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BIM 활용 현장을 가다-제일모직건설사업부 승일음성공장 건설 현장
강하고 특화된 활용, 건설 현장의 바람직한 BIM 조직 제시
BIM은 협업이 생명이다. BIM의 성과는 발주처, 설계사, 감리사, 건설사, 시공협력사, BIM 전문회사 등 건설참여자 간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본지에서는 BIM 활용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다양한 건설참여자의 의견을 듣고 독자들에게 보다 생생한 BIM 활용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캐드앤그래픽스에서는 BIM 전문가인 코스펙빔테크의 신경수 전무와 함께 BIM 활용 현장에 대해 취재하여 격월로 게재할 계획이다. BIM을 잘 활용하는 현장이 있다면 추천 바란다.
■ 신경수 : 코스펙빔테크 전무, ccsks2003@naver.com
현재 많은 시공 현장에서 BIM을 적용하고 있다. 시공 현장의 BIM 활용 계기는 크게 시공 입찰 요구에 의한 것과 건설사의 자발적 활용의 경우가 있다. 전자는 공공기관 입찰 시 BIM 적용 의무화에 의한 경우가 많으나 최근 민간 발주에서도 BIM 적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후자의 경우 건설사가 시공 수주를 위한 제안을 하고 수주 후에 활용이나 시공 현장의 특성상 BIM 활용성이 필요한 경우, 회사 방침에 의한 활용이라 할 수 있다.
시공현장에 자발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현장의 규모나 특성도 중요하지만 공사 금액도 고려한다. 공사 금액이 적을 수록 BIM에 의한 투자 여력도 적으므로 공사비가 적어도 500억 이상은 되어야 시공 현장의 BIM을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볼 수 있는데, 대형 건설사의 경우는 그 기준 금액이 더 많은 것 같다.
제일모직건설사업부(이하 제일모직)이 시공하는 승일음성공장은 공사금액이 300억원 정도이다. 이 정도의 공사 금액과 단순한 건축적 형태의 공장 디자인, 시공 기간 등을 고려하여 국내에서 이러한 규모의 현장에 BIM을 적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제일모직 본사 BIM추진파트 소속의 BIM 코디네이터와 모델러가 현장에 상주하는 것을 고려하면 특이한 케이스라 할 수 있는데 제일모직은 이를 당연시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BIM을 2013년 12월경에 도입하여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BIM추진파트에 국내 타 건설사, 설계사의 BIM 인력을 영입하여 추진하다가 2014년 5~6월경에 미국 DPR사에 Senior BIM manager로 일했던 김종훈 박사가 BIM 추진파트장을 맡으면서 회사 BIM 적용에 가속도가 붙었다. 현재 9개의 현장에서 BIM을 적용하고 있고, 향후 거의 모든 현장에 BIM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때에 제일모직이 시공하는 승일음성공장 취재를 통해 제일모직의 BIM 추진에 대한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의 BIM 활용 사례 등은 타 건설사의 BIM 활용 내용과 큰 차이점은 없었으나, 이를 수행하는 제일모직 BIM추진파트의 정책과 역량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보람이 있었다.
10월에 준공이라 전체적인 골조 공사는 거의 되었고, 외부 마감과 내부 설비 공사가 한참이다.
발주처인 승일은 휴대용 부탄가스를 생산하는 썬 그룹의 계열사로 에어졸과 일반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충북 음성 원남산업단지에 건설되고 있는 승일음성공장에는 에어졸 완제품 생산라인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 생산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승일음성공장에서는 BIM 활용을 위해 제일모직 BIM추진파트 소속 직원 2명이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BIM 코디네이터와 모델러로 일하는 박일우 책임과 홍준희 주임이 현장 근무하고 있는데, 박일우 책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BIM 적용에 대한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현장에 상주하면서 BIM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박일우 책임은 그 동안 시공 전문가로 일해 왔는데 BIM추진파트에서 일하면서 현장 BIM 코디네이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한 것은 5개월 정도 되었다고 한다.
