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되면서 '트럼프 2.0 시대'가 열렸다. 이로 인해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며, 글로벌 경제와 지정학적 질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정치적 불안 속에서 국제 질서 변화라는 이중의 불확실성(double uncertainty)에 직면하게 됐다.
트럼프 1기 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웠던 그는 이번에도 기술 보호주의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 AI, 자율주행, 5G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대대적인 규제와 지원책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 첨단 기술·인재 유치를 위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해외 기업의 대미 투자 유치를 독려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국 및 비미국권 국가에서 생산된 부품과 시스템에 대한 규제는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Made in America’ 정책이 구체화되면,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현지 조달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제조업뿐 아니라 연구개발(R&D) 및 엔지니어링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당시 법인세 인하 및 규제 완화로 미국 내 제조·엔지니어링 시설이 급증했으며, 2기에는 반도체·전기차 배터리·정밀 기계 분야가 핵심 산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인프라 투자와 맞물려 자동화·로보틱스·AI와의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미국 제조업의 스마트 공장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중심의 기술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고 할 것이며,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는 기업들은 글로벌 기술 표준, 특허, 보안·품질 규제 대응에 대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 IT 업계는 기존 제조 경쟁력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AI 분야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투자를 확대해 ‘Made in America’ 정책의 혜택을 누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주요 대기업들은 미국 현지 공장 설립과 R&D센터 운영을 추진 중이며, 이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유지·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기도 하다.
동시에,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국과 협력해야 하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미국에서의 기술 협력을 균형 있게 조율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한국 IT 기업들은 기술 내재화와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트럼프 2기 체제는 글로벌 IT 업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새로운 시장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는 한편, 글로벌 파트너십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IT 업계 종사자들은 대외 정책 변화와 기술 트렌드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번 재편 과정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 박경수
캐드앤그래픽스 기획사업부장으로, 캐드앤그래픽스가 주최 또는 주관하는 행사의 진행자 겸 사회자를 맡고 있다. ‘플랜트 조선 컨퍼런스’, ‘PLM/ DX 베스트 프랙티스 컨퍼런스’, ‘CAE 컨퍼런스’, ‘코리아 그래픽스’, ‘SIMTOS 컨퍼런스’ 등 다수의 콘퍼런스 기획에 참여했고, 행사의 전반적인 진행을 담당해 왔다. 또한 CNG TV 웨비나의 진행자 겸 사회자로, IT 분야에서 발로 뛰는 취재기자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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