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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메이커 다은쌤의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 (2)
2017-09-02 2,292 26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 준비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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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 프린터로 만든 심플 애니멀즈(Simple Animals)를 잔뜩 붙인 모자를 쓰고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메이커페어 베이 에이리어에서 크리스틴(Christine)과 찍은 사진

안녕하세요. 메이커 다은쌤입니다. 지난 호에는 메이커페어(Maker Faire)와 제가 어떻게 메이커페어에 빠지게 되었는지 소개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또 다시 예약해버린 비행기 티켓으로 올해는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작년에 일주일 다녀온 샌프란시스코의 규모가 아닙니다. '그동안모은내돈앤젤스'에서 후원한(?) 총 예산 2000만원을 사용해 7개월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열리는 메이커페어 투어를 기획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간에도 저의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있지만 독자 여러분이 이 글을 읽을 때 쯤이면 저는 미국에 있을 것 같네요. 이번 호에는 한국을 떠나기 전 준비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전다은 | ‘메이커 다은쌤’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서 메이커로, 메이커 문화에 관심이 많고 개인적으로 메이킹을 즐기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메이커로서 주로 3D 프린터를 이용한 창작을 즐기고 있으며,‘Eunny’라는 이름으로 모델링 파일을 공유하고 있고, 메이커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고 함께 알아가기 위해 유튜브에서는‘메이커 다은쌤’ 채널을 운영 중이다.
이메일 | makereunny@gmail.com

참관이 아니라 참여가 목표


2016년 샌프란시스코 메이커페어(Maker Faire Bay Area)를 갔다 오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내가 메이커로 직접 참여하지 않고 관람객으로 갔다는 점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나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 ‘심플 애니멀즈(Simple Animals)’로 꾸민 모자를 쓰고 돌아다녔다. 덕분에 사람들에게 내 작품을 보여주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또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자가 귀엽다며 같이 사진을 찍자고 제안해 주면서, 심플 애니멀즈로 전시를 출품해도 되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올해 진행되는 나의 프로젝트는 단순히 많은 메이커페어를 구경하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만든 작품도 보여주고 싶었고, 메이커로서 더 많은 메이커들을 만나고 싶었다. 모자를 넘어서 메이커페어에 메이커로 참여하기 위한 작품과 전시 구성의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3D 프린터를 활용한 창작의 시작


대학원 시절 연구실에 FDM 3D 프린터가 있었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슬쩍 내 책상 옆으로 3D 프린터를 가져와 탐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파일을 다운받아 뽑았는데 출력의 재미는 한 달도 가지 못했다. 전공 덕분에 나는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았고, 직접 모델링한 작품을 출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주로 다운로드받았던 씽기버스(http://www.thingiverse.com) 사이트에 내가 만든 모델링도 공유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 갔지만 3D 프린터로 출력물을 기다리는 시간은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초기에는 3D 프린터를 잘 다루지도 못한데다가 아무 생각 없이 15시간씩 출력 시간이 걸리는 모델링을 만들기도 했다. 2-3시간을 출력한 출력물을 버릴 때는 정말 시간도 재료도 아까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내가 모델링한 거북이가 더욱 그랬다. 프린팅의 장점을 활용해 한번에 출력하여 거북이 다리가 움직이는 모델이지만, 출력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실패율도 높았다. 출력이 성공하기를 기대하며 조마조마 기다리는 것은 3D 프린터를 활용한 창작의 재미를 앗아가고 있었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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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모델링한 'Turtle with moving legs'라는 작품이다. 주먹만한 크기이지만 출력이 4시간 이상 걸린다.

나의 동물 친구들 심플 애니멀즈!


처음 연구실에는 누런 아이보리색의 필라멘트 밖에 없다가 두어달 후 6가지 색상의 알록달록한 필라멘트들을 구매했다. 저녁에 연구실에 남아 컴퓨터를 두드리면서 멍하니 한편에 쌓여진 필라멘트들을 보고 있었다. 각 색상에 매칭되는 동물들이 하나씩 떠올랐고, 납작하게 만들어서 끼우면 더 금방 출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CAD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그렇게 가장 처음 만든 동물은 낙타였다. 낙타의 출력을 걸어놓고 다음으로 핑크색에 어울리는 돼지를 디자인했다. 무엇에 홀린듯 순식간에 5개의 동물들을 디자인하고 출력했다. 동물들은 최소한의 직선만을 이용해서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형태적인 특징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래서 이름도 ‘심플 애니멀즈(Simple Animals)’라고 지었다. 다음 날 2015년의 동물 양을 추가하면서 6종의 첫 심플 애니멀즈가 만들어졌다.