BIM을 활용하는 국내 건설사 중 건설사의 BIM 전담팀 소속으로 현장에서 BIM 코디네이터가 근무하는 건설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제일모직건설사업부가 대표적이다. 타 건설사들의 BIM 코디네이터는 현장이 아닌 본사에서 BIM 프로젝트 관리를 하거나 현장에서 본인의 주된 업무와 함께 BIM 코디네이터 역할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건설 현장에서 BIM 코디네이터 역할이 중요하고, 이를 양성하는 것이 건설사의 BIM 활용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적 사항임을 느꼈다.
Q.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공장인데 BIM을 하게 된 이유는.
박일우 : 제일모직도 이러한 공장의 공사는 처음이나 규모는 적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작년부터 회사 차원에 시공 현장에 BIM을 적용하기로 하였고, 본사의 BIM추진파트 인력이 현장에서 직접 시공지원을 위한 BIM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
Q. 현장에서 BIM의 활용성은.
박일우 : 건축 및 구조에는 큰 무리 없이 잘 활용하고 있으며, 공장이다 보니 MEP의 활용이 주를 이룬다. 실제 업무를 하다 보니 현장에서 공장 설비에 대한 결정사항이 늦어지고, 관련 도면도 늦게 나와 진행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BIM 활용성은 간섭검토, 시공성검토, 발주처와 업무 협의 등의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건물 시공의 MEP 경우는 공장의 특성상 천정고등이 높아서 공간의 여유가 있지만 일반 건축 설비 외 제조공정설비가 추가되어 MEP 밀도가 높은 구간도 많이 존재한다.
Q. 현장의 BIM 활용 목적은.
박일우 : 보통 건설사의 주 BIM 활용 목적은 오시공, 재시공 방지라 할 수 있다. 본 공사 현장도 마찬가지이다. 오토데스크 레빗, 나비스웍스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빠른 렌더링을 위해 A360을 사용하고 있다.
Q 현장의 BIM 운영 조직은.
박일우 : 본인이 BIM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으며 홍준희 주임이 모델링을 주도적으로 하고, 현장의 설계담당 최영현 선임, 설비와 전기 시공 협력사 공사 담당 숍 담당자 2명과 함께 BIM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별도의 BIM Room을 마련하여 함께 작업하고 있다.
Q. 시공 협력사의 직원들과 한 공간에서 일하는 이유는.
박일우 : 설비 시공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모델링을 할 수 없으므로 현재 2D로 시공도를 만들어 주면 당사의 BIM 모델러가 이를 받아 모델링하고 있다. 이럴 경우 따로 떨어져 일하게 되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고, 작업 기간도 늘어나게 되므로 함께 일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공 협력사 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과 입찰 지침에 숍 담당자가 건설사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두어 수행케 하고 있다.
이 말을 들으니 필자가 보기에는 합리적인 방법인 것 같다. 시공 협력사가 직접 모델링하고, 건설사가 이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하면 가장 좋으나 아직 많은 시공 협력사들이 이를 할 수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므로 건설사가 자체적 또는 BIM 전문회사에 외주를 통해 MEP 시공 협력사가 작성한 시공도를 갖고 이를 토대로 모델링을 하는데 협업이 잘 되지 않다 보니 어려움과 제 때 작성이 되지 않는다. 이 현장처럼 함께 일하게 한다면 모델 작성하는 것은 좀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간섭 검토와 해결 방법도 마찬가지이다.
Q. 현장에서 일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박일우 : BIM추진팀에서는 MEP 모델작성은 전체 공사기간의 50% 공정 전에서 마치고 이후 시공을 MEP 숍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현장은 설계상, 발주처의 사정상 시공 협력사의 설비 숍 자체가 늦게 나오므로 모델링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설비 시공사가 직접 3D로 모델을 만드는 것이 좋으나 아직은 그리하지 못한다. 이러한 것을 BIM 추진팀의 현상 파견 모델러가 하고 있는데 제공 도면이 늦는 것이 아쉽다.
Q. BIM 활용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박일우 : 아직도 국내 건설분야의 BIM 도입기이므로 일부 부정적 시각도 있으나 현장 직원들의 경우 한 번 접해본 이들은 대부분 호의적이다. 현장에서 BIM 활용은 현장 소장의 역할이 중요한데, 본 현장의 현장 소장은 현장 BIM 수행 팀이 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현장 직원들에게 BIM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사실 BIM 활용에 있어서 많은 작업 비중은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작성된 모델을 직접 또는 현장 상주 직원을 통해 활용하면 되므로 현장에서 BIM을 사용한 이들은 대부분 호의적 평가를 하고 있다.
