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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검색 " MES"에 대한 통합 검색 내용이 516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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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크웰 오토메이션, “MES 전사 확장과 시스템 통합이 제조업 경쟁력 가른다”
글로벌 제조기업 대부분이 제조 실행 시스템(MES)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기업 전반으로 확장하고 다른 시스템과 완전히 통합해 시너지를 내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크웰 오토메이션은 최근 17개국 제조 및 산업 운영 분야의 의사결정권자 15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 전반으로 MES 확장’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기업의 93%가 최소 한 곳의 사업장에서 MES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전사적으로 구축한 기업은 28%에 그쳤다. 전사 자원 관리(ERP), 제품 수명주기 관리(PLM), 품질 및 운영기술(OT) 시스템 전반에 MES를 완전히 통합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23%에 불과했다. MES 도입은 보편화되었으나 단절된 시스템과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데이터, 늘어나는 운영 리스크 등으로 인해 실제 투자 가치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제조기업들은 MES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으로 시스템 통합(44%)을 꼽았다. 동시에 응답자의 33%는 MES를 가장 큰 데이터 통합 과제를 안고 있는 시스템으로 지목했다. 이는 제조기업들이 MES를 단순한 생산관리 도구가 아니라 기업 전반의 데이터와 운영을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공지능(AI) 도입에 대한 의지는 높았지만, 정작 데이터 활용 역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격차도 존재했다. 제조기업들은 향후 1년 이내에 전체 프로세스의 42%가 AI의 지원을 받고, 2030년에는 이 비율이 54%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43%는 현재 수집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AI를 실제 운영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MES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통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먼저 확보해야 함을 시사한다. 여기에 사이버 보안과 규제 준수도 MES 확장의 핵심 조건으로 꼽혔다. 조사 대상 기업의 46%는 지난 1년 동안 사이버 보안 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보안 및 규제 준수는 MES 구매 요건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순위(43%)를 차지했다. 생산 환경의 연결성이 확대될수록 보안과 운영 회복탄력성을 함께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보고서에 참여한 아이디씨(IDC)의 로렌조 베로네시 부책임 연구원은 “제조기업들은 MES 도입 여부를 넘어 이를 어떻게 전사적으로 확장할 것인지라는 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통합이 MES 구매의 핵심 요건이자 주요 현대화 과제로 꼽히는 상황에서, 단절된 시스템과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데이터를 방치할 경우 상당한 사업 가치를 놓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크웰 오토메이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력적인 에지 투 클라우드 MES 기술을 통해 제조기업의 전반적인 MES 확장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사출 성형 자동차 내장재용 플라스틱 부품과 조립품을 생산하는 1차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쿠미 노스 아메리카는 2008년 플렉스(Plex)를 처음 도입한 이후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사업장으로 스마트 제조 소프트웨어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최근에는 플렉스 MES 자동화 및 오케스트레이션까지 활용 범위를 넓혔다. 로크웰 오토메이션의 앤서니 머피 제품 관리 부사장은 “MES 도입 자체는 더 이상 가장 큰 장애물이 아니며, 이제는 이를 기업 전체로 확장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됐다”면서, “MES의 역할은 단순한 생산 추적을 넘어 품질 관리, 작업자 생산성, 공급망 예측 등 기업 운영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산 현장과 데이터가 연결되면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커진다”며, “경쟁에서 앞서가는 제조기업은 반드시 더 많은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과 조직을 더욱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성일 : 2026-07-15
D.A.N.A Work : 제조산업을 위한 데이터 기반 운영 AI 설루션
개발 및 공급 : 트리니오 주요 특징 : ERP/MES 위에 AI 실행 레이어를 얹는 제조업 특화 업무 자동화 설루션. 자연어 채팅 기반 업무 실행, 기존 시스템 연동, 사람 개입형 자동화(HITL), 정기 업무 자동 실행, 멀티 세션 상태 보존 등 사용 환경 : 웹 기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로 윈도우, 맥OS 등 주요 데스크톱 OS의 최신 웹 브라우저에서 사용 가능. 크롬 90 이상, 파이어폭스 88 이상, 사파리 14 이상,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90 이상 등의 브라우저 권장   트리니오는 구글, 삼일회계법인 컨설팅 출신 시스템 전문가가 설립한 제조 시스템–AI 연동 업무 자동화 및 데이터 운영 효율화 전문 기업이다. 제조 기업의 데이터 운영 업무를 AI로 자동화해 고객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며, 보유 ERP/MES에 AI를 연동하여 활용한다. D.A.N.A Work의 주요 적용 분야는 반복 사무 업무 자동화, ERP 데이터 조회 및 입력, 문서 기반 업무 처리, 외부 공고 및 웹 데이터 모니터링, 보고서 생성, 승인 기반 업무 처리, 정기 업무 스케줄링 등이다. 특히 기존 ERP나 업무 시스템을 교체하지 않고 그 위에 AI 기반 실행 레이어를 얹는 방식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매번 엑셀로 다운로드해 수행하던 반복적이고 복잡한 데이터 업무를 자동화하고, 보고서 작성을 기다릴 필요 없이 데이터 맥락에 기반한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그림 1. 자연어 채팅 기반 데이터 조회·시나리오 분석 화면(단가 10% 상승 시 손익 변화 분석 예시)   D.A.N.A Work의 특징 채팅 기반 업무 실행 사용자는 “이번 주 출하 내역 보여줘”, “경력증명서 등록해줘”와 같이 자연어로 요청할 수 있다. D.A.N.A Work는 요청을 이해하고 관련 워크플로 또는 데이터 조회를 추천하거나 실행한다.   기존 시스템 연동 SAP, 자체 ERP, SQL 서버, 외부 웹사이트, PDF, 엑셀 등 다양한 시스템과 문서를 하나의 워크플로로 연결한다. 사용자는 여러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내려받고 가공한 뒤 다시 입력하는 반복 작업을 줄일 수 있다.   사람 개입형 자동화(HITL) 모든 업무를 무조건 자동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승인이나 판단이 필요한 지점에서는 사용자 입력을 요청한다. AI와 자동화가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은 자동으로 진행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사람이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기 업무 자동 실행 매일 또는 매주 반복되는 업무를 예약 실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찰 공고 모니터링, 주간 리포트 생성, 정기 데이터 점검 등을 정해진 시간에 자동 실행하고 결과를 알림으로 받을 수 있다.   업무 상태 보존 및 병렬 처리 탭 기반 멀티 세션 구조를 제공한다. 여러 워크플로, 데이터 조 회, 채팅을 동시에 열어두고 작업할 수 있으며, 새로고침이나 재접 속 후에도 상태를 복원할 수 있다.   D.A.N.A Work의 제품 구성 AI 채팅 어시스턴트 업무 요청, 데이터 질의, 워크플로 추천, 실행 상태 확인을 담당하는 대화형 인터페이스이다.   워크플로 실행 모듈 사전에 정의된 업무 프로세스를 실행한다. PDF OCR, ERP 입력, 데이터 집계, 외부 API 호출, 이메일 또는 SMS 알림 등 여러 단계를 하나의 실행 흐름으로 묶는다.   그림 2. 업무 영역별로 구성된 AI 자동화 워크플로 목록(생산·구매·품질·영업)   데이터 조회 모듈 워크플로 전체를 실행하지 않고도 ERP나 내부 데이터를 읽기 전용으로 조회할 수 있다. 목록, 상세, 필터, 검색 등의 형태로 업무 데이터를 확인한다.   예약 실행 모듈 Cron 기반 스케줄로 정기 업무를 자동 실행한다. 실행 목록, 히스토리, 일시정지, 재개, 즉시 실행 기능을 제공한다.   알림 모듈 승인 대기, 태스크 실패, 워크플로 실패 등 중요한 이벤트를 벨 아이콘, 브라우저 알림 등으로 전달한다.   멀티 탭 및 상태 보존 모듈 여러 업무를 병렬로 진행하고, 탭 전환·새로고침·재접속 시 작업 상태를 유지한다.   관리자 및 연동 환경 워크플로 설정, 권한, 조직별 데이터 격리, 파일 저장, 서비스 연동 등을 위한 백엔드 및 클라우드 인프라로 구성된다.   D.A.N.A Work의 주요 기능 자연어 기반 AI 채팅 사용자가 메뉴나 시스템 구조를 익히지 않아도 자연어로 업무를 요청할 수 있다. AI는 사용자의 역할과 업무 맥락에 맞는 워크플로나 데이터 조회를 추천한다.   반복 업무 자동화 PDF 입력, 데이터 집계, 공고 모니터링, 보고서 생성, ERP 등록 등 사람이 반복 수행하던 업무를 자동화한다. 내부 문서 기준으로 문서 기반 ERP 등록은 건당 15~30분에서 1분 미만으로 줄어드는 사례가 정리되어 있다. 내부 도입 사례 기준 주요 성과는 <표 1>과 같다.   표 1   ERP 및 외부 시스템 연동 SAP, KIMS ERP, SQL DB, 외부 웹사이트 등 고객사의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업무 자동화를 수행한다. 시스템 교체 없이 AI 실행 레이어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조회 및 분석 미수금, 재고, 판매 주문, 공급업체 원장, 보고서 등 업무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다. 조회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워크플로 실행으로 이어갈 수 있다.   파일 첨부 및 문서 처리 PDF, 이미지, 엑셀 등 업무 파일을 첨부하여 OCR, 데이터 추출, 검증, 등록 등의 자동화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HITL 승인 및 입력 자동화 중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 단계에서는 입력 폼을 표시하고, 사용자가 승인하거나 값을 입력하면 다음 단계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예약 실행 및 실행 이력 관리 정기 업무를 자동 실행하고, 과거 실행 기록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실패 시 알림을 통해 재시도나 확인이 가능하다.   향후 계획 및 지원 전략 AI를 도입하고 싶지만 큰 비용으로 실증이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D.A.N.A Work는 저렴하고 빠르게 AI의 효력을 체감할 수 있도록 도입 프로세스와 비용을 최소화했다. AI 인터뷰 챗봇과 그 결과물에 기반한 개발 전문성을 토대로 한 AI 개발·활용 업무 구조를 통해 이를 실현한다.   그림 3. AI 인터뷰를 통한 현업 업무 파악 화면 – 일일 생산 보고서 업무를 단계별로 구조화   주요 고객 사이트 국내 및 베트남의 삼성전자 1차 협력사, 이차전지, 자동차변속기 기업 등 다양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제조 데이터 업무 자동화 및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 기사 내용은 PDF로도 제공됩니다.
