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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데이터를 실행 가능한 의사결정으로 : 라이프사이클 인텔리전스가 바꾸는 EPC 생산성
2026-07-28 483 0

한국 EPC 산업은 인력 부족과 비용 압박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더 많은 인프라와 복잡한 자산을 구축하는 동시에, 운영 회복성까지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플랜트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플랜트 수주액은 2023년 302억 달러에서 2025년 436억 달러로 증가했다. 프로젝트 규모와 수행 난이도는 계속 높아지는 반면, 가용 인력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숙련 인력 부족과 건설 현장 고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인력을 더 구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 팀이 달성하려는 목표와 분산된 정보 흐름 사이에서 벌어지는 격차를 좁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엔지니어링·건설업계 리더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질문은, 가용 인력은 줄고 복잡도는 높아지는 환경에서 어떻게 안전하고 법규에 부합하는 고품질 프로젝트를 납기 내에 완수할 것인가이다. 해답의 상당 부분은 설계에서 시공, 운영에 이르는 전체 자산 수명주기(라이프사이클)에 걸쳐 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조화·공유·활용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데 있다. 라이프사이클 인텔리전스(lifecycle intelligence)와 현대적 정보 관리가 ‘디지털 비전’에서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 수단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생산성 향상의 걸림돌, 데이터 부족보다 활용 가능한 데이터의 부재

많은 기업이 디지털 도구에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일관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가 지나치게 많은 환경에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딜로이트(Deloitte)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약 9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건설업 디지털 전환 현황(2025 State of Digital Adoption in the Construction Industry)’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 기업이 사용하는 데이터 환경의 중앙값은 11개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IT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서는 도면 버전 혼선, 업무 중복, 승인 지연, 재작업 리스크 증가, 잠재 이슈 조기 발견 실패 등의 형태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 다양한 시스템에 분산된 정보를 통합적으로 조회하고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은 자료 탐색과 보고서 작성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같은 보고서는 데이터 환경 통합·연계 시 기대 효과도 정량화하고 있다. 건설업계 리더들은 데이터 환경을 단일화할 경우 주당 약 10.5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대형 프로젝트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는 엔지니어링 및 시공 팀에 실질적인 여유 역량이 되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확보된 역량은 주공정(critical path) 의사결정, 안전 계획, 시공성 검토, 품질 보증,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재투입될 수 있다.

딜로이트는 기술 도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 기업이 도입한 기술의 평균 수는 전년도 5.3개에서 6.2개로 약 20% 증가했다. 그러나 메시지는 분명하다. 도입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핵심은 도입한 기술이 수명주기 전반에 걸친 일관된 정보 관리와 워크플로로 연결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엔지니어링·건설업에서 라이프사이클 인텔리전스가 중요한 이유

라이프사이클 인텔리전스란 설계·시공·운영·유지보수 전반에 걸쳐 의사결정과 데이터를 연결함으로써, 팀이 맥락을 파악하고 의존 관계를 이해하며 단순히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의사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뜻한다. 실제로는 자산·프로젝트 정보의 단일 진실 공급원(single source of truth)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획을 고도화하고 업무 조율 마찰을 줄이며, 리스크가 발생할 때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지향점이 아니다. 목표는 단순하다. 정보 품질이 프로젝트 수행의 예측 가능성과 직결되는 만큼, 정보 자체를 하나의 자산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 설계 및 공간 데이터를 하나의 환경에서 통합하면 프로젝트 참여자는 자산의 위치와 상태, 관련 정보를 맥락과 함께 파악하고 보다 신속하게 의사결정할 수 있다.

 