발주처도 호의적이다. 수주단계에서 본 현장 공사에 BIM 적용에 관한 발표를 하였는데 호응이 좋았고 현장 활용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BIM 자료로 인해 이해도도 높아졌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최영현 선임은 설계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작년 10월 13일 현장 개설 당시부터 근무하고 있는 현장 근무 기준 고참이다. BIM Room에서 본사 파견 BIM 추진파트팀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BIM 모델작성 능력도 갖고 있으나 현장 여건상 직접 모델 작성하지 않고, 현장에 상주한 BIM 인력과 협업하여 작업하고 있다고 한다.
Q. BIM을 통한 설계가 설계 관리에 도움이 되는가.
최영현 : 사실 시공 협력사가 숍을 작성할 시, 처음부터 도면을 전부 파악하여 문제가 없는 숍을 그리기는 힘들다. 따라서 설계 도면을 토대로 작성한 BIM 모델을 검토한 후에 시공 숍을 그리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다시 모델링하여 재검토한다.
Q. 본인이 하는 업무에 BIM 활용이 도움이 되는가.
최영현 : 발주처와의 업무 협의, 현장 확인 등으로 인해 설계 도서를 검토하는 시간이 부족한 편인데, 현장에 BIM 인력이 상주하여 사전 설계 오류 등을 체크해 주므로 많은 도움이 된다. 대안검토시에는 일단 발주처의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본인이 기존 방식으로 간략한 자료를 만들어 발주처와 협의하여 개략적인 대안을 정한 후,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BIM 모델을 작성하고 여러 가지 대안 자료 작성과 검토에 활용하고 있다.
Q. 발주처와의 의사소통 시 도움을 받은 예가 있다면.
최영현 : 천장에 달린 LED등 설치 시 발주처가 눈부심의 이유로 더 높이 달 것을 요구하였고, BIM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발주처에 관련 정보를 제공, 적절한 높이에 달 수 있도록 하였다. 기존의 2D 방식으로는 어려웠을 것이지만 BIM을 통해서 발주처의 이해도도 높이고 의사 결정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 밖에도 발주처와 BIM 데이터를 함께 보면서 협의하여 의사소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Q. 건설현장에서 BIM 활용 전망은.
최영현 : 개인적으로 BIM에 관심이 많아 독학하기도 했다. 전 현장에 있을 때 내부 마감과 구조가 복잡하여 이를 직접 모델을 작성하여 작업자들에게 설명하였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낮은 재시공률을 기록했다. 현장 특성에 따라 꼭 필요한 부분에 직접 BIM 모델을 작성하여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경험 상 향후 건설 현장에서 BIM 활용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겠다.
이장훈 부장은 원료를 만드는 제조 설비와 배관공사를 담당하는 시공협력사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Q. 현장에서 BIM 활용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장훈 : 설계 도면의 정확도가 떨어지면 현장에서는 설계도 없이 대충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지시하는 ‘손가락 배관’ 방식으로 시공을 하기도 한다. 이 방식은 재시공률이 무척 높은데, 이 현장에서는 BIM을 활용하니 큰 도움이 된다. 본인은 BIM을 활용하는 것이 처음인데 현장의 상주 BIM 작업자가 작성한 BIM 데이터를 통해 간섭체크, 사전 시뮬레이션 등을 수행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Q. 건설 현장에서의 BIM 활용이 왜 중요한가.
이장훈 : 현장에서는 모든 것을 도면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MEP 도면이 2차원 캐드로 작성되어 있을 시 이해도가 떨어져 오시공을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BIM은 전문적 지식이나 경험이 떨어지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기 때문에 오시공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BIM 모델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공이 어려운 특정 부분을 체크할 수 있고, 현장 직원들의 이해나 업무 수행은 물론 건설사 및 발주처와도 용이하게 소통할 수 있다.