작성일 : 2026-07-02
[칼럼] PLM 분야에서 AI의 현주소 : 기업은 AI를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나
트렌드에서 얻은 것 No. 33   ‘뭐든 척척’ − 그리고 숨은 간극 요즘 주변의 엔지니어와 동료를 만나 AI 이야기를 꺼내면 반응이 한결같이 밝다. 설계 검토를 거들고, 반복적인 코드를 대신 짜 주고, 장문의 보고서까지 매끄럽게 뽑아 주니 “뭐든 척척 해낸다”며 만족스러워한다. 실제로 손에 익혀 본 사람일수록 호의적이다. 그리고 이 체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일하는 방식이 눈에 띄게 가벼워졌다는 증언은 이제 도처에서 들린다.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맥킨지(McKinsey)의 ‘2025 AI 현황(State of AI)’ 조사에서 기업의 88%가 이미 AI를 쓰고 있다고 답했다. AI는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일상이 됐다. 다만 한 꺼풀 더 들어가면 흥미로운 간극이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AI로 전사 영업이익(EBIT)에 5% 이상 기여한 ‘고성과 기업’은 6%에 그쳤고, MIT의 ‘GenAI Divide’ 보고서는 전 세계가 생성형 AI에 300~400억 달러를 쏟아부었음에도 파일럿의 95%가 손익을 측정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개인의 만족은 분명한 사실인데, 그 만족이 아직 조직 전체의 성과로는 충분히 번지지 못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 ‘척척 해내는’ 개인의 경험을, 어떻게 조직의 성과로 키울 수 있을까. 기업 현장의 AI 활용을 영역별로 따라가 본다.   ▲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AI 비서(코파일럿) : 만족이 시작되는 곳 대부분의 만족은 ‘AI 비서’에서 출발한다. 메일 초안, 회의록 요약, 번역, 규격 문서 검색, 매크로·코드 작성, 보고서 정리까지 대화 몇 번이면 결과물이 나온다. 사무용 협업 도구와 개발 환경에 비서가 기본 탑재되면서, 개인의 생산성 향상은 누구나 체감하는 현실이 됐다. 지인들이 “뭐든 척척”이라고 말하는 바로 그 지점이다. 이 효용은 진짜이고, AI 여정의 소중한 출발점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여지도 분명하다. MIT가 짚었듯, 범용 비서는 개인의 생산성은 확실히 높이지만 조직 전체의 워크플로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그래서 ‘AI를 쓴다’고 답한 88% 가운데 다수가 이 단계의 만족에 머문다. 비서는 훌륭한 시작점이며, 다음 단계는 이 개인의 성과를 팀과 공정의 성과로 잇는 일이다.   AI, 기업 속으로 파고들다 − 프리미엄 구독과 ‘섀도 AI’ 흥미로운 변화는 위에서 내려오는 도입만이 아니라, 아래에서 올라오는 침투에서 일어나고 있다. 직원들이 회사의 공식 승인과 무관하게, 개인 프리미엄 구독으로 일상 업무에 AI를 끌어다 쓰는 흐름이다. 예컨대 클로드(Claude)의 상위 요금제인 맥스(Max)는 월 100달러(5배)~200달러(20배) 수준으로, 표준 프로(Pro) 요금제 대비 사용량을 크게 늘리고 코딩 도구(Claude Code)까지 온전히 열어준다. 하루 4~5시간씩 복잡한 업무에 AI를 붙들고 사는 지식근로자·개발자·분석가를 겨냥한 요금제다. 이런 고사용 구독을 개인이 직접 결제해, 문서 작성부터 코드·분석까지 ‘하루 종일 쓰는 주력 도구’로 삼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만큼 효용을 강하게 체감한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 사용의 상당수가 회사의 레이더망 밖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MIT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이 개인 챗봇 계정을 업무에 쓰는 기업이 90%를 넘는 반면, 회사 차원의 공식 LLM 구독을 갖춘 곳은 40%에 그쳤다. 공식 도입이 정체된 사이, ‘섀도 AI(shadow AI)’ 경제가 음지에서 번창하고 있는 셈이다. 한 보고서는 지식근로자의 71%가 여전히 IT 승인 없이 AI 도구를 쓴다고 집계했다.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크게 갈린다. 한쪽은 보안을 이유로 외부 AI를 차단한다. 분기 보고서를 요약하려고 마진 데이터를 외부 챗봇에 붙여 넣는 식의 정보 유출이 실제로 벌어지고, 섀도 AI가 관련된 유출 사고는 건당 평균 약 67만 달러의 추가 비용을 낳는다는 조사도 있다. 우려는 정당하다. 그러나 차단이 곧 사용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한 도구를 막으면 직원들은 다른 도구로 옮겨갈 뿐이고, 차단은 기업이 얻을 수 있는 AI 가치의 상당 부분까지 함께 버리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다른 한쪽, 그리고 점점 더 많은 기업은 ‘막기’가 아니라 ‘잘 쓰게 하기’로 방향을 튼다. 승인된 안전한 도구(팀·엔터프라이즈 요금제, 거버넌스가 적용된 사내 환경)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직원의 만족과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것이다. 실제로 한 의료 기관은 승인된 AI 도구를 제공한 뒤 비승인 사용이 89% 줄고, 임상의 1인당 하루 32분을 절약했다고 보고했다. 요컨대 AI는 이미 기업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고, 관건은 그것을 음지에 둘 것인가, 양지로 끌어내 성과로 전환할 것인가다.   로컬 LLM과 주권 AI : 데이터를 안에 두기 물론 ‘잘 쓰게 하기’의 출발점은 보안이다. 사내 정보가 외부 서비스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국내 조사에서도 AI 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로 ‘정보 유출 우려(41.9%)’가 꼽혔다. 그 결과, 모델과 데이터를 자사 통제 영역 안에 두려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핵심 키워드는 ‘로컬 LLM’과 ‘주권 AI(sovereign AI)’다. 거대 범용 모델 대신, 규모는 작지만 특정 도메인에 맞춘 소형 언어 모델(sLLM)을 온프레미스나 사설 클라우드에 올려 민감 데이터가 회사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게 하는 방식이다. 한 조사에서는 데이터 주권을 추구하는 기업의 약 67%가 이미 어떤 형태로든 사설 AI 인프라로 옮겨갔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보안 민감도가 높은 제조·금융 대기업이 외부 서비스 대신 자체 모델(예컨대 삼성전자의 ‘가우스’)과 ‘사내 GPT’를 구축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렇게 안전한 사내 환경이 갖춰지면, 직원들은 마음 놓고 더 적극적으로 AI를 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보안이 사실상 전부인 일부 영역에서는, 이 로컬·온프레미스 전략이 ‘트렌드’가 아니라 ‘유일한 선택지’가 된다. 대표적인 곳이 국방과 규제 산업이다.   시나리오 중심의 구축 : 국방과 규제 산업 이들 영역의 키워드는 ‘에어갭(air-gap, 폐쇄망)’이다. 시스템이 런타임에 필요로 하는 모든 것—모델, 토크나이저, 검색 엔진—을 경계 안에 미리 갖춰 두고, 외부 API 호출과 클라우드 의존을 0으로 만드는 구조다. 오픈웨이트 모델(라마·미스트랄·큐원 등)을 자체 GPU 클러스터에 올려, 토큰 생성이 단 한 번도 경계를 벗어나지 않게 한다. 여기서 AI는 비서에 그치지 않고, ‘시나리오에 맞춰 짓는’ 대상이 된다.   국방 해외에서는 미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가 2025년 초, 핵·방산 관련 통제정보(CUI·ITAR)를 다루기 위해 클라우드 대신 LLM 자체 호스팅이라는 ‘더 어려운 길’을 택했다. 미 육군은 로컬에서 호스팅하는 보안 LLM에 접근하는 ‘엔터프라이즈 LLM 워크스페이스’를 배치했고, 이를 군사 영향등급 IL5에서 기밀 작전용 IL6로 확장하고 있다. 