연구실 책생에 올려놓으니 친구들이 귀엽다면서 이 동물도 만들어봐라 저 동물도 만들어 봐라 주문이 들어왔고, 빠른 출력으로 창작의 즐거움이 살아나 동물의 종류는 늘어났다. 

만든 건 2014년 가을 쯤이지만 인터넷에 첫 공개한 2015년 1월 6일을 기준으로 매년 생일 축하도 해 주고 있는 심플 애니멀즈는 어느덧 가족이 70여 종으로 늘어났다. 세상에 동물들은 아직 많기 때문에 계속 시리즈를 이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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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로 만든 심플 애니멀즈 시리즈로 낙타, 돼지, 코끼리, 닭, 사슴,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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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틈틈이 계속 만들고 있는 심플 애니멀즈 친구들

메이커페어 투어를 위한 최고의 전시 구성


메이커페어에서 심플 애니멀즈를 전시할 것인데, 어떻게 전시를 할 지가 고민이었다.

메이커페어에 참여할 때 고정 부스를 가지게 되면 자리를 지키느라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구경하기 어렵다. 특히 혼자 참가하게 된다면 더더욱 그렇다. 2016년 서울 메이커페어에 참가했을 때 공구카트로 이동하면서 전시를 했는데, 다른 사람 작품도 보고 내 작품도 보여줄 수 있는 괜찮은 방법이었다. 그래서 이번 메이커페어 투어 때도 이동형 전시를 고려했다.

또한 사람들이 많은 페어에서 전시품이 너무 작으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전시품의 부피는 어느정도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크게 만들 수도 없었다. 페어 참가를 위해 여러 나라를 오가면서 이동을 해야했기 때문에 무거운 짐은 정말 나에게 ‘무거운 짐’이다. 그리고 비행기로 이동할 때를 고려해 수화물로서의 적합성, 크기, 무게 등이 고민이었다.

이렇게 고민 끝에 만든 형태가 목봉과 3D 프린터 출력물을 이용한 깎은 정팔면체 모양의 카트였다. 깎은 정팔면체는 모든 꼭지점의 좌우 형태가 같았다. 행사 때 조인트의 모양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빠르게 조립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이 모양을 선택했다. 상단의 5면을 인조잔디로 덮고, 그 위에 내가 디자인해 3D 프린터로 만든 동물들을 붙여 놓을 생각이었다.

출발직전까지 여행 준비는 따로 없었다. 방산 시장에 가서 가벼운 인조잔디를 찾기 위에 발품을 팔고, 비행기 수화물로 가져갈 작은 공구들을 준비하는 등 메이커페어 출품 준비로 모든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출발 전에 빌라 옥상에 올라가, 작품을 조립하는데 시간이 몇 분이 걸리는지 시뮬레이션도 해보았다. 무게를 고려해서 작품을 제작하고 개인 짐도 최소화하긴 했지만 그래도 짐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지금도 20kg 캐리어와 10kg 백팩을 5개월째 끌고 메고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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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 프린터로 만든 알록달록 조인트와 목봉을 연결해서 만든 깎은 정팔면체 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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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라 옥상에서 작업한 사진. 상단의 5면이 인조잔디로 덮여 있다.

메이커페어 일정이 나의 여행일정


7개월의 여행일정은 메이커페어가 열리는 나라를 따라 움직이는 일정으로 삼았다. 메이커페어 홈페이지에 표시된 날짜를 보며 꼭 가야 하는 플래그십(Flagship) 메이커페어 베이 에이리어와 뉴욕을 포함하면서 기간에 맞는 메이커페어를 선택하였다. 메이커페어는 적어도 도시 이름을 내건 피처드(Featured)나 여러 번 열렸던 메이커페어를 중심으로 선택했다.

그렇게 처음 계획된 여행일정은‘ 런던 - 시카고 - 오스틴 - 샌프란시스코 - 파리 - 바르셀로나 - 낭트 - 하노버 - 뉴욕 - 오타와 - 서울’이다. 메이커페어 일정을 따라 움직이다 보니 대서양을 4번이나 건너는, 여행으로서는 좋지 않은 경로이다. 전 재산 탕진을 목표로 하긴 했지만 2000만원도 넉넉지 않은 예산이었고, 대부분이 교통편에 사용되고 있다.