Q. 시공 분야에서 BIM의 전망은 어떠한가.
김은섭 : 본인은 설계파트 및 배관 관리, 현장 관리를 맡고 있으며 파트별 소장(전기, 배관 등)과 업무 협의를 하고 있다. 시공도 작성 직원이 시공도를 작성하면 이를 검토하며, 건설사 직원이 모델을 작성하면 이를 갖고 함께 협의하여 최종 시공도를 만들어 시공에 활용하고 있다.
BIM을 통해서 시공 검토가 용이하므로 오시공을 예방하고, 공사 단축할 수 있도록 BIM 팀과 실제 장비와 배관을 제공하는 팀이 협업을 하여 수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BIM 활용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Q. 시공현장에서 BIM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김봉우 : BIM을 토대로 사전 시공 검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이전에 PC 공법 공사 현장에서 시공 검토와 업무 지시에 스케치업을 유용하게 사용한 적이 있다. 발주처나 시공협력사에 공사 흐름을 보여줄 때도 도움이 되었다. 전체적인 공사 사항을 3D 모델로 보여주면 훨씬 이해가 빠르다. 또한 시공 인력들에게도 구체적인 사항 설명과 그들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새로 투입되는 인력에게도 현장 소개 및 업무 지시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본인도 자재 발주, 물량 산출 등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
Q. 시공 협력사는 BIM에 익숙한 편인가.
김봉우 : 의외로 경험해본 인력이 많았다. 국내 BIM을 활용하는 현장을 통해 BIM을 접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서 전달받는 경우도 있어 생각보다 BIM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일부 시공 협력사 직원들은 BIM 자료를 따로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Q. 건설현장에서 BIM의 전망은 어떠한가.
김봉우 : 공사를 하다 보면 시공 협력사의 작업자가 시공 관련된 상세도가 없거나 이해하기 어려워 어떻게 시공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을 요청할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도면이 있더라도 설명하기 어려운데 BIM으로 하면 매우 효율적이다. 더불어 현장 시공 인력의 경력과 이해도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에서 기존의 도면은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빠른 이해도가 장점인 BIM을 활용하면 경력의 차이는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BIM 활용은 점점 확산될 것이다.
시공 현장 취재를 마치고 숭례문 근처의 제일모직 본사를 방문하여 제일모직 건설사업부 김종훈 BIM 추진파트장을 만났다. 김종훈 파트장은 삼성물산건설부문에서 근무하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BIM 관련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세계적인 BIM 활용 건설사인 DPR에서 Senior BIM Manager로 근무하다 2014년부터 제일모직 건설사업부의 BIM 추진파트장을 맡고 있다.
김종훈 파트장은 DPR사 재직 경험과 연관 지어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BIM 분야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일부 건설사가 앞서나가고 있는데, 이들 건설사나 국내 건설사도 ‘건설’이라는 공통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BIM 적용 방법도 유사할 수밖에 없다. 선진 BIM 리더 건설사들도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으로 현재에 발전적인 BIM 활용 모델을 만들었다. 이는 국내 BIM 도입을 추진하는 건설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건설사의 BIM 도입 단계의 실무자에게 이 인터뷰 내용이 유익한 정보를 줄 것으로 본다.
Q. 국내외 건설사의 BIM 활용 현황은 어떠한가.
김종훈 : 미국 DPR사의 경우 80~85%의 프로젝트에 BIM을 적용하고 있다. 이 때 시공 현장의 BIM 적용 여부 기준이 애매할 수도 있다. 본인은 시공현장의 경우 기본적으로 건축·구조·기계·전기와 관련된 BIM 기반 설계 코디네이션을 하는지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국내 건설사들의 프로젝트 BIM 적용도는 DPR에 비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Q. 미국 DPR의 MEP 코디네이터 수행 실적이 높은데.
김종훈 : DPR사는 설비, 전기 시공 협력사가 정해지면 해당 공종의 현장 소장, 공무, 현장 담당자, 숍 기사가 현장에 근무한다. 설계사의 설계도면만을 토대로 MEP 시공을 진행할 수 없는 것은 국내와 다르지 않다. 다만 별도의 시공 도면을 작성할 때 3D를 기반으로 작성한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다.우선, 본인들도 오시공 및 재시공을 바라지 않는다. 국내의 경우 이렇듯 ‘사전 검토를 통한 문제 제거’라는 마인드가 부족한 것 같다.