데이터 유출 우려 때문에 육군이 타군의 AI 프로그램을 자기 망에서 차단한 일까지 있었을 만큼, 보안 민감도는 절대적이다. 국내도 빠르게 움직인다. 방위사업청은 방위력 개선사업 관련 법령·규정·용어를 학습시켜 내부망에서 문서 요약·초안 작성·특화 번역을 제공하는 생성형 AI 서비스 구축을 추진 중이다. 1단계로 내부 포털에 ‘AI 비서’를 얹고, 2단계에서 사업보고서 초안 생성·현황 분석까지 수행하는 단계적 구상이다. 국방통합데이터센터(DIDC)는 국방 생성형 AI 운영을 위한 GPU 서버 구축을 진행하고, 국내 클라우드 기업은 국방 AI 전환 전담 조직을 신설해 정찰· 감시 영상 분석, 작전 교신 분석 등 군사 데이터를 통합하는 ‘한국형 국방 AI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특히 보안 기관에 엔지니어가 상주하며 현장 시나리오에 맞춰 시스템을 직접 설계·운영하는 ‘전방 배치 엔지니어(FDE)’ 방식까지 등장했다. 그 바탕에는 병력 감소라는 구조적 압박—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현실—이 있다.   규제 산업 제약(GxP 하의 배치 이력·공정 레시피), 금융(FINRA·SEC 규제), 의료(환자정보 PHI), 그리고 전력·플랜트 같은 중요 인프라와 OT(운영기술) 환경도 같은 길을 걷는다. 이들에게 에어갭은 ‘기능’이 아니라, 규제·감사·국가안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유일한 컴플라이언스 자세’다. 이런 환경의 AI 에이전트는 범용이 아니라 임무 특화로 지어진다. 폐쇄망 안에서 기밀 문서 분석·정보 요약을 수행하고, 공장에서는 인터넷 없이 예지보전·비전 검사·에이전틱 워크플로를 돌린다. 공정 레시피도, 환자 정보도, 공급사 IP도 시설 밖으로 한 줄도 나가지 않는다. 핵심은 ‘범용’이 아니라 ‘시나리오’다. 작전·공정·규제라는 구체적 맥락에 맞춰, 모델과 에이전트를 그 경계 안에서 설계하고 길들인다.   사내 정보 학습과 엔지니어링 지식센터(RAG) 모델을 안으로 들였다면, 다음은 ‘우리 지식을 먹이는 일’이다. 핵심 기술이 RAG(검색 증강 생성)다. 사양서·도면·작업표준·장애 이력·회의록처럼 흩어진 사내 문서를 색인하고, AI가 답을 만들 때 그 근거를 실시간으로 끌어오게 하는 구조다. 이렇게 하면 환각(hallucination)을 크게 줄이고 ‘우리 회사 맥락’에 맞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이는 곧 ‘엔지니어링 지식센터’의 구축으로 이어진다. 베테랑의 머릿속과 개인 폴더에 흩어져 있던 설계 노하우·실패 사례·검토 기준을, 질문하면 출처와 함께 답하는 살아있는 지식 베이스로 바꾸는 것이다. 신입도 베테랑의 경험을 즉시 꺼내 쓸 수 있게 되니, ‘척척 해내는’ 경험이 개인을 넘어 조직 전체로 확장된다. 실제로 한 유럽 은행은 RAG 기반으로 감사·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자동화해 3년간 약 2천만 유로를 절감하고 36명분의 업무 시간을 돌려받았다고 보고했다. 다만 전제가 있다. RAG의 답은 먹인 데이터의 품질을 넘지 못한다. 사내 문서가 정돈돼 있지 않고 표준이 없으면, 지식센터는 ‘쓰레기를 빠르게 찾아 주는’ 시스템이 될 뿐이다. 8개월 전에 폐기된 규정을 자신 있게 답하는 AI는 모델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구조의 문제다. 접근권한 통제와 최신성 관리도 필수다.   실행하는 에이전트 : 인사·재무·엔지니어링 가장 앞선 활용은 ‘실행하는 에이전트’다. 질문에 답하는 비서를 넘어, 여러 시스템을 넘나들며 다단계 업무를 스스로 수행한다. 가트너(Gartner)는 2025년 5% 미만이던 ‘업무 특화 에이전트 내장 애플리케이션’이 2026년 말 약 40%까지 늘 것으로 내다봤다. 부서별로 보면 현주소가 좀 더 구체적으로 잡힌다. 인사(HR) : 이력서 스크리닝, 면접 일정 조율, 입사 온보딩 오케스트레이션, 휴가·급여·복리후생 문의 응대 등 정형·반복 업무를 메신저 안에서 처리해, HR 인력을 채용 전략·조직문화 같은 고부가 업무로 돌린다. 재무(finance) : 인보이스-발주서 자동 대사(matching), 비용 승인 흐름, 이상 거래·부정 징후 탐지, ERP 연계 결제 처리. 한 글로벌 투자은행은 450개 이상의 AI 활용 사례를 매일 운영하고, 한 결제 서비스 기업은 단일 고객상담 에이전트로 850여 명분의 업무량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엔지니어링 : 현장 엔지니어들이 가장 높은 만족을 표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설계 검토 보조, 생성형 설계(generative design), 코드 자동화, 사내 지식 검색이 일상에 녹아든다. 맥킨지의 조사에서도 에이전트 도입 선도 분야로 IT·지식 관리와 함께 ‘엔지니어링’이 꼽혔고, 소프트웨어·IT 영역에서는 10~20%의 비용 절감이 보고된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좁고, 반복적이며, 오류 비용이 관리 가능한 업무에서 에이전트는 빛난다. 반대로 과제가 열려 있고 판단의 무게가 클수록, 사람의 검증(human-in-the-loop)은 여전히 필수다.   벤더는 어떻게 대응하나 − PLM·ERP·SaaS의 공통 행보 그렇다면 설루션 벤더들은 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특정 회사를 떠나, PLM·ERP·SaaS 진영 전반에서 관찰되는 공통점은 세 가지다. 첫째, ‘기록의 시스템’에서 ‘실행의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다. 과거 데이터를 저장·조회하던 플랫폼들이, 이제 자연어 비서와 에이전트를 기본 기능으로 내장해 사용자가 시스템 안에서 직접 일을 처리하게 만든다. PLM은 BOM·도면 탐색 비서를, ERP는 구매·인사·재무 워크플로 에이전트를, SaaS는 자사 데이터 위에서 동작하는 코파일럿을 전면에 내세운다. 둘째, 보안과 주권을 전제로 한 배치다. 거대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하되, 전용 인스턴스·온프레미스·지역별 데이터 처리 옵션을 제공해 규제와 데이터 주권 요구를 흡수하려 한다. 앞서 본 ‘로컬 LLM’ 수요에 벤더가 응답하는 방식이다. 셋째, ‘담장 안의 지능’이라는 한계다. 어느 벤더든 AI는 결국 자사 플랫폼이 관리하는 데이터 안에서만 똑똑하다. PLM의 AI는 PLM 데이터를, ERP의 AI는 ERP 데이터를 본다. 정작 제품 개발 의 진짜 병목인 PLM−ERP−MES-품질을 가로지르는 단절은 아직 어느 벤더의 AI도 풀어 주지 못한다. ‘에이전트 네이티브’로 시스템을 재설계하기보다, 기존 시스템에 비서를 끼워 넣는 단계에 머 물러 있는 셈이다.   맺음말 − 만족을 성과로 기업의 AI 활용을 비서 → 기업 속으로의 침투 → 로컬화 → 시나리오별 구축 → 지식 학습 → 에이전트로 늘어놓고 보면, 정작 중요한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 조직은 지금 어느 지점에 있는가?” 분명한 것은, AI가 이미 많은 이들에게 ‘뭐든 척척 해내는’ 든든한 동료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설계도, 보고서도, 코드도 거뜬히 거들어 주니 현장의 만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 만족은 진짜이고, 변화의 가장 강력한 연료다. 다만 88%와 6%를 가른 결정적 차이는 도구의 보유가 아니라 ‘워크플로의 재설계’였다. 개인이 느끼는 만족을 조직의 성과로 키우려면, 그 만족 위에 정돈된 데이터와 다시 짠 일의 흐름을 얹어야 한다. 국방과 규제 산업이 보여주듯, 가장 큰 성과는 막연한 범용이 아니라 구체적 시나리오 위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좋은 소식은, 이미 AI의 효용을 몸으로 느낀 사람들이야말로 다음 단계로 갈 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도입은 쉽고 전환은 어렵지만, ‘척척’의 경험을 가진 현장이 그 어려운 길을 가장 앞서 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끝에, 6%의 자리가 있다.   ■ 류용효 디원의 상무이며 페이스북 그룹 ‘컨셉맵연구소’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현업의 관점으로 컨설팅, 디자인 싱킹으로 기업 프로세스를 정리하는데 도움을 주며, 1장의 빅 사이즈로 콘셉트 맵을 만드는데 관심이 많다. (블로그)     ■ 기사 내용은 PDF로도 제공됩니다.
