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캠브리지 교수의 칼럼에 덧붙여
한석희의 린 디지털 경영 이야기
■ 한석희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및 린디자인아시아 대표로 활동 중이다. 캐드앤그래픽스 편집자문위원으로, 대학과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MBA 등을 거쳐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사는 린PLM, 디지털공장이다.E-Mail : SteveHan@leandesign.com
며칠간 중국을 다녀오는 길에 중앙일보를 집어 들었더니 장하준 캠브리지 교수의 칼럼이 눈에 들어온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 마치 내가 그 글을 쓴 것인 줄 알았다. 어쩜 그렇게 생각이 동일할까 그저 놀랄 뿐이었다.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자랑을 하던 조선산업을 심각하게 걱정하는 내용 하며, 한국 대부분의 제조업이 헤매는 정도를 넘어 고꾸라지는 것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장 교수의 글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동지애를 느끼고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그냥 한숨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며칠 동안 나는 중국의 두 번째 큰 가전 제조업체에서 그들의 제품 복잡성을 축소하고 그들에 대한 혁신을 돕기 위해 세미나를 진행해 주고 돌아 왔다. 늘 그렇지만 돌아올 때는 생각이 많아진다. 그들의 제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고, 검토하면서 나는 중국이 아직은 한국에 비해 여전히 차이가 있고 멀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과 땀과 열정은 이미 한국을 크게 앞질렀다는 것은 분명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 번에 50명~100명씩 워크샵을 리딩하면서 나는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100여명 중에는 부사장도 여럿 있고, 임원도 여러 명이나 되었다.
한편으로 나는 2007년 6월 대우조선이 바라보이는 옥포의 호텔에서 기고문을 쓰면서 옥포의 10년 후를 생각한 적이 있다. 술집과 모텔, 노래방 등 휘황찬란한 불빛이 흥건한 새벽 길거리의 모습은 2007년의 한국조선소의 호황을 반영하고도 남는 듯 하였다. 거제도는 울산과 함께 아주 특별한 도시였다. 늘 돈이 넘치고 평균 소득도 국내에서 최고 수준이었다. 작은 도시지만 거제는 늘 활발하였다.
그러나 그런 도시들에게 지금 어둠이 내리고 있다. 뭔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분명히 다시 따라 잡히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수도 없이 이야기 했지만 7~8년이 지나는 지금 불행하게도 그때의 우려와 걱정들은 현실로 옮겨가고 있다. 대략 비슷한 시기였었는데 현대, 대우, 삼성조선소 중의 하나이었던 어떤 조선소 사장은 ‘앞으로 10년간은 문제가 없다’고 활짝 웃는 얼굴로 신문의 한 면을 장식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얼마나 낙관적이었는지 중국 조선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했던 중국 조선이 이제 한국 조선을 완전히 따라잡았다.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있어 보이지만 이것도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이는 더 이상 꿈 속이 아니라, 현실이다. 세계 1위의 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지금 구조조정 중이다. 초우량기업이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이 되었다. 먼저 임원 30%를 정리했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근거도 없이 우리는 막연히 낙관론에 빠져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현실도피다. ‘어떻게 되겠지’ 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디지털조선소가 그랬다. 지식근로자의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디지털조선소는 결국 산으로 가고 말았다. 설계가 그린 도면을 생산자들이 3D로 볼 수도 없는 디지털조선소가 과연 디지털조선소 맞는가? 선무당들이 판을 잡았고, 엉뚱한 자들이 그 판을 몰고 산으로 올라갔다. 결과적으로 돈을 들였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이 유행병처럼 조선업계를 쓸고 지나갔다. 시대는 다시 변화하였고 영원할 것 같던 기업들도 경쟁자들 의 추격에 놀라기만 하고 있다.
꼭 조선분야 뿐만이 아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디지털 공장을 제안하고, 부르짖었지만 한국의 디지털공장은 한 마디로 아직 멀었다. 지금 어떤 이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스마트공장을 이야기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스마트공장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떠들어대고 있다. 그런 이들의 무지와 탐욕을 조금이나마 돕고 깨우치고자 밤을 새워 스마트디지털공장에 대한 원고를 써내려 가고 거의 탈고 단계에 있지만, 가끔 돌아보면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누가 이런 노고와 가치를 알아줄 것인가?
경험적으로 대체로 메가 트렌드는 돌이키기 어려워 보인다. 장 교수가 말하는 것처럼 더 첨단으로 더욱 고부가가치 쪽으로 한국의 제조업이 나가는 것이 맞지만 지금 우리가 보유한 제조기반을 포기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디지털로 강화되고 스마트로 다시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한국의 제조업을 중국으로 넘겨 버리지 않아도 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하는 일이 제조업 제품들의 복잡성 수준을 들여다 보는 것인데 들여다 보면 볼수록 아직도 복잡성의 수준이 높은 영역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이런 영역들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꼭 나노, 생명공학이 아니어도 이런 분야에서 남들보다 다른 수준의 혁신을 적용하여 성과를 낸다고 한다면 결코 경쟁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독일의 제조업이 인건비가 저렴해서 세계 최고 수준이 된 것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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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