두 번째 이유는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여 현장에서 조립하는 덕트와 같은 경우, 이를 제작하기 위한 제작도 작성에 먼저 BIM을 이용한다. BIM 소프트웨어 레빗보다는 오토캐드 기반의 3D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 덕에 미국에서는 MEP 관련 BIM 적용 환경이 좋은 듯하다.
Q. BIM 활용에 대한 인식은 결국 경험의 문제인가.
김종훈 : 한국은 건설업에 대한 인식이 미국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국내의 경우 많은 이들이 건설업을 '제조업과는 달라 사전 검토와 계획이 철저하게 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장에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제조업과 구분 지으려 한다. 그러나 본인이 미국 건설사에서 일하고 보니 이 말은 다소 자기합리화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건설업이 제조업과 다르다는 인식은 미국도 있지만 현재 현장에서 겪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최대한 계획 단계, 초기 단계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문제가 되는 리스크를 사전에 찾아내어 해결한 후에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국내 건설사보다 깊게 박혀 있기에, 설계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BIM을 활용하여 시공 단계에서 시간을 단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Q. BIM이 고착화된 방식이나 인식을 전환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김종훈 : 도움이 될 것이다. 제일모직은 작년에 9개 현장에 BIM을 적용하였고 올해 10개 현장에 더 BIM을 적용할 계획이다. BIM 활용을 시작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건설사로서는 매우 높은 수치다. 전체 현장 대비 BIM 활용 현장 비율은 80%나 된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 때문에 BIM이 투입된 현장에서 어려움도 있으나 구체적인 BIM 활용성과를 직접 실감하면서 고착화된 인식의 변화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Q. 국내 BIM 적용 시 어려움은 없는가.
김종훈 : MEP 모델링 시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BIM으로 간섭검토를 하려면 시공 협력사에서 실제 시공할 사항을 BIM으로 모델링한 후 타 공정 모델과 검토, 수정 작업을 거친 다음 이를 토대로 숍을 그려야 한다. 그러나 시공 협력사가 3D 숍을 다루지 못하므로, 시공 협력사가 숍을 그려주면 이를 건설사가 모델링하여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숍이 시공에 임박해서 작성되면 BIM으로 모델링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제일모직 BIM추진파트는 현장에서 MEP 관련 숍 일정을 타이트하게 맞추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Q. 승일음성공장은 많지 않은 공사 금액에도 본사에서 BIM 코디네이터가 파견되었는데.
김종훈 : 본사 BIM 추진파트에 있는 직원들이 현장에 많이 나가 있어 사무실에 BIM 관련 직원들이 별로 없다. 미국 DPR사의 경우 70여명의 BIM 코디네이터가 있으나 대부분 현장에서 근무한다. 현장의 BIM 코디네이터는 시공협력사의 숍 인력에게 BIM 적용 방향이나 일정 등을 설명하고, 어떻게 결과물을 만들어서 시공 전에 마칠 것인지 수행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할 수 있게 모델을 만들며 모델 품질을 체크하고, 통합 모델을 만드는 등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직접 간섭 검토와 해결 방안을 모색하여 담당자들과 문제에 대한 검토 결과와 설명을 하고, 담당자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조정자 역할도 수행한다. 그러므로 현장 BIM 코디네이터는 BIM 소프트웨어도 다룰 줄 알고,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충분히 있어야 한다.
국내의 경우 이러한 역량을 갖춘 인력은 없었으며 BIM 코디네이터에 대한 인식도 적었다. 그러다 협의를 통해 BIM 코디네이터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이해시킨 후 현장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우려로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건설 엔지니어는 건물의 건축이나 구조뿐만 아니라 설비, 전기 등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고 여겼으므로 모르는 부분은 배워서 BIM 코디네이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있다.
