내가 듣고 싶은 강의는 적고, 시간과 장소도 한정되어 있어 ‘차라리 마이 플레이스에서 세미나를 열자’라는 생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게 되었다.
그렇게 2014년 건축역사·이론·비평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작은 공간에서 6차례 강의 모임 OAL(Open Architecture Lecture)을 개최하였는데, 상상 이상으로 성공과 관심을 끌었다. 이를 발전시켜 보자는 생각에 OAS(Open Architecture School)를 열게 되었다. 매주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강의를 진행하지만, 주로 건축가들에게 필요하고 나 또한 듣고 싶은 강의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수강생들로부터 받은 참가비는 다시 투자를 통해 더욱 많은 활동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꿈꾸고 있는 미래가 있다면.
2년 전 있었던 ‘로버트 카파 사진전’에서 한 사진을 보았다. 피카소를 비롯해 당시 문화를 주름 잡던 예술가들이 한 살롱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을 찍은 사진이었다. 본인이 막연하게 바라던 이상을 마치 그 사진이 현실화한 것 같았다. 그렇게 문화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옆에서 그들의 토크에 귀 기울이고 싶다.또, 내가 하는 것은 아무래도 건축이니까 건축이라는 작품으로 얘기하고 싶다. 작은 자리라도 건축으로 소통하는, 나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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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