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귀영 현대자동차 디지털엔지니어링센터 상무
분야별 CAE 동향 인터뷰
가상제품개발(VPD)의 이해와 동향
현대자동차에서는 기존의 단순한 아날로그 정보들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것을 넘어 현재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인 복잡성을 해소하기 위해 가상차량개발(Virtual Vehicle Dev.)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디지털 엔지니어링 방법론을 가지고 적용해 나가고 있다.
박귀영 상무는 현대자동차 해석담당 겸 차량해석실장, 버추얼차량개발실장 등을 거쳐 현재는 디지털엔지니어링센터장을 맡고 있다.
가상제품개발(VPD)이란 무엇인가.
기존의 제품개발이 실물 기반의 개발이었다면, 가상개발은 모델 기반의 개발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주로 실물을 활용하여 개발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수행하던 것을, 모델을 활용하여 수행하는 체계로의 ‘개발 방식의 혁신’을 의미한다. 물론, 실물이나 모델만을 100% 활용하는 개발은 불가능하다. 즉, 가상제품개발(VPD, Virtual Product Development)은 실물과 모델을 동등한 지위로 하이브리드하게 운영하며, 효율적으로 개발의 완성도를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혹, 가상제품개발이 실물 시제품 제작 없이 개발하는 프로토리스(protoless)를 의미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실물과 모델의 운영 비율은 제품의 특성과 가상개발의 성숙도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지, 개발 방식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상제품개발을 하게 되면 어떠한 이점이 있는가.
모빌리티 개발에 있어 가상개발의 이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효율성이다. 실물 기반의 개발은 제작과 검증의 과정에서 많은 일정과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모델 기반의 개발 적용으로, 개발일정의 단축과 개발비용의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둘째는 복잡성의 해소이다.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개발 단계에서 사전에 고려해야 하는 시나리오가 거의 무한대로 증가하는 등 개발의 복잡성은 급격히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복잡성을 실물 개발로 모두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미래 모빌리티 환경 변화에 따른 가상개발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차량 개발과 관련한 해석 분야의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차량 개발에 있어 시뮬레이션 분야의 변화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시뮬레이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종래부터 충돌, 내구, NVH 등 차량의 핵심 기본성능 개발을 위해 CAD 형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3D CAE가 활용되어 왔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에너지관리, 자율주행 등 새로운 고객가치를 더하는 성능의 개발이 더욱 요구되고 있고, 이를 대응할 수 있는 기능 데이터 기반의 1D 시뮬레이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둘째, 시뮬레이션의 대상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시뮬레이션은 주로 완성차 레벨로 성능을 예측하고 검증하는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V형 모델로 대표되는 시스템 엔지니어링의 확대에 따라, 완성차 성능을 시스템/부품 단위로 Target Cascading 하고, 순차적/다면적으로 강건하게 검증하는 방식에 활용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가상제품개발을 위한 프로세스 혁신 전략과 방법론에 대해 소개한다면.
가상개발은 모델을 이용하는 개발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모델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데이터가 원활하게 활용되려면, 이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추적할 수 있는 IT 인프라도 필요하다. 즉, 가상개발을 통한 ‘개발 방식의 혁신’은 단독으로 추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중심의 ‘일하는 방식의 혁신’과, 언제/어디서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의 혁신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세 가지 혁신 방향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핵심 구성 요소이다. 따라서, 가상개발을 단순히 시뮬레이션 기법이나 정합성 중심의 개발로 한정하여 접근하면 매우 느리거나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디지털 엔지니어링의 관점에서 포괄적이고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모빌리티 생태계 변화에 따라 CAE 분야에서도 주목해야 하는 기술이나 향후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가.
종래의 시뮬레이션은 주로 제품의 양산 이전에 성능이나 품질을 확보하는데 활용되었으므로, 고객이 모빌리티를 구매하는 시점에 최고의 상품성을 제공하는 것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모빌리티 생태계는, 단순히 좋은 상품성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 중심에서, 제품을 소유하고 있는 전 기간동안 고객이 최상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게 하는 ‘서비스’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양산 이후에도 개인화 된 고객별 활용 패턴을 잘 분석하고 예측하여, 항상 업데이트 된 차량의 상품성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차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AI를 활용하여 분석하는 SVM(Smart Vehicle Monitoring) 기술이 시뮬레이션 모델과 결합하여 미래 가치를 예측하고 사전 대응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급격히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CAE 분야의 발전을 위한 제언이나 기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가상개발의 적용이 쉽지 않은 대표적인 이유로 ‘CAE 정확도의 부족’을 얘기하곤 한다. 그러나, 물리적/수학적 가정, 수치해석의 정식화 과정, 산포 이슈 등의 사유로, CAE 결과는 이론적으로도 실제 현상과 절대 같을 수 없다.
또한, CAE는 모델 기반 개발 방식의 대표적인 기법으로서 가상제품개발의 중요한 구성 요소임은 틀림 없으나, 그 전부가 아님을 주지해야 한다. 따라서, 더 이상은 해묵은 정확도 이슈에 매몰되지 않고, CAE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상제품개발에 가장 효율적인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CAE 분야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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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