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지식전문가 조형식의 지식마당
매년 산업과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행사가 미국에서 열리는 CES와 독일에서 열리는 하노바 산업박람회이다. 다양한 기술과 트렌드를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곧 잊혀지는 이벤트이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CES 2026의 슬로건은 ‘혁신가들의 등장(Innovators Show Up)’이었다. 이번 전시회는 단순한 기술의 과시를 넘어, 인공지능이 실험실을 떠나 우리의 산업 현장과 일상에 완전히 뿌리내리는 실행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했다.
CES 2026에서 가장 압도적인 키워드는 단연 ‘에이전틱 AI(agentic AI)’였다. 과거의 AI가 인간의 질문에 답하는 챗봇 형태였다면, 이제는 스스로 목표를 이해하고 계획을 세워 실행까지 마치는 ‘자율적 대리인’으로 진화했다. 이번 CES에서는 소프트웨어 속에만 존재하던 AI가 로봇의 몸을 빌려 현실 세계로 튀어나온 피지컬 AI(physical AI)의 약진이 돋보였다. AI는 이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단계에 진입했다.
참고로 2025년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AI와 지속 가능성이 더 이상 실험실의 논의가 아닌, 제조 현장의 실질적인 비즈니스 백본(business backbone)으로 자리 잡았음을 선언했다. 이번 행사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된 디지털화(digitalization), 자동화(automation), 전기화(electrification)라는 세 줄기의 기술 흐름은 하나의 지향점, 즉 ‘지능형 지속 가능한 공장’으로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행사에서 우리 사회와 산업에 보내는 메세지는 디지털 동료(digital colleague)가 도래했다는 것이고, 이것은 현재의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요구할 지도 모른다. <그림 1>에서는 2026년 인공지능 기술의 주요 트렌드를 다섯 가지 핵심 영역으로 분류하여 미래 전망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자율적인 디지털 동료로 진화하며 인간과 긴밀히 협업하고, 추론 중심 모델과 멀티모달 기술을 통해 기술적 완성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의료, 과학 연구, 고객 서비스 등 산업 전반의 자동화가 가속화되는 동시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보안 체계와 거버넌스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전력과 반도체 같은 인프라 경쟁과 국가 간의 기술 격차 문제를 시장의 주요 변수로 다루며, AI 생태계의 복합적인 변화를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미래 경쟁력은 개인과 조직이 이러한 AI 에이전트를 얼마나 능숙하게 활용하고 관리하는지에 의해 결정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림 1. 2026년 5대 핵심 인공지능 트렌드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정의되는 변화의 변곡점에 서 있다. 지금까지의 AI가 우리가 던진 질문에 답을 내놓는 ‘똑똑한 도구’였다면, 다가오는 2026년의 AI는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능동적 동료’로 진화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자율적 에이전트’로 진화함에 따라, 기업이 보유한 지식을 어떻게 구조화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조직 내부에 잠재된 노하우인 ‘암묵지’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식지’로 전환하는 과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2026년, 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우리와 함께 일하는 능동적 동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 흩어진 무형의 자산을 어떻게 데이터화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림 2>는 기업의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하여 인공지능이 즉시 활용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지식 구조화 4단계 프로세스’를 제시하고 있다.

그림 2. 지식 구조화 4단계 프로세스
지식 구조화의 결과물인 온톨로지는 자율적 에이전트가 환각(hallucination) 없이 소통하고 협업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자율적 에이전트가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의미와 관계가 정의된 온톨로지 파운데이션(ontology foundation)이 탄탄해야 한다. 성공적인 AI 도입을 원하는 기업은 단순히 대규모 언어 모델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사의 고유한 지식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구조화하여 AI의 두뇌로 이식할 것 인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림 3. 인공지능 온톨로지
온톨로지의 핵심 역할
- 소통 프로토콜(protocol) : 서로 다른 AI 에이전트 간에 오해 없는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표준이 된다.
- 추론의 근거(reasoning) : 단순한 통계적 확률이 아니라, 정의된 논리적 관계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는 설명 가능한 AI(XAI)의 토대가 된다.
- 지식의 지도(context map) : 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하여 데이터의 의미와 관계, 업무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정한다.
2026년의 기업 경쟁력은 단순히 어떤 AI 모델을 쓰느냐가 아니라, 자사의 고유한 지식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조화했느냐에서 결정될 것이다. 4단계 프로세스는 기업이 AI를 통해 혁신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구체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다. 개인의 경쟁력은 AI가 업무의 실행을 담당하게 되면서, 인간의 역할은 직접 실무를 수행하는 ‘Doer’에서 AI 팀을 관리하고 조율하는 ‘지휘자(orchestrator)’로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결국 미래의 경쟁력은 AI 기술 자체보다 AI 에이전트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고 육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조직의 지식을 온톨로지 기반으로 체계화하고, 구성원들이 숙련된 지휘자로서의 역량을 갖출 때 비로소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진정한 디지털 동료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 조형식항공 유체해석(CFD) 엔지니어로 출발하여 프로젝트 관리자 및 컨설턴트를 걸쳐서 디지털 지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지식연구소 대표와 인더스트리 4.0, MES 강의, 캐드앤그래픽스 CNG 지식교육 방송 사회자 및 컬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보잉, 삼성항공우주연구소, 한국항공(KAI), 지멘스에서 근무했다. 저서로는 ‘ PLM 지식’, ‘서비스공학’, ‘스마트 엔지니어링’, ‘MES’, ‘인더스트리 4.0’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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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형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