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 지멘스 EDA 사업부는 지난 8월 11일 ‘지멘스 EDA 포럼 서울 2026’을 개최했다. ‘AI 네이티브 디자인으로 차세대 반도체 및 시스템 설계 혁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 지멘스 EDA는 나노미터에서 미터 단위에 이르는 전체 제품 수명주기 전반에 AI(인공지능)를 내재화해, 칩−패키지−보드−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디지털 스레드를 구축한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 정수진 편집장
반도체 설계 생태계를 재편하는 핵심 트렌드
반도체 설계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지멘스 EDA는 현대 반도체 산업이 마주한 한계를 극복할 열쇠로 AI를 꼽는다. 2000억 개가 넘는 트랜지스터를 배치해야 하는 초미세 설계와 제곱센티미터당 100와트를 초과하는 극심한 열 밀도, 그리고 개발 기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검증 프로세스는 기존 방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 생태계가 AI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지멘스 EDA는 네 가지 핵심 트렌드에 주목했다. 첫째는 모든 영역에 인공지능이 스며드는 흐름(AI everywhere)이다. AI는 더 이상 특정 하드웨어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적인 반도체의 표준 규격이 되고 있음을 뜻한다. 둘째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운명을 결정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기반 시스템(software-defined everything)의 도래다. 하드웨어를 먼저 제작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소프트웨어에 맞추어 하드웨어를 동시에 설계하는 공동 설계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셋째는 이종 통합(heterogeneous integration) 기술의 확산이다. 여러 개의 다이를 하나의 패키지 안에 집적하는 설계 기법이 대세가 되면서, 전자 설계 자동화(EDA) 도구가 해결해야 할 물리적 복잡성도 급격히 증가했다. 넷째는 강력한 지속가능성 요구(sustainability imperative)다. 초고전력 칩이 대거 투입되는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시스템 수준의 전력 효율 극대화가 필수 조건이 되었다.
지멘스 EDA의 앵커 굽타 IC 제품 부문 수석 부사장은 “기존의 설계 방법론으로는 현대 반도체의 복잡성과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장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AI 설계 전반에 내재화하는 ‘AI-네이티브 디자인’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 EDA AI 에이전트를 위한 타임라인을 소개한 지멘스 EDA 앵커 굽타 수석 부사장
AI 네이티브 설계와 통합 디지털 스레드
지멘스가 지향하는 AI 네이티브 설계는 나노미터에서 미터 단위에 이르는 제품 수명 주기 전반에 AI를 내재화하여 칩과 패키지, 보드, 시스템을 하나의 거대한 통합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 로 연결하는 것이다.
지멘스 EDA는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속도, 생산성, 신뢰성 등 세 가지 핵심 방향성을 가지고 기술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먼저 최첨단 물리 기반 솔버와 GPU 컴퓨팅, 그리고 AI 에이전트를 결합해 모든 도구의 실행 속도를 최대 1000배까지 끌어 올려 개발 주기를 혁신적으로 단축하는 ‘더 빠른 엔진(speed)’이 축을 이룬다.
다음으로 에이전트 기반 AI 워크플로와 상황 인지 자동화 기술을 통해 설계팀의 실행 오버헤드를 낮추고 생산성을 10배에서 최대 50배까지 향상시키는 ‘더 스마트한 실행(productivity)’을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시스템 전반을 연결하는 포괄적인 디지털 트윈 기술과 실리콘 검증 AI 모델을 접목해 실제 제조에 들어가기 전에 결과를 정밀하게 예측하고 설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신뢰할 수 있는 결과(confidence)’를 확보한다.
한편, 굽타 수석 부사장은 “지멘스가 가진 PLM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반도체 산업에 특화된 ‘반도체 수명주기 관리 (SLCM)’라는 개념으로 구체화하고, 도메인 간의 벽을 없앤 강력한 디지털 스레드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소개했다. 지멘스는 디자인센터 NX(Designcenter NX)를 반도체 설계 도구와 결합했다. 반도체 패키지의 물리적인 변형이나 응력 분석을 3D IC 설계 및 레이아웃 단계와 직접 연동함으로써 제품의 설계 무결성을 실리콘 제조 전에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지멘스 EDA의 설명이다. 시스템 전체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열 및 냉각 관리 설루션에서도 PLM과의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자율 검증형 에이전틱 AI 워크플로 구현 나선다
지멘스 EDA는 복잡성 극대화라는 반도체 설계의 물리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손을 잡았다. 두 회사가 그리는 미래는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자동화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오류를 바로잡는 자율 검증형 에이전틱 AI(agentic AI) 워크플로의 완성이다. 엔비디아와 협력을 통해 산업 특화 AI, 물리적으로 연결된 EDA 엔진, 가속 컴퓨팅을 결합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 검증 워크플로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여정의 중심에는 최근 업데이트된 퓨즈(Fuse)가 있다. EDA AI 에이전트 시스템인 퓨즈는 다양한 LLM(대규모 언어 모델) 생태계와 지멘스의 설계 도구가 제공하는 정형 데이터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퓨즈를 통해 엔지니어는 오픈AI나 구글, 앤트로픽의 AI 모델뿐만 아니라 엔비디아의 네모트론(Nemotron) 모델까지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끌어다 쓸 수 있다.
실제 설계 검증 현장에서 작동하는 에이전틱 AI 워크플로는, 엔지니어가 입력한 작업 프롬프트에 따라 여러 에이전트가 서로 소통하며 도구를 가동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에이전트들은 물리적으로 연결된 시뮬레이션 엔진을 구동해 작업 결과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의사결정을 스스로 검증한다. 만약 중간 과정에서 버그나 오류가 발견되면 AI가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디버깅하고 코드를 고치는 과정을 거쳐 완결성 높은 최종 데이터를 도출해 낸다.
지멘스 EDA는 이런 혁신 워크플로가 엔비디아와의 고도화된 기술 레이어 협업을 통해 물리적 안전성과 토큰 효율을 동시에 확보한다고 소개했다. 보안 런타임 환경인 엔비디아 오픈쉘(OpenShell) 내에서 에이전트를 안전하게 자율 제어하며, 네모 짐(NeMo Gym)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스스로 실행 방안을 개선해 나간다. 또한 지멘스의 산업용 지능화 허브인 인텔리전스 센터 X(Intelligence Center X)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반도체 설계 단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제조와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거대한 엔터프라이즈 추론으로 거듭난다.

▲ 앵커 굽타 수석 부사장은 엔비디아와의 협력 내용도 소개했다.
■ 기사 내용은 PDF로도 제공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