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이미지와 동적 이미지
시점 –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눈 (4)
지난 호에서는 ‘관찰의 시점과 관점’이라는 주제로 사물을 바라볼 때 바라보는 위치, 방향, 각도에 따라서 우리 눈에 비치는 사물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시점(視點)과 시각(視角)의 차이로 설명해 보았다. 보이는 것 자체는 아무런 의미나 의도가 없지만 보는 이의 관점(觀點)의 차이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타날 뿐임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정적 이미지와 동적 이미지’의 차이를 살펴볼 예정이다. 정적 이미지와 동적 이미지에서 이미지 센서의 입장에서 바라본 ‘관찰의 시점과 관점’에 관한 몇 가지 사례를 들어가며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한다.
■ 연재순서
제1회 호기심
제2회 암중모색
제3회 관찰의 시점과 관점
제4회 정적 이미지와 동적 이미지
제5회 변화와 흐름의 관찰
제6회 개별 관찰
제7회 집단 관찰
제8회 확률과 통계
제9회 작용, 반작용, 상호작용
제10회 무엇을 볼 것인가?
제11회 무엇을 믿을 것인가?
제12회 가설, 모델, 이론의 설득력의 시대성
■ 유우식
웨이퍼마스터스의 사장 겸 CTO이다. 동국대학교 전자공학과, 일본교토대학 대학원과 미국 브라운대학교를 거쳐 미국 내 다수의 반도체 재료 및 생산 설비 분야 기업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재료, 공정, 물성, 소재 분석, 이미지 해석 및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객원연구원, 국민대학교 산림과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 문화유산회복재단 학술위원, 국제문화재전략센터 전문위원이다.
홈페이지 | www.wafermasters.com
정적 이미지와 동적 이미지
시간이 지나더라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정물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모양이 변화하는 것은 정물이 아니다. 촬영된 이미지는 모두 촬영된 순간의 촬영 조건에서 기록된 정적 이미지이다. 시간에 따라서 변화하는 어떤 사물의 이미지를 촬영하면 언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때 촬영했는지가 중요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물을 변화에 비해서 느린 속도로 촬영하게 되면 변화 전과 변화 후의 모습이 중첩되어 보인다. 사물이 변화하더라도 그 변화 속도가 촬영 시간 내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면 정물처럼 촬영될 것이다. 촬영 대상의 성질을 고려해서 촬영 조건을 선택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변화는 사물 자체의 변화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물과 촬영 기기의 상대적인 위치, 각도, 조명 조건, 촬영 조건의 변화를 포함한다.
그림 1. 고드름이 생기는 속도는 늦고 녹는 속도는 빠르게 느껴진다.
변화의 속도가 느린 것
지난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이 내렸고 강추위도 여러 번 찾아왔다. 눈 내린 지붕에서 햇볕으로 녹은 눈이 물방울이 되어 처마로 떨어지며 차가운 공기로 얼음이 되어 고드름이 형성된다. 고드름 또한 기온이 올라가면 조금씩 녹으면서 고드름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그림 1) 고드름의 형성과 소멸 과정은 비교적 천천히 진행된다. 물론 기온이 많이 올라가면 눈이 녹더라도 고드름은 형성되지 않는다. 이미 고드름이 만들어진 경우에도 기온이 올라가면 고드름이 녹는 속도도 빨라져, 고드름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숫자도 속도도 늘어난다. 그 결과 눈과 고드름은 사라진다. 물이 고체–액체–기체로 변화하면서 물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고드름은 겨울철에나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불과 몇 달 만에 반복되는 과정이다. 이것에 비해서 석회암 동굴에서 볼 수 있는 종유석, 석순, 석주는 석회암이 지하수에 녹아 조금씩 동굴에 스며들어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면서 생겨나는 매우 속도가 느린 반응이다. 종유석은 동굴의 천장부터 아래 방향으로 자라는 것이고, 석순은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포함된 석회 성분이 석출되어 동굴 바닥에서 위로 자라는 것이다. 종유석과 석순은 서로 마주 보고 자란다. 종유석과 석순이 서로 닿게 되면 석주가 만들어진다.(그림 2)
그림 2. 석회암 동굴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생성되는 종유석, 석순, 석주
종유석, 석순, 석주는 지하수에 녹아있던 석회 성분이 고체 상태로 석출되면서 수백 년, 수천 년 이상의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라면 거의 정적 이미지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오늘 촬영하거나 내일 촬영하거나 그 모양이 크게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고드름 끝에 달린 물방울처럼 종유석 끝에 달린 석회 성분을 포함한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한 지하수 방울을 촬영하는 경우라면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것
이번에는 변화의 속도가 고드름이나 종유석보다 조금 빠른 것을 살펴보자. 잔잔한 수면에 작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경우를 관찰해보자. 물방울이 떨어지는 속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어서, 어떤 현상이 생기는지 육안으로는 자세하게 관찰할 수 없다. 고속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장비의 힘을 빌어야 비로소 어떤 현상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 작은 물방울이 잔잔한 수면에 떨어진 후에 나타나는 물방울과 수면의 변화를 시계열로 정리하면 <그림 3>과 같다.
그림 3. 고속 촬영으로 포착한 ‘물방울과 수면의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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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