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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로 디지털 트윈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다
2026-08-04 444 0

제조업에서 효율성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전 세계 산업 기계 제조업체들은 인력 부족에 대응하고 혁신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동시에, 비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생산 환경을 디지털화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설계와 생산, 운영 데이터를 연결하고 실제 설비를 구축하거나 변경하기 전에 가상 환경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생산성과 유연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은 여전히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기보다 안전 여유를 지나치게 크게 잡아 공장을 과도하게 설계하거나 필요 이상의 자재를 투입하는 보수적인 방식을 선택한다. 시뮬레이션이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익숙한 물리적 방식에 의존하는 것이다.

설계 단계에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불필요한 자재와 폐기물을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낮추는 동시에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시뮬레이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디지털 트윈 도입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벽으로 남아 있다.

다행히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는 시뮬레이션을 더 쉽게 구성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디지털 트윈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동시에 숙련된 전문가에게는 반복적인 설정 작업을 줄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시뮬레이션의 진입장벽 낮추기

다른 산업 분야와 비교하면 산업 기계 업계에서 시뮬레이션의 활용도는 아직 높지 않은 편이다. 시뮬레이션을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숙련 인력이 부족한 데다, 많은 기업이 시뮬레이션의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충분히 높게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트윈은 제조업체가 물리적 설비에 투자하기 전에 가상 환경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새로운 생산 시스템이나 설비 구성을 검토할 때 실제 장비를 중단하거나 현장 운영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여러 조건과 시나리오를 빠르게 시험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시뮬레이션 기반 검증은 며칠 안에 완료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최적화되고 유연한 생산 시스템을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다.

AI는 이러한 시뮬레이션의 활용 범위를 전문가에서 일반 엔지니어로 넓혀준다. AI가 모델의 경계 조건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적합한 소재를 추천하면, 시뮬레이션 경험이 많지 않은 사용자도 복잡한 모델을 보다 쉽게 구성할 수 있다. 한편, 전문 사용자에게도 AI는 강력한 생산성 도구가 된다. 기존에는 모델을 설정하고 조건을 입력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AI가 반복적인 구성 작업을 자동화하면 전문가는 결과를 해석하고 설계를 개선하는 더욱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AI는 초보 사용자의 기술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숙련 사용자의 업무 속도와 효율성도 향상시키는 것이다.

국내 제조업 역시 AI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일부 부서나 개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활용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2025년 5월 발간한 ‘기업 내 AI 활용 현황 및 애로사항 분석 : 제조업을 중심으로’ 보고서는 국내 제조업의 AI 도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초기 투자 비용 부담과 도입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실증 사례 부족 등을 지적했다. 기존 설비와 데이터 환경이 서로 단절돼 있어 제조 데이터를 통합하고 AI와 연계하기 어렵다는 점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따라서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을 더 많은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대중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심에는 실행 가능한 디지털 트윈(executable Digital Twin : xDT)이 있다. 실행 가능한 디지털 트윈은 실제 장비의 물리적 거동을 나타내는 시뮬레이션 모델을 현장 설비나 에지 시스템, 클라우드 환경에 배포해 실시간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제조업체는 실제 설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xDT와 연결해 장비의 현재 상태를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며, 향후 유지보수 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한 밀링 가공 업체는 AI 기반 비전 센서와 xDT를 활용해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각수의 흐름과 절삭 칩의 축적 상태를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xDT가 실제 장비와 함께 작동하면, 디지털 트윈은 설계 단계의 검증 도구를 넘어 운영 현장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실시간 시스템으로 발전한다.

 

AI로 강화되는 시뮬레이션

AI와 시뮬레이션을 결합하면 디지털 트윈의 활용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실행 가능한 디지털 트윈이 공장에 효과적으로 통합되면 AI는 장비와 생산 공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더욱 정교하게 분석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다운타임을 줄일 수 있다. 특히 AI는 실제 생산 현장에서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보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상적으로 관리되는 산업 장비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고장 없이 작동한다. 이는 생산 현장에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AI 모델과 디지털 트윈을 개발하는 관점에서는 충분한 고장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어떤 조건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장비가 고장 직전에 어떤 징후를 보이는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때 AI를 활용해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면 실제 현장에서 관측하기 어려운 고장이나 극한 조건을 가상 환경에 구현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에서 빠진 ‘스트레스 상황’을 보완하고, 현실에 더욱 가까운 가상 장비를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비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됐을 때 즉시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지, 아니면 교체 부품이 도착할 때까지 일정 기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단순히 고장 여부를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 일정과 안전성, 유지보수 비용을 함께 고려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2026년 예산안에서 산업 전반의 인공지능 전환(AX) 확산을 위한 예산을 1조 1347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2025년의 5651억 원보다 100.8% 늘어난 것으로, 약 두 배 확대된 규모다. 특히 제조업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제조 비용을 절감하는 AI 팩토리 사업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AI와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스마트 제조 기반이 기업 차원의 기술 도입을 넘어 국가 산업정책의 핵심 과제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움직임은 AI와 디지털 트윈이 개별 기업의 기술 실험을 넘어 산업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숙련 인력의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와 디지털 모델로 전환하고, 중소·중견 제조기업도 고성능 인프라와 전문 역량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기술 도입의 문턱은 한층 낮아질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제조기업이 외부 환경의 변화와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더욱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유연한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제 여기에 AI가 결합하면서 시뮬레이션은 더욱 접근하기 쉽고 지능적인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AI와 시뮬레이션의 결합은 공장과 장비를 설계하는 과정을 더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장비의 신뢰성과 유지보수 효율을 높인다. 그 결과 제조업체는 다운타임과 자원 낭비를 줄이고 생산성과 전반적인 운영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의 가치는 실제 세계를 가상으로 복제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AI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고, 실제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 트윈이 끊임없이 학습하고 발전할 때 그 잠재력이 온전히 실현된다. 궁극적으로 AI와 디지털 트윈의 결합은 제조기업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 오병준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 한국지사장이다. 30여 년 이상 한국의 여러 글로벌 IT 기업을 거치며 비즈니스 및 기술 전문성을 구축해 왔다. SAS 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오라클 코리아, 테라데이터 코리아, IBM 코리아 임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오병준 mail@cadgraphics.co.kr


출처 : 캐드앤그래픽스 202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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