플랜트 EPC 분야의 AI 기반 엔지니어링 자동화 고도화를 위해, 현대건설과 옥타브(Octave, 당시 헥사곤 애셋 라이프사이클 인텔리전스)는 2025년 9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플랜트 특화 AI 기술 개발 협업, 기술 교류, AI 세미나 개최 등이 포함되어 엔지니어링 워크플로 내 AI의 실질적 적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면, 엔지니어는 자료를 찾고 검증하는 데 쓰는 시간을 줄이고 실제 엔지니어링에 집중할 수 있다. 현장 감독자는 상충되는 스프레드시트를 조율하는 대신 안전과 품질 관리에 전념할 수 있다. 프로젝트 관리(project controls) 팀은 보고서 작성에 매달리는 대신 예측과 리스크 완화에 역량을 쏟을 수 있다. 발주처는 더 완성도 높은 핸드오버 정보를 받아 유지보수성과 장기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강영철 교수는 “건설 프로젝트의 성과는 개별 정보 기술 사용 수준보다 업무 프로세스에 의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즉, 어떤 정보 기술을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에 정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여 프로세스 수행의 효율화를 높이느냐가 중요하다. 일관된 프로세스 수행은 일관된 프로젝트 성과로 이어지는데, 이를 위해서는 프로세스 수행을 뒷받침하는 정보의 흐름 역시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일관된 정보의 흐름을 위해서는 E(엔지니어링), P(조달), C(시공)와 관련된 여러 정보의 통합(information integration)이 중요하다. 최근 업계에서는 AI와 자동화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보다 설계·시공·운영 단계 전반에 걸쳐 정보를 일관되게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프로젝트 기획 및 설계 단계에서 생성된 정보가 시공 및 운영 단계까지 단절 없이 이어지며 활용될 때 정보의 단절로 인한 비효율을 줄일 수 있고 의사결정의 품질을 높일 수 있으며, 이러한 생애주기 기반 정보 관리가 앞으로 EPC 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의 ‘정량적 성과’란 무엇인가

정량적 성과는 각 단계별로 의미 있는 소수의 운영 지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일관되게 수집해 적시에 해당 담당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효과적인 프로그램은 대체로 주 단위로 추적 가능한 다음과 같은 핵심 지표에 집중한다.

  • 주요 프로젝트 정보 조회·검증 소요 시간 : 최신 승인 도면, 사양서, RFI(request for information), ITP(inspection and test plan) 등. 딜로이트가 제시한 ‘데이터 환경 단일화 시 주당 10.5시간 절감’ 수치는 효과 측정을 위한 유용한 벤치마크
  • 승인 및 변경 관리 사이클 타임 : 해당 단계의 지연이 후속 공정 전반의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표
  • 중복 업무 발생률 : 시스템 간 데이터 재입력, 이해관계자별 보고서 재작성 등 비효율 발생 수준
  • 핸드오버 시점의 자산 정보 완성도 : 운영 초기 단계의 리스크 최소화와 유지보수성 확보 수준

목표는 대시보드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정보를 신뢰할 수 있고, 구조화되어 있으며, 재활용 가능하게 만들어 납품 변동성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통합 플랫폼의 역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엔지니어링과 운영 정보를 통합하는 플랫폼이 데이터 파편화 해소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옥타브는 설계·시공·운영 전반의 정보를 연결해 기업이 데이터 과잉 상태에서 의사결정 가능한 인사이트로 전환할 수 있도록 라이프사이클 전반의 인텔리전스를 지향한다. 이 접근 방식은 정보 흐름의 문제가 안전, 공기, 원가, 장기 성능으로 직결되는 복잡한 자산 집약적 환경을 위해 설계됐다. 핵심은 엔지니어의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팀이 데이터를 신뢰하고 맥락을 파악하며 의사결정이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어떻게 파급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엔지니어링 판단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실질적 출발점

지금 당장 변화를 추진하려는 리더라면 몇 가지 실용적인 조치부터 시작할 수 있다. 먼저 정보 흐름을 프로젝트 수행 리스크와 연결해 살펴봐야 한다. 분산된 정보가 재작업, 일정 지연, 또는 컴플라이언스 미준수 가능성을 높이는 지점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핵심 문서와 자산 데이터가 관리되는 기준 정보 시스템(system of record)의 수를 줄여야 한다. 딜로이트 연구가 보여주듯 데이터 환경이 지나치게 분산될수록 복잡성은 빠르게 증가하며, 이는 생산성과 의사결정 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절감된 시간과 감소한 업무 변동성을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시장에서 시간은 곧 조직의 역량이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역시 건설업 전반에 걸쳐 인력 제약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 EPC 산업은 복잡성이 저절로 해소되기를 기다려서는 오늘날의 프로젝트 수행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다. 정보를 생산성 자산으로 인식하고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이를 측정 가능한 시간 절감과 향상된 리스크 관리, 그리고 더욱 높은 프로젝트 수행 확실성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민수
옥타브 Design and Build Business Unit 영업이사

 

이민수 mail@cadgraphics.co.kr


출처 : 캐드앤그래픽스 202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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