작성일 : 2026-07-02
[칼럼] 인공지능 시대의 성공 법칙 : 혁신과 변화를 연결하는 새로운 생각
디지털 지식전문가 조형식의 지식마당   오늘날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생성형 AI, 디지털 트윈, 자율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피지컬 AI, 소프트웨어 정의 시스템(software-defined system) 등 수많은 혁신 기술이 등장하고 있으며, 조직은 이를 도입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혁신은 조직을 얼마나 변화시키고 있는가? 현실은 기대와 다르다. 혁신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지만 조직의 업무 방식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의사결정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 AI를 도입했지만 구성원의 행동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림 1. 기술 혁신과 디지털 변환의 역설   반대로 변화 관리 프로그램은 활발하게 진행되지만 정작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혁신은 있었지만 변화가 없고, 변화는 있었지만 혁신이 없다. 이런 실패로 많은 대기업이 현재 인공지능 투자 핑계로 많은 직업들을 해고하고 있다. 이러한 단절은 오늘날 대부분의 조직이 직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최근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고자 한다. 바로 혁변(革變, innovative change)이다. 혁변은 혁신(innovation)과 변화(change)의 합성어이다. 하지만 단순한 조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혁신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행위다. 변화는 기존 상태를 새로운 상태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혁신은 미래를 만드는 힘이고, 변화는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힘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이 두 과정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림 2. 혁신과 변화 그리고 혁변의 차이점   혁신은 연구소에서 일어나고 변화는 현장에서 일어난다. 혁신은 프로젝트로 관리되고 변화는 교육과 캠페인으로 관리된다. 결국 혁신과 변화는 서로 연결되지 못한 채 각각의 활동으로 남게 된다. 혁변은 이러한 분리를 거부한다. 혁변은 혁신과 변화를 하나의 연속된 진화 과정으로 바라본다. 혁신이 변화로 이어지고, 변화가 다시 새로운 혁신의 기반이 되는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혁변의 본질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이상 기술 자체에 있지 않다. 동일한 AI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경쟁력은 연결 능력에서 나온다. 경험을 연결하고, 지식을 연결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하고, 학습과 실행을 연결하는 능력이 조직의 성패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개념이 바로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이다. 디지털 스레드는 원래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를 연결하는 개념으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그 의미가 훨씬 확장되고 있다. 제품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 조직의 지식, 제품의 가치 창출 과정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야 한다. 혁변은 바로 이러한 디지털 스레드 기반 사고를 혁신과 변화의 영역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혁신이 점(point)이라면, 변화는 선(line)이다. 그리고 혁변은 스레드(thread)이다. 혁신의 순간들을 변화의 흐름으로 연결하고, 변화의 결과를 다시 새로운 혁신의 출발점으로 만드는 지속적인 가치 흐름이 바로 혁변이다.   그림 3. 혁변은 스레드   혁변은 세 개의 핵심 디지털 스레드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첫 번째, LDT(life digital thread)이다. LDT는 인간의 경험을 연결한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경험을 한다. 회의를 하고,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실패를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험은 사라진다. 혁변 관점에서 경험은 가장 중요한 혁신 자산이다. 경험은 인사이트를 만들고, 인사이트는 새로운 지식의 씨앗이 된다. LDT는 이러한 경험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두 번째, KDT(knowledge digital thread)이다. 경험은 지식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KDT는 경험에서 얻어진 인사이트를 개념으로 정리하고, 개념을 지식으로 체계화하며, 지식을 재사용 가능한 패턴과 원리로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산은 데이터가 아니다. 구조화된 지식이다. KDT는 조직의 집단 지성을 축적하는 메커니즘이며, 혁변의 두 번째 축이다. 세 번째, PDT(product digital thread)이다. 지식은 실행될 때 비로소 가치가 된다. PDT는 지식이 제품과 서비스,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되는 과정을 연결한다. 요구사항, 설계, 개발, 운영, 서비스의 전 과정을 하나의 스레드로 연결하여 가치 창출을 실현한다. 혁신은 제품을 만들고, 변화는 제품을 정착시키며, 혁변은 제품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진화시킨다.   그림 4. 세 가지 디지털 스레드   혁변 프레임워크의 진정한 의미는 LDT, KDT, PDT 각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세 가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경험은 인사이트가 되고, 인사이트는 지식이 되며, 지식은 제품과 서비스가 되고, 제품과 서비스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다시 새로운 경험이 된다. 이 과정은 끝없이 반복된다. 이는 단순한 프로세스가 아니라 진화의 순환 구조이다. 혁변은 바로 이 순환 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메타 프레임워크이다. 산업화 시대의 혁신은 효율을 추구했다. 디지털 시대의 혁신은 연결성을 추구했다. AI 시대의 혁신은 진화성을 추구해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를 생성했는지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경험이 지식으로 전환되었는지, 얼마나 많은 지식이 가치로 실현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가치가 다음 혁신의 자산으로 축적되었는지가 중요하다. 혁신은 더 이상 프로젝트가 아니다. 혁신은 하나의 스레드이다. 변화는 더 이상 관리 대상이 아니다. 변화는 진화의 과정이다. 그리고 혁변은 혁신과 변화를 연결하는 데브옵스(DevOps) 체계이다.   그림 5. 미래를 지배할 조직의 조건   AI 시대는 지식의 민주화를 넘어 혁신의 민주화 시대로 향하고 있다. 누구나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고, 누구나 지식을 생산할 수 있으며, 누구나 혁신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혁신이 가치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가치를 만드는 것은 연결이다. 혁변은 혁신과 변화를 연결하고, 경험과 지식을 연결하며, 사람과 제품을 연결하고, 현재와 미래를 연결한다. 결국 미래의 경쟁력은 더 많은 혁신을 가진 조직이 아니라, 더 많은 스레드를 연결할 수 있는 조직에서 나온다. 혁변은 그 연결의 철학이며, AI 시대 지속가능한 진화의 엔진이다. 새로운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미래는 연결하는 자의 것이 될 것이다.   ■ 조형식 항공 유체해석(CFD) 엔지니어로 출발하여 프로젝트 관리자 및 컨설턴트를 걸쳐서 디지털 지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지식 연구소 대표와 인더스트리 4.0, MES 강의, 캐드앤그래픽스 CNG 지식교육 방송 사회자 및 컬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보잉, 삼성항공우주연구소, 한국항공(KAI), 지멘스에서 근무했다. 저서로는 ‘PLM 지식’, ‘서비스공학’, ‘스마트 엔지니어링’, ‘MES’, ‘인더스트리 4.0’ 등이 있다.     ■ 기사 내용은 PDF로도 제공됩니다.
작성일 : 2026-07-02
몬드리안에이아이, AI 자율제조 구현 비전과 제품 개발
인공지능(AI)은 이제 산업 현장에서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공정을 제어하는 '자율제조'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몬드리안에이아이(Mondrian AI)는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제조, 바이오, 의료, 공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AI 전환을 실질적으로 실현해 온 통합 AI 플랫폼 전문 기업이다. 통합 AI 플랫폼 전문 기업의 비전과 핵심 역량 몬드리안에이아이는 설립 초기부터 고객의 디지털 전환을 넘어 산업 전반의 AI 전환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구현한다는 비전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AI 개발과 운영을 자동화하는 머신러닝 운영(MLOps) 플랫폼 '예니퍼(Yennefer)'를 중심으로 산업 맞춤형 AI 모델 설계와 구축에 주력해 왔다. 품질 예측, 공정 최적화, 실험 자동화, 의료 진단 보조 등 현장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고도화된 기술은 고객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또한 고성능 GPU 클라우드 서비스 '런유어 AI(Runyour AI)'와 통합형 AI 어플라이언스 '몬박스(MonBox)'를 함께 제공해 플랫폼부터 인프라, 운영까지 AI 도입 전 과정을 통합 지원한다. 몬드리안에이아이의 목표는 단순한 연구가 아닌, 현장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실행 가능한 기술로 AI를 안착시키는 것이다. 제조 현장의 혁신, AI 자율제조 플랫폼 MonPlant 산업 현장의 데이터가 방대해지면서 몬드리안에이아이는 독자 개발한 AI 자율제조 팩토리 플랫폼 '몬플랜트(MonPlant)'를 통해 새로운 해답을 제시했다. 이 플랫폼은 제조 현장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 제어, 모니터링 기능을 통합 제공하는 AI 기반 자율제조 시스템이다. 각 설비에는 제어용 AI 에이전트가 탑재되어 현장 전문가의 판단과 조작 패턴을 학습한다. 이를 기반으로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자동 제어나 제어 가이던스를 생성하며, 공정별 최적 제어 시나리오를 스스로 결정하거나 운영자에게 제안한다. 이로써 휴먼 에러를 줄이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산업별 맞춤형 AI 도입과 현장 시스템의 유연한 연동 최근 산업 AI는 실시간 예측과 자율 제어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되었다. 몬드리안에이아이는 팩토리 플랫폼을 제조실행시스템(MES), 지능형 품질 검사 시스템(IQIS), 팩토리 BI 등 다양한 현장 시스템과 연동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다. 웹 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통해 데이터 수집부터 전처리, 정합성 검증, 모델 학습, 배포, 피드백 제어에 이르는 전체 MLOps 주기를 자동화했다. 또한 고성능 엣지 서버와 중앙 클러스터 서버 간 연계를 통해 현장 실시간 제어와 중앙 모니터링을 동시에 구현한다. 몬드리안에이아이 솔루션의 가장 큰 강점은 뛰어난 유연성과 확장성이다. 대기업의 고도화된 시스템 요구뿐만 아니라, 전문 AI 인력이 부족한 중소 및 중견 제조업체도 손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중소기업에는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인 단일 머신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기업에는 맞춤형 통합 패키지를 제안한다. 현재 이차전지 및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식품, 의료, 정밀화학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며 산업군별 맞춤형 모델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완전자율 생산환경을 향한 미래 전략 몬드리안에이아이는 산업 현장의 고민을 현재의 시스템을 어떻게 더 잘 운영할 것인가로 정의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언어모델 운영(LLMOps), 에이전틱 AI(Agentic AI), 물리적 AI(Physical AI) 등 최신 기술을 제조 현장에 적극 구현하여, 데이터와 AI가 중심이 되는 완전자율 생산환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개발된 불량 예측 모델과 공정 최적화 알고리즘을 모듈화해 플러그인(Plug-in) AI API 형태로 제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보유 솔루션을 통합한 AI 팩토리 컨트롤 타워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어, 품질, 물류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멀티 에이전트 기반 인텔리전스 허브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실행 가능한 AI를 통해 산업 혁신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한 몬드리안에이아이의 행보가 주목된다.  