Q. 건설사의 BIM 활용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김종훈 : BIM 기술 수준이 점차 4D, 5D 등으로 높아진다고 해도, 현장에서 시공하는 직원들이 BIM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지 않는다면 아무리 기업에서 노력해도 BIM을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경영진에서도 BIM 활용을 위한 노력과 조직 수행 능력을 갖춰야 BIM 확산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이 DPR에 있을 당시 BIM 담당자들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BIM 정착을 위해 '현장의 BIM을 반대하는 이들을 지지자로 만들자'라는 슬로건을 많이 사용하였다. 이를 위해 현장에 BIM 전문가를 파견하여 직접 직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지원하고, 결과적으로 직원들이 BIM의 장점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장 직원들이 BIM 활용에 공감을 하는 순간 BIM 활용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Q. BIM 코디네이터에 대해 더 설명한다면.
김종훈 : 일반적으로 국내의 모델링 역량은 높으나, 이를 현장에 활용할 때 BIM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미흡한 것 같다. 건설사가 모델을 활용하는 주도적인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BIM추진파트 BIM 전담 직원들의 경우 초기에는 BIM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BIM 프로젝트 과업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것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용역사가 작성하여 제출한 모델과 간섭검토 보고서 등을 현장에 전달해주는 것만이 코디네이터의 역할이라고 인식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 DPR의 BIM 코디네이터 역할은 다르다. 모델링 단계만 협력업체에게 맡기고, 그 다음 단계부터 최종 결과물 도출까지 모든 것을 BIM 코디네이터가 담당하는 것이다. 모델링 데이터와 도면을 보며 정확성, 누락, 오류 등을 체크하고, 통합 모델을 만들어 공종간 간섭검토를 시행하며, 간섭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공사 전반에 대한 내용을 숙지하여 진두지휘를 한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현장의 BIM 활용을 지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Q. 다른 직원들은 BIM 코디네이터가 자신의 역할을 침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김종훈 : 승일음성공장에서도 초기에 일부 직원들은 BIM 코디네이터를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하기도 했으나, 공장의 옥외 배관 검토 시 수많은 간섭들을 사전에 해결한 사례 이후에는 모두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타 공사 현장에서는 발주처 측에서 BIM 코디네이터를 보고 BIM에 관심을 가져 업무 협의에까지 활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BIM이 업무 처리에 도움을 주는 것을 보며 BIM 코디네이터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Q. BIM 적용에 따른 비용을 현장 비용으로 처리하여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김종훈 : 제일모직에서는 사내 견적 담당자들이 BIM 적용 비용 부분에 많이 도와주고 있으며, 관련 소통도 원활하다. 입찰 전에 현장의 BIM 활용 가치와 효과에 대해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현장의 의견을 들어 본다. BIM을 적용하면 실제로 현장에 도움이 될 것인지 고민하며, 구체적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고 계획을 세운 후에 견적 담당자와 이에 따른 비용을 고려한다. BIM 코디네이터도 현장에 가서 일을 해도 현장 비용으로는 처리하지 않는다. 가끔 외부 용역사에 의뢰할 경우 입찰 단계부터 BIM 적용 금액을 포함시켜 수주하는 등 가능한 한 현장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
Q. 국내 건설현장의 BIM 작업에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김종훈 : 현재 MEP의 경우 시공 협력사가 숍을 드로잉한 후 이를 토대로 모델링을 한다. 공사 금액에 숍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 비용으로 3D 모델링을 한다. 국내는 숍과 모델링 둘 다 거쳐야 하기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효율적인 BIM 활용을 위해서는 이중 드로잉 작업을 축소시켜야 할 것이다.
향후에는 시공 협력사가 처음부터 BIM으로 숍 드로잉을 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미흡하기에 시간이 필요하다. DPR은 시공 협력사 선정 시 가격과 함께 인터뷰 심사로 BIM 역량을 평가한다. 국내에도 시공 협력사의 BIM 역량을 고려한 후 선정하는 게 좋을 것이다.