출발도 하기 전에 삐그덕


3월, 한국을 출국하기 전에 총 4개의 메이커페어(영국, 시카고, 오스틴, 샌프란시스코)에 먼저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5월 중순까지의 일정에 맞춘 비행기와 숙소를 모두 예약하였다. 출발을 2주 정도 앞에 두었을 즈음 시카고 메이커페어에서 메일이 왔다. 참가 신청서까지 모두 받은 시카고 메이커페어가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행사를 연기한다는 메일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미 시카고 일정 앞뒤로 비행기를 모두 예매한 상태여서 취소할 수 없었다. 무책임한 페어 준비 측에 항의 메일을 작성하였고, 미안하다면서 같은 기간에 열리는 C2E2라는 코믹콘 행사 입장 티켓을 보내주었다. 시카고 메이커페어는 취소되었지만 예약된 일정 그대로 움직이기로 하였다.

첫 여행을 떠나는 런던행 비행기는 2016년 12월 여행 일정보다 일찍 예매하였다. 중국 베이징을 들려 환승해서 가는 에어차이나 항공으로 편도 티켓을 40만원도 채 주지 않았다. 출발을 9일 앞두고 핸드폰으로 문자가 하나 들어왔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탓이었을까, 한국에서 베이징을 가는 예약한 항공편 자체가 취소되어 버렸다.

베이징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베이징행 비행기는 중요했다. 콜센터는 아무리 전화를 해도 통화 중이라며 자동 응답기로 넘어갔다. 애가 타는 몇 시간을 보내고, 어찌어찌해서 다행히 아침 일찍 김포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를 구했다. 아직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취소되는 메이커페어와 항공편으로 마음이 불안했지만, 액땜이기를 바라면서 준비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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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지하철로 이동 중에 이 문자를 받았는데, 받자마자 지하철을 내려 발을 동동거리며 콜센터에 전화를 수십 번 했다.

자, 출발!


메이커페어도 중요했지만 여행의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었다. 무사히 안전하게 7개월을 여행하고 다시 4번째 서울 메이커페어를 참여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여행의 시작, 가장 쫄깃한 순간


현재 프로젝트로 5개월째 여행 중이지만 아마 가장 심장이 쫄깃했던 순간은 여행 첫 날이 아닐까 싶다. 3월 29일 출발하는 날. 김포에서 베이징, 베이징에서 런던, 런던에서 뉴캐슬로 가는 3번의 비행기를 타야 하는 어마무시한 일정이었다. 베이징에서 런던을 가는 비행기는 같은 항공사라 쉽게 갈아탈 수 있었지만, 런던에서 뉴캐슬로 가는 비행기는 달랐다. 우선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 심사를 받고 밖으로 나와 짐을 찾고 터미널을 옮겨 뉴캐슬행 비행기를 탑승해야 했다.

입국심사를 받고 짐을 찾는데까지는 별 탈 없었다. 뉴캐슬행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위해 터미널 2에서 터미널 5로 이동해야 했고 표지판을 따라 열차를 타러 이동했다. 마침 플랫폼에 열차가 들어왔고 사람들이 뛰어서 타길래 나도 무작정 탑승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 승강장에서는 라인은 하나지만 3개의 방향으로 가는 기차가 들어왔고, 하필 그 순간 내가 탑승한 열차는 터미널 5가 아니라 정차 없이 한 번에 런던 시내로 나가는 열차였다.

상황을 인지하자마자 식은땀이 비 오듯이 흘렀고, 비행기를 취소하고 런던 시내에서 기차를 타고 뉴캐슬에 가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비행기 시간까지는 2시간 정도 남아있었지만, 런던 중심가를 찍고 다시 히드로 공항으로 들어오는데는 열차 왕복 시간 30분, 다시 게이트를 찾고 체크인하고 소지품 검사하고 공항에 들어가기까지는 빡빡한 시간이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영혼이 나간 표정으로 런던 시내 가는 열차에 앉아있으니 앞에 있는 한 여성분이 괜찮냐고 물었다. 뉴캐슬행 비행기 티켓을 보여주며 내가 이거 탈 수 있을지 물었고, 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탈 수 있다고 말했다. 런던 도심에서 다시 열차를 바꿔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었던 30분 동안 속으로 ‘제발, 제발’을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르겠다.

열차를 내려 전력질주했고 다행히 제시간에 탑승할 수 있었다. 뉴캐슬에 도착했을 땐 밤 10시가 넘어, 택시를 타고 첫 숙소로 이동했다. 집을 떠난지 26시간만에 뉴캐슬의 한 침대 위에 기절해 버렸다. 심장이 쫄깃했던 순간과 함께 내 인생의 잊지 못할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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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만들었던 '전재산 탕진 프로젝트'의 플래카드로, 7개월동안 순차적으로 참여할 각 메이커페어의 로고들이 보인다.


기사 상세 내용은 PDF로 제공됩니다.

전다은 makereunny@gmail.com


출처 : CAD&Graphics 201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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