작성일 : 2026-06-16
AI 전기 도면으로 제조 애셋의 가치를 깨운다
지능형 공장을 위한 AI 전기 도면 및 데이터 자산화 전략   제조 현장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기 도면은 스마트 공장의 ‘디지털 유전자’로 재정의되고 있다. 국제 표준 기반의 AI 전기 도면은 파편화된 데이터를 구조화하여 설비 고장을 스스로 추론하는 고해상도 디지털 트윈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호에서는 제조 애셋의 가치를 높이고 자기 진화형 제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4단계 로드맵을 살펴본다.   ■ 구형서 AI 기반 전기 CAD 공급사 WS코리아의 대표이다. 이플랜코리아 대표를 지냈고 지멘스, PTC 등에서 엔지니어 및 사업개발을 담당했다. 홈페이지 | www.wscad.co.kr     전략적 배경 : 전기 도면의 ‘디지털 유전자’화 제조 현장의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되면서 전기 도면은 단순한 설계 산출물을 넘어 설비의 모든 정보를 관통하는 ‘디지털 유전자(digital DNA)’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기업이 예지보전(PdM)이나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을 도입하고 있으나, 그 토대가 되는 도면 정보가 PDF나 CAD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로 파편화되어 있어 지능화의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능형 공장의 4단계 계층 구조(현장 데이터 − 설계 데이터 엔진 − 응용 서비스 − 전사 관리)에서 ‘설계 데이터 엔진’은 현장의 실시간 데이터와 AI 엔진 사이를 잇는 핵심 아키텍처이다. 이 엔진이 결여된 AI 모델은 단순히 계측값의 임계치를 감시하는 ‘저해상도(low-resolution)’ 알람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반면, 구조화된 AI 전기 도면이 뒷받침되면 특정 차단기 고장 시 영향을 받는 부하 리스트나 복잡한 인터록(interlock) 체인의 영향도를 스스로 추론하는 ‘고해상도(high-resolution) 구조적 추론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결국 ERP, MES, SCADA를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묶는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를 완성하여 자기 진화형 폐루프(closed-loop) 제조 시스템을 구현하는 필수 인프라가 된다. 이러한 전략적 필요성을 바탕으로, AI가 해석 가능한 도면 체계의 핵심 구성 요소를 먼저 정의한다.   AI 전기 도면의 3대 핵심 기반 요소 분석 AI 전기 도면은 ‘보는 문서’에서 ‘해석하는 데이터’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며, 이를 위해 표준화, 일원화, DB화라는 세 가지 기술적 토대가 필요하다.   데이터 인프라(표준화) : AI 해석의 정밀도 및 학습 효율 극대화 AI 비전(AI vision)의 인식률과 추론 정확도를 확보하기 위해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표 1   지식 및 추론 데이터(일원화) : 단일 데이터 모델 구축 설계-제작-운영 전 과정이 단일 데이터 모델(SSOT : single source of truth)로 통합되어야 한다. 단순한 도형의 집합이 아닌 제조사, 모델명, 전기적 특성(전압, 전류), MTBF(평균 고장 간격) 등의 메타데이터를 내장한 객체 기반 심벌을 사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배선 정보(wiring schedule)와 케이블 스케줄을 데이터로 관리함으로써, 설계 변경 시 모든 리포트가 동기화되는 정합성을 보장하고 AI가 고장 원인을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지식 베이스를 형성한다.   설계 및 운영 지원(DB 기반) : 디지털 트윈의 신뢰성 및 계통 통합 도면 정보를 SQL DB 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데이터 본질의 변화를 의미한다. 파일 중심 관리에서 벗어나 데이터베이스화된 설계 정보는 실시간 PLC/센서 데이터와 연계되어 디지털 트윈의 해상도를 결정한다. 이는 설계 버전 오류를 원천 차단하고, 장애 발생 시 원인 분석 시간을 단축(MTTR 감소)하여 전사적 자산 관리(EAM)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이는 비즈니스 성과로 직결된다. 확립된 기술 요소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단계별 실행 로드맵으로 진입한다.   ▲ AI를 위한 전기 도면 데이터 방안     ■ 자세한 기사 내용은 PDF로 제공됩니다.
작성일 : 2026-06-05
[핫윈도] 데이터·온톨로지·인과추론으로 다시 짜는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운영체계
AI 컴퓨팅의 다양화와 메모리 장벽으로 인해 반도체 경쟁의 중심이 미세화를 넘어 시스템 수준의 공동 최적화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는 공통 의미 체계인 온톨로지와 인과추론을 도입하여 현장 데이터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조 AX(AI 전환)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또한 다목적 베이지안 최적화(MOBO)와 물리 정보 신경망(PINN) 기반의 자율 실험실을 구축하고, 고객사 인증을 설계 단계부터 통합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의사결정을 가속화하는 새로운 운영체계를 짜야 한다.   ■ 이 글은 지난 4월 17일 진행된 'SIMTOS 2026 뿌리산업 & 소부장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AI는 어떻게 반도체 산업의 게임 규칙을 바꾸고 있는가 지난 2년간 생성형 AI는 두 단계의 진화를 거쳐 왔다. 첫 번째 단계는 ‘지식 Al(knowledge Al)’의 시대로, GPT-4o, 클로드(Claude), 제미나이(Gemini) 같은 생성형 AI 모델과 같이 사전 학습과 후처리(post-training)를 통해 글을 잘 쓰는 모델이 주류였다. 두 번째 단계는 강화학습 기반의 ‘추론 Al(thinking Al)’의 시대다. 긴 사고연쇄(chain-of-thought), 에이전트 워크플로, 수리적 추론을 수행하는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AI는 단순한 정보 생성기가 아니라 의사결정 보조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이 변화는 반도체 하드웨어 수요 구조 자체를 흔든다. 한때 GPU 일변도였던 AI 가속기 시장은 이제 구글 TPU, 메타 MTIA, AWS Trainium(트레이니움), 마이크로소프트 Maia(마이아), 오픈AI(OpenAI) 자체 칩, 애플 자체 칩 등 ‘ASIC 다극화’ 국면에 들어섰다. 핵심은 이들 칩이 모두 첨단 노드(N2~N3급)와 HBM3e/HBM4 같은 고대역폭 메모리, 그리고 CoWoS 계열 첨단 패키징을 공통의 토대로 삼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AI 컴퓨팅의 다양화가 진행될수록 메모리, 패키징, 소부장 같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강하거나 육성하려는 영역의 수요는 오히려 더 두꺼워지고 있다. 엔비디아가 그리는 ‘AI 팩토리’ 청사진도 이 흐름과 정확히 맞물린다.(그림 1) CPU(오케스트레이터), GPU(병렬 연산), DPU(데이터 이동 및 보안), 추론 ASIC(주문형 반도체), 그리고 미래에는 QPU(양자처리장치)까지 워크로드를 분해해 각 엔진에 최적 배분한 뒤 다시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는 구조다. 이 구조에서 가장 큰 병목은 ‘연산 그 자체’가 아니라, 엔진 사이를 흐르는 데이터의 대역폭과 지연시간이다. 결국 AI 시대의 반도체 경쟁력은 단일 노드의 미세화가 아니라, ‘시스템 수준에서 얼마나 잘 합치는가(co-optimization)’로 옮겨가고 있다.   그림 1. AI 워크로드는 분해되어 각 엔진에 배분된 뒤 통합 플랫폼으로 다시 결합된다. 메모리-인터커넥트-전력-냉각이 반도체 소부장의 새로운 경쟁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I를 반도체 제조에 적용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 AX(AI 전환, Al transformation)는 단순히 ‘공정에 AI를 붙이는 일’이 아니다. AX의 본질은 산업 전반에 걸쳐 데이터와 의사결정 구조를 재편하는 작업이며, 반도체 소부장 영역은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사례로 볼 수 있다. 산업통상부와 주요 제조업계가 추진하는 ‘제조 AX 얼라이언스(M.AX)’가 한국 산업 특화 AI 모델, AI 반도체 집적 데이터센터(AIDC), 피지컬 AI, 디지털 트윈, 합성 데이터 증강 등을 묶어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인화, 자동화, 예지보전, 다품종 소량생산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LLM이 부딪히는 ‘보이지 않는 벽’ 그렇다면 왜 그토록 뛰어난 LLM이 막상 제조 현장에 들어가면 “그럴듯한 예측과 묘사” 수준에 머무는가? 핵심 원인은 네 가지다. 