Q. 제일모직의 BIM 활용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김종훈 : 본인이 DPR에서 제일모직으로 옮기면서 DPR의 BIM 메커니즘을 적용하려 했다. 제일모직 내에서도 본인이 오기 전 BIM 추진조직을 구성할 당시 타 건설사들을 벤치마킹하여 계획을 수립하였는데, 본인의 생각과 달라 로드맵을 다시 그렸다. 이 과정에서 ‘건설 역량은 선진 건설사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지만, BIM은 그렇지 않다. BIM을 적용하는 방법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BIM을 늦게 도입했으니 2세대 건설사라고 볼 수 있지만, BIM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자’고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 건설사에 못지않게 BIM을 잘 활용하는 사례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고, 직원들도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또한 BIM추진파트는 신설 부서이지만, 직원들 대부분이 풍부한 업무 수행 경험을 지니고 있다. 이 경험들을 토대로 시공사에 가장 효율적인 BIM 운영방안 모색을 위하여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본인의 DPR사 경험도 융합하여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회사 경영진 또한 BIM을 제일모직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인식하여 BIM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경영진은 제일모직이 작지만 강하고 특화된 우량 건설 회사가 되기를 원했고 이 도구로 BIM을 활용하고자 했는데, 이는 본인이 있었던 DPR의 지향점과도 맞아 떨어졌고 본인이 BIM을 전파하는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Q. BIM 조직 구성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조언한다면.
김종훈 : 타 건설사의 BIM 조직과 운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제일모직의 BIM 운영 방법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BIM 코디네이션은 건설사의 BIM 조직과 인력이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BIM 코디네이터가 모든 회의에 참석하고 상황 파악을 정확히 해야 시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본사에서 BIM 프로젝트 관리만 한다면 제대로 된 지원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대부분 회사들이 현장에 근무 중인 설계나 공사 관련 담당 업무를 하는 직원 중 일부가 BIM 코디네이터 선임을 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외부 BIM 용역사에 BIM 수행 업무 관리와 용역사의 파견 인력에 대한 업무 지시 및 수행 관리 위주의 작업을 할 뿐, 김종훈 파트장이 언급한 진정한 BIM 코디네이터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보다 발전적인 BIM 활용을 위해서는 설계, 시공 등의 실무 BIM 능력을 보유한 인력을 전문적인 BIM 코디네이터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함을 이번 취재를 통해 느꼈다.
국내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GS건설이 본사 BIM 조직을 구성하고 전문 인력을 육성, 현장에 파견한다고 한다. 이들 기업은 BIM도 5~6년 이상 활용해 왔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일모직은 BIM 도입 2년 내에 체계적인 BIM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배경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김종훈 파트장이 존재한다.
김종훈 파트장은 국내 건설사에서 일하며 실무 경험을 쌓다 미국에서 BIM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세계적인 건설사에서 BIM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제일모직에서 BIM추진파트장으로 지내며 현장 활용 지원 체계 구축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신념을 갖고 내부 조직원을 이끌고 있으며, 타 부서와 원활하게 협업하며 경영진의 의도를 실현할 수 있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BIM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BIM 도입을 추진하는 건설사의 준비나 조직 체계를 보며 아쉬움을 느꼈다. BIM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력 위주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제일모직처럼 단기간 내 BIM 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건설사의 BIM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종훈 파트장은 BIM 조직을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ormula 1)의 피트 스톱(PIT STOP)에 비유했다. 피트 스톱은 자동차 경주 중 단 몇 초 간의 정차시간에 재급유, 타이어 교체, 기계장치 조정 등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정비 시간이 경주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피트 스톱 팀은 최대한 짧은 시간에 정비를 마치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기록은 1.923초라고 한다.
김종훈 파트장은 BIM 조직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다.
“자동차 경주 시에는 자동차가 메인이지만, 메인이 잘 달리기 위해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한 정비를 끝낼 수 있는 전문적인 피트 스톱 팀이 필요하다. 건설사에서도 BIM이 메인은 아니지만 기업 내에 BIM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강력한 조직을 갖추어야 한다. 초기 피트 스톱 팀의 정비 시간은 10여분이었다고 한다. 피트 스톱 팀이 지속적인 혁신과 노력으로 현재는 2~4초 안에 모든 정비를 끝낼 수 있게 되었다. BIM 조직도 각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에 전문성을 가지고 수많은 반복과 경험을 쌓아 점점 더 효과적인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공사기간 및 비용이 여유 있는 현장은 드물다. 이 때 BIM을 통해 공기 단축에 기여하여 공사의 원활한 진행을 이끌어내는 것이 건설사가 해야 할 주된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력과 경험을 쌓아 공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BIM이 건설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공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BIM추진파트로서의 역할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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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