첫째, 산업 데이터의 대부분은 통제된 실험 데이터가 아니라 관측 데이터이며,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만을 학습한 모델은 ‘만약 X를 바꾸면 Y가 어떻게 변할까’라는 개입(intervention)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둘째, 숨겨진 변수(confounder)와 운영 편향이 거짓된 상관을 만든다. 예를 들어 불량률이 높은 날 숙련자를 더 투입하다 보면, ‘숙련자가 늘면 불량이 늘어난다’는 엉뚱한 역상관이 데이터에 새겨진다. 셋째, 설비 교체나 원료 변경 혹은 계절 변화로 인해 분포가 끊임없이 이동(distribution shift)하므로, 상관관계 기반 모델은 학습한 분포를 벗어나는 순간 급격히 성능이 저하된다. 넷째, 제조의 목적함수는 수율만이 아니라 에너지, 안전, 비용, 납기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다목적 최적화이며, 이는 본질적으로 인과적 이해를 요구한다.   벽을 넘어서기 위한 두 개의 다리: 온톨로지와 인과추론 온톨로지 : 기계가 현장을 이해하게 만드는 번역기 데이터-DX-AX-AI로 이어지는 모든 연결 부위가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리 큰 모델도 무용지물이다. 이 단절을 잇는 첫 번째 다리가 ‘온톨로지(ontology)’다.(그림 2) 온톨로지는 설비, 공정, 제품, 품질이라는 현장의 모든 대상을 기계가 이해하는 ‘공통 사전’이자 ‘공통 의미 체계’다. 의미가 부여된 측정치, 체계적인 식별자, MES(제어 시스템)와 ERP(전사 관리 시스템)의 시간축 통합, 그리고 작업 규정, 안전 규칙, 노하우와 같은 암묵지의 디지털화. 이 네 가지가 온톨로지의 출발점이다. 현실적인 접근은 ‘대형 완성형 온톨로지’가 아니라 ‘최소기능 온톨로지(minimum viable ontology)’의 3층 구조다. 공장별로 매핑(local mapping) 위에 산업별 확장(industry extension)을 얹고, 그 위에 산업 간 호환을 보장하는 공통 코어(core)를 두는 식이다. 반도체 소부장의 경우, 제품 온톨로지 아래로 소재(조성 및 물성), 부품(설계 및 공정), 장비(파라미터 및 유지보수)의 세 갈래가 뻗고, 각 도메인 사이를 지식 그래프로 연결한 뒤 ISO 23247(디지털 트윈), SEMI E10/E79(장비), MatML(소재), EMMO(유럽 멀티스케일 온톨로지) 같은 표준 인터페이스 계층 위에 AI 신소재 탐색·공정 최적화, 예측 정비, 공급망 추적 응용을 올리는 구조가 자연스럽다.   인과추론 : 전면 규명보다 국소 의사결정부터 두 번째 다리는 인과추론이다. 시스템 전체에 대한 인과 모델을 한 번에 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가까운 미래(phase 1)에는 국소 인과효과 추정(local causal effects)에 집중한다. 예컨대 ‘특정 온도 구간에서 압력 변경이 수율에 미치는 평균 처치효과(ATE)와 조건부 처치효과(CATE)’를 추정해 즉시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식이다. 디지털 트윈과 제어 로그를 활용해 자연실험이나 A/B 테스트와 유사한 준-실험 설계(quasi-experimental design)도 가능하다. 이 단계의 목적은 ‘원인을 완벽히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조건이 바뀌어도 덜 실패하는 강건한 운영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다. 더 먼 미래(phase 2)의 목표는 미국 에너지부의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이 그리는 그림과 닮아 있다. 로봇 실험실과 AI를 연동해 ‘개입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생성하고, 인과 모델과 정책 학습을 닫힌 순환구조(closed-Loop)로 가속하는 것이다. 한국 소부장 산업이 단번에 거기까지 갈 필요는 없다. 다만 그 방향성을 분명히 인지하고, 매 단계에서 인과적 사고를 선택지에 올려두어야 한다.   그림 2. 소부장 도메인은 지식 그래프와 표준 인터페이스(ISO 23247, SEMI E10/E79, MatML, EMMO)를 통해 통합되며, 그 위에 AI 신소재 탐색·공정 최적화·예측 정 비·공급망 추적 응용이 작동한다.   메모리 장벽이 만드는 새로운 반도체 소부장 혁신 압력 AI 반도체의 성능은 더 이상 연산 코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난 20년간 하드웨어 FLOPS(초당 부동소수점 연산)는 9만 배 증가했지만, DRAM 대역폭과 인터커넥트 대역폭은 30배 성장에 그쳤다. 이른바 ‘메모리 장벽(memory wall)’이다. AI 칩에서 90~95%의 에너지가 메모리의 입출력과 로드·언로드에 소비되며, 연산 지연시간(latency)의 60~70%는 이 메모리 장벽에서 발생한다. 산술연산강도(arithmetic intensity)가 낮은 워크로드일수록 더 빨리 포화되기 때문에, AI 반도체의 진짜 경쟁은 ‘얼마나 많은 코어를 박느냐’가 아니라 ‘메모리에 얼마나 가까이 붙느냐’의 싸움이 되었다. 이 압력은 한국이 강한 메모리·패키징 영역으로 곧장 전이된다. 첫째, 어드밴스드 메모리 장치 자체의 혁신이 필요하다. 임의접근 지연시간 단축, MRAM/ReRAM/PCRAM 같은 비휘발성 소자, TSV 기반 3D 적층이 핵심이다. 둘째, 패키징 인터커넥트는 광 링크(photonics link), 칩렛 기반 모듈, 에너지 효율 극대화로 진화한다. 셋째,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최적화되는 DTCO(design-technology co-optimization), PIM(processing-in-memory), 스마트 스크래치패드, 메모리 소프트웨어, 데이터 레이아웃 프리패칭 등이 빠르게 부상한다. 현장의 본딩 기술 경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SK하이닉스의 MR-MUF는 매스 리플로 몰디드 언더필 방식으로 열전도 성능을 극대화하며 현재 가장 검증된 주력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NCF(비전도성 필름)+TCB(열압착) 조합으로 미세 피치에서의 정밀도와 고단 적층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16단 이상 고적층을 위한 차세대 해법으로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 범프(bump) 자체를 없애고 구리 접점으로 직연결하는 방식)’을 향해 가고 있다. 결합 밀도, 정렬 정밀도, 장기 신뢰성 관점에서 수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향후 5년의 승부처다. 그러나 GPU-HBM 패키지(SiP)에서 일단 불량이 발생하면, 원인 규명에 들어가는 자원은 천문학적이다. AI 기반 검사·신호 모델링,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 테스트, 그리고 연합 학습을 통한 현장 데이터 학습 전략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본질적으로, 첨단 패키징 소재에는 기계·열·전기·광학·계면 등 최소 다섯 가지 이상의 물성이 동시에 요구된다. 소재-소자-접합-양산 최적화는 더 이상 순차적 방식으로 풀리지 않는다. 동시 병렬-가속적 방식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소재 설계의 패러다임 전환 : Al-Driven Materials Discovery 전통적인 실험계획법(DOE)은 명확한 한계를 안고 있다. 선형적·순차적이며, 다중 스케일/차원/물리의 동시 최적화는 기본적으로 수학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 ‘아직 모르는 것을 모른다(unknown unknowns)’가 가득한 N차원 공간에서 제한 요소들을 뭉뚱그려 가정하고 시간 스케일 차이를 무시한 결과, 시간과 자원은 낭비되고 초기 후보군 필터링 효율은 낮다. 결정적으로 고객사 인증 데이터와 추론을 반영하기 어려워, 인증 라운드가 곧 비용 증가와 시장 진입 지연으로 직결된다.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은 분명하다. 과거의 ‘인간 직관 중심의 순방향 시뮬레이션’과 현재의 ‘대량 계산 데이터 기반 데이터 드리븐 AI’를 거쳐, 미래는 ‘자율 실험실(autonomous labs)’이다. AI 에이전트와 로봇이 능동적으로 가설을 수립·실행하고, 성공한 데이터뿐 아니라 실패한 네거티브 데이터까지 100% 무손실 자동 캡처하며, 다중 목적함수를 동시에 최적화한다. 단일 소재의 상용화에 10~20년이 걸리던 시간 축이, 이론적으로는 한 자릿수 배수로 압축될 수 있다.   MOBO와 PINN : 두 개의 핵심 엔진 이 패러다임을 떠받치는 두 엔진이 다목적 베이지안 최적화(MOBO : multi-objective bayesian optimization)와 물리 정보 신경망(PINN : 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이다. MOBO는 다출력 가우시안 프로세스(MOGP) 같은 서로게이트 모델, qEHVI나 CEHVI 같은 획득함수, 그리고 베이지안 최적화 진화 알고리즘 강화학습 같은 탐색 패러다임을 조합해, 적은 실험 횟수로 파레토 프론트(Pareto front)를 효율적으로 탐색한다. PINN은 AI가 추상적으로 상상하는 공간을 물리법칙(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픽의 법칙, 아레니우스 동역학 등)이 작동하는 현실 공간으로 ‘편집’해 준다. 전통적 머신러닝이 2nm 식각 프로파일을 학습하기 위해 500장 이상의 웨이퍼 데이터를 요구할 때, 손실 함수에 유체역학을 직접 박아 넣은 PINN은 데이터를 약 10배 줄이고 비물리적 환각(hallucination)을 차단한다. 10nm에서 학습한 물리 계층을 그대로 동결한 채 50장의 2nm 웨이퍼 데이터만으로 미세 조정해 만족할 만한 정확도에 도달하는 ‘전이 학습’도 가능해진다. 이 흐름이 가져오는 산업적 효과는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시장 진입 시간(time-to-market) 30~40% 단축, R&D 시뮬레이션 예산 50~60% 절감, 동일 노드 성숙도에서 5~10%포인트의 수율 향상, 그리고 CHIPS Act 세액공제 같은 정책 지원의 적극적 활용 가능성 등은 모두 정량적으로 추적 가능한 효과다.   사례 : EUV 리소그래피용 금속산화물 포토레지스트 이 모든 논의가 너무 이론적으로 추상적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한 가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보자. 0.55 NA 아나모픽(anamorphic) 광학을 사용하는 차세대 EUV 리소그래피의 핵심 난제는 ‘RLS 트릴레마(resolution-LER-sensitivity trilemma)’다. 30nm 이하로 떨어지는 초점 심도(DoF)는 20nm 미만의 초박막 포토레지스트(PR, 광감응재)를 강요하고, 얇아진 막은 광자를 12% 적게 흡수하므로 광자 산탄 잡음(photon shot noise)이 지배적이 된다. 14nm 피치, 20mJ 도즈 조건에서 가장자리 부피에 도달하는 광자는 약 1130개 수준에 불과해 푸아송 잡음(Poisson noise)이 선예도(LER : line-edge roughness)을 1.36nm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잡음을 잡으려 도즈를 높이면 처리량이 떨어지고, 후노광 베이크(PEB) 온도를 낮추면 반응이 불완전해진다. 단일 소재로는 풀리지 않는 ‘물리 한계 트릴레마’다. 기존의 화학증폭형 레지스트(CAR)는 EUV 흡수율이 낮고 PFAS 규제 리스크에 취약하다. 금속산화물 레지스트(MOR)는 EUV 흡수율이 5배 높고 PFAS 컴플라이언스를 통과하지만, 결함 밀도가 여전히 도전적이다. 이 문제를 푸는 접근이 PINN과 머신러닝 원자간 포텐셜(MLIP)의 결합이다. 약 300개의 DFT 구조(금속산화물 클러스터 + 유기물 리간드 분자)에 대한 능동 학습(active learning), 이완 에너지, HOMO-LUMO 갭 기준 스크리닝, 학습된 모델의 DFT 검증, 그리고 시간의존 밀도범함수론(TD-DFT)을 통한 들뜬 상태 계산을 결합하면, DFT-MD-KMC-연속체 역학·광학에 걸친 다중 스케일 다중 물리 문제를 ‘가상 팹 퍼널(Virtual Fab Funnel)’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그림 3) 10만 개의 생성형 후보군에서 시작해 빠른 물리 필터-중간 충실도 시뮬레이션-고충실도 TCAD를 거쳐 실제 합성 검증할 2~3종의 후보로 압축하는 이 접근은, 전통적 다구치 L27 DOE 대비 비용을 약 절반, 시간을 약 60% 줄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3. 생성형 풀 → 물리 필터 → 중간 충실도 시뮬레이션 → 고충실도 TCAD → 실험 합성으로 이어지는 ‘가상 팹 퍼널’은 시간을 50%, 비용을 40% 줄이고 성공률 을 10~20배 끌어올린다.   진짜 병목은 Lab이 아니라 Lab-to-Fab 그러나 한 가지 냉정한 사실을 짚어야 한다. AI가 소재 발굴을 10배 가속해도, 실제 매출까지의 주기(time-to-revenue)는 50% 정도밖에 줄지 않는다. 진짜 병목은 ‘고객 승인 대기’ 구간이다. 기존 방식에서는 소재 발굴 12개월, 공정 최적화 6개월, 내부 인증 4개월, 고객 재인증 12개월의 총 34개월이 소요된다. AI를 도입해 발굴 단계를 12개월에서 1.2개월로 압축해도, 고객 승인 대기 10개월이 그대로 남아 총 16.2개월 수준에 머문다. 90%를 단축한 것 같지만 전체 리드타임은 절반밖에 줄지 않는 셈이다. 패러다임 전환이 한 번 더 필요하다. AI 기반 소재·공정 개발 가속화를 ‘내부용 도구’ 차원을 넘어 ‘고객 인터페이스’로 격상시켜야 한다. 사후 검증에 불과했던 고객사 인증을 아예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고, 고객사의 인증 데이터를 가우시안 프로세스의 사전분포(prior)로 인코딩해 두는 식이다. 인증 관점은 사후 병목(afterthought)에서 ‘설계 단계 통합(by design)’으로, 고객 관계는 단순 공급자-구매자에서 ‘리스크 셰어링 파트너’로, 정보 흐름은 단절된 블랙박스에서 ‘투명한 대시보드’로, 인증 모드는 점진적·단절적 이벤트에서 ‘연속적 상태 모니터링’으로 옮겨가야 한다. 이것이 단순한 ‘AI 적용’이 아니라 ‘AI 기반 파운드리(Al-Driven Foundry)’ 전략의 본질이다.   자율 실험실이라는 종착점 이 흐름의 자연스러운 종착점이 자율 실험실(SDL : self-driving lab)이다. AI가 다음 실험을 제안하고, 로봇이 합성하며, 자동화된 측정 장비가 데이터를 수집해 다시 AI에 피드백하는 폐쇄 루프다. HBM packaging 소재를 예로 들면, 충전재 종류, 충전율, 입자 크기, 에폭시 수지 조성 등을 설계 공간으로 정의한 뒤, 분자 동역학(MD) 시뮬레이션과 소량 도포, 레오미터(rheometer)의 중간 충실도 유체역학 실험, 실제 패키징이나 열충격(TCT) 신뢰성 평가의 다중 충실도 실험을 GP-MOGP 서로게이트와 EHVI 획득함수로 묶어 운영한다. 액상 분배 로봇, 자동 경화 오븐, 레이저 플래시법(열전도), TMA/DMA(CTE), 열충격 챔버를 자동 측정으로 묶고 나면, 탐색 횟수는 약 1/20로, 실험 사이클은 2~3일에서 6시간 수준으로 줄어든다. OLED 발광 소재의 경우는 SMILES 표현을 GP에 직접 입력하는 타니모토(Tanimoto) 커널을 활용해 이산적인 분자 공간을 연속 파라미터 없이 탐색하고, 톰슨 샘플링으로 병렬 합성을 분산시키는 식이다.   AX 전환 프레임워크와 시뮬레이터 이상의 논의를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단계론으로 정리하면 다섯 단계가 도출된다. 1단계 : DX 기반 구축(데이터 수집-표준화 온톨로지 설계 디지털 인프라) 2단계 : AI 파운데이션 모델 도입(LLM, GNN, 확산, 서로게이트 모델 선택과 사전학습) 3단계 : 도메인 특화 파인튜닝(소재 물성, 장비 공정, 부품 신뢰성 데이터 기반의 미세조정) 4단계 : 디지털 트윈과 서로게이트 모델(실시간 공정 시뮬레이션, 가상 실험, 예측적 품질 관리) 5단계 : 산업적 가치 창출(개발 주기 단축, 수율 개선, 비용 절감, 한계 극복) 이 다섯 단계는 소부장의 세 도메인에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며, 각 도메인은 자체 핵심 모델을 갖는다. 소재는 IBM의 Materials Foundation Model에 MACE와 베이지안 최적화를 결합한 형태, 부품은 비전 트랜스포머와 PINN, 디지털 트윈의 결합, 장비는 PINN과 트랜스포머, 강화학습 에이전트의 조합이 자연스럽다. 전공정의 8단계(산화 – 포토리소그래피 – 식각 – CVD – 이온주입 – CMP – PVD – 열처리)를 하나의 디지털 트윈으로 묶으면, 각 단계의 수율을 곱한 누적 수율(cascading yield)이 시각화된다. 여기에 소재 순도(3N~6N), 장비 노후화, 다운타임, 대기시간(0~24시간) 같은 외부 영향 요인을 ‘섭동 계층(perturbation layer)’으로 얹으면, 시나리오 엔진이 ‘소부장 교체 효과 추정’, ‘민감도 분석’, ‘병목 공정 식별’, ‘ROI 계산’ 같은 왓이프(what-lf) 분석을 즉시 수행한다. 개별 챔버 단위에서는 PECVD SiN 증착 공정 시뮬레이터처럼 챔버 온도, 압력, 전구체 유량, RF 파워를 슬라이더로 조절하면서 증착 속도 균일도·막 응력·표면 거칠기, 파티클 리스크, 건강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이런 챔버 시뮬레이터는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니라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맺음말 : 한국 반도체 소부장의 새로운 운영체계 AI 시대의 반도체 경쟁력은 단일 노드의 미세화에서 시스템 수준의 공동 최적화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 메모리 장벽이 만드는 혁신 압력, HBM4–HBM4E–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이어지는 적층 경쟁, 첨단 패키징 소재의 다물리 동시 최적화, 그리고 EUV MOR 같은 차세대 소재 개발, 이 모든 영역에서 한국이 가진 자산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그 자산이 ‘제조 AX’라는 새로운 운영체계 위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의 잠재력은 빠르게 평가절하된다. 앞에서 짚었듯이, 제조 AX의 본질은 ‘좋은 모델을 가져와서 데이터에 적용하는 일’이 아니다. 데이터–DX–AX–AI로 이어지는 단절된 조인트를 잇는 ‘온톨로지’라는 다리, 상관관계가 아닌 인과관계로 의사결정을 개선하는 ‘인과추론’이라는 다리, 그리고 사후 검증이 아닌 설계 단계 통합으로 격상되는 ‘고객 인증’이라는 다리를 동시에 놓는 작업이다. 이 세 다리 위에 MOBO, PINN, SDL이라는 도구가 얹히고, 그 위에서 비로소 한국 반도체 소부장은 ‘기술 경쟁’을 넘어 ‘운영체계 경쟁’의 무대에 오른다. 기술 확보 자체가 최종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AI도, 디지털 트윈도, 자율 실험실도 결국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더 적은 비용으로 의사결정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 점을 분명히 하는 순간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단순해진다. 가장 작은 의사결정 단위에서 데이터를 잇고, 그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가 부여된 데이터로 인과적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한국 반도체 소부장의 다음 10년은 그 작은 출발점에서 결정될 것이다.   ■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및 공과대학 부학장     ■ 기사 내용은 PDF로도 제공됩니다.
작성일 : 2026-06-04
[핫윈도] 조선소 디지털 트윈과 피지컬 AI의 실체적 구현
조선산업은 표면적 호황과 별개로 구조적 난제를 안고 있 다. 수주·건조 경쟁 심화, 숙련 인력의 고령화와 이탈, 생산 시스템의 노후화, 그리고 수주산업 특유의 극단적 복잡성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조선소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업무 전산화나 개별 공정 자동화를 넘어, 설계–구매–생산–물류–원가–납기 전 과정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조선소에서 디지털 트윈과 피지컬 AI(physical AI)를 실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핵심 요건을 기술적으로 정리한다.   ■ 이 글은 지난 4월 16일 진행된 ‘SIMTOS 2026 피지컬 AI & 디지털 트윈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HD현대는 2020년부터 Future of Shipyard(FOS) 로드맵을 통해 디지털화·가시화, 연결·예측·최적화, 지능형 자율 운영의 3단계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는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핵심 구조를 구체화하고 있다.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성립시키는 기술적 삼위일체는 디지털 매뉴팩처링(DM), 디지털 트윈, 피지컬 AI이며, 이 세 요소는 개별 기술이 아니라 상호 순환하는 통합 구조로 작동해야 한다. 특히 실험실 수준의 데모를 넘어 실제 야드에서 작동 가능한 수준의 디지털 트윈·피지컬 AI 체계를 구현하려면, 온톨로지 기반의 SSOT(single source of truth), 애플리케이션 및 피지컬 AI 오케스트레이션, 엔드 투 엔드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필수적이다.   조선소 DX는 왜 다시 정의되어야 하는가 조선소는 전통적인 중후장대 산업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복잡한 디지털 전환 과제를 안고 있는 제조 현장 가운데 하나다. 같은 배가 하나도 없고, 동일 선주에게 인도되는 선박조차 호선별 사양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 조선소는 오래전부터 이미 ‘대량 맞춤형 생산(mass customization)’을 수행해 온 산업이다. 다만 그 복잡성을 지금까지는 사람의 경험, 현장 숙련, 그리고 조직 내부의 암묵지에 크게 의존해 감당해 왔다. 문제는 그 방식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숙련 기술자는 줄어들고 있고, 생산 복잡성은 더 커지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최첨단 선박을 설계·건조하면서도, 이를 지탱하는 정보 시스템은 여러 세대에 걸쳐 누적된 레거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조선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지만, 그 제품을 만드는 시스템은 충분히 현대화되지 못한’ 모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디지털 전환은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된다. HD현대의 FOS 로드맵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1단계는 디지털화와 가시화, 2단계는 연결·예측·최적화, 3단계는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지향한다. 중요한 점은 3단계가 단순히 ‘자동화가 많이 적용된 조선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 은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체 공정을 이해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AI가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일부는 직접 실행하는 운영 체계를 뜻한다. 이 글은 바로 이 2단계와 3단계 사이의 기술적 연결고리를 다룬다.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의 기술적 삼위일체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성립시키는 핵심 요소는 디지털 매뉴팩처링, 디지털 트윈, 피지컬 AI의 세 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세 요소는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지만, 실제 운영 관점에서는 하나의 순환 구조로 통합되어야 한다. 세 요소 사이의 관계를 ‘삼위일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지털 매뉴팩처링은 3차원 가상공간에서 설계와 생산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CAD 기반의 설계 정보를 실제 제조 맥락으로 연결하는 사전 검증 체계다. 이는 현장 작업 이전에 충돌, 순서, 작업성, 자원 배치의 문제를 예측하게 해주는 ‘가상 작전 지도’에 가깝다. 반면 피지컬 AI는 센서, 비전, 로봇, AMR(자율 이동 로봇)/ AGV(무인 운반차), 협동로봇 등 현실 세계에 실제로 작동하는 지능형 실행 계층이다. 즉 디지털 매뉴팩처링이 ‘실행 이전의 검증’이라면, 피지컬 AI는 ‘현장 실행의 지능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중심축이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은 단순한 3D 모델이나 설비 상태 모니터링을 넘어서, 현실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흡수하고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하며 그 결과를 다시 현실로 피드백시키는 운영형 모델이어야 한다. 즉 디지털 트윈은 ‘보는 모델’이 아니라 ‘판단하고 개입하는 모델’이어야 한다. 조선소가 자율 운영 단계로 이동하려면 바로 이 구조가 성립되어야 한다.   조선소 디지털 트윈은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가 오늘날 많은 산업에서 디지털 트윈을 도입하고 있다. 설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하고 예지보전을 수행하는 사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조선소에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조선소의 본질적 복잡성은 설비 단위보다 공정과 일정, 자재와 작업 순서, 협력 사와 물류, 설계 변경과 원가 반영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조선소에 필요한 진정한 디지털 트윈은 공정 중심의 왓이프(what-if)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디지털 트윈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도크에서 용접 작업이 지연되었다고 하자. 이것은 단지 해당 작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뒤따르는 크레인 사용 일정, 후행 자재 공급, 작업자 동선, 탑재 순서, 심지어 납기와 원가에도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 조선소의 디지털 트윈은 이러한 영향을 국소 최적화가 아니라 전역 최적화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대안이 가장 유리한지, 어떤 순서 변경이 가능한지, 어떤 자원 재배치가 필요한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조건이 하나 더 있다. 진정한 디지털 트윈은 ‘양방향 시뮬레이션 구조’로 규정할 수 있다. 현실 세계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가상 세계로 유입되고, 가상 세계에서 계산된 최적화 결과가 다시 현실 세계의 시스템과 작업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양방향 루프가 형성되지 않으면 디지털 트윈은 결국 시각화 도구나 사후 분석 도구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조선소에서 필요한 것은 보고서용 디지털 트윈이 아니라, 운영에 개입하는 디지털 트윈이다.   실험실을 넘어 실전으로 : 디지털 트윈·피지컬 AI 작동의 3 대 전제 조건 조선소에서 디지털 트윈과 피지컬 AI를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세 가지 기반이 필요하다. 첫째는 의미가 부여된 데이터, 즉 온톨로지 기반 SSOT(single source of truth)다. 둘째는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피지컬 AI를 통합 운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구조다. 셋째는 설계에서 현장까지 끊기지 않는 엔드 투 엔드 데이터 파이프라인이다. 이 세 가지는 실험실을 벗어난 실전에서 디지털 트윈과 피지컬 AI를 작동시키는 전제 조건이다. 먼저 엔드 투 엔드 데이터 파이프라인은 조선소 DX(디지털 전환)의 오래된 숙제다. 설계에서 생성된 데이터와 도면이 PLM(제품 수명주기 관리), ERP(전사 자원 계획), MES(제조 실행 시스템), IoT, 로봇/피지컬 AI 계층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지 않으면, 현장은 늘 번역 비용과 정보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점대점(point-topoint) 인터페이스가 반복적으로 추가된 구조에서는 데이터는 연결되어도 맥락은 연결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람은 여러 시스템을 번갈아 확인해야 하고, 판단은 결국 개인 경험에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다음 단계는 단순한 인터페이스 증설이 아니라 SSOT의 구현이다. SSOT란 모든 시스템과 구성원이 하나의 기준 데이터를 참조하도록 강제하는 구조이며, 이를 통해 데이터 거버넌스를 확보하고 번역 비용과 오류를 줄이려는 개념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업계가 알고 있던 정답이었음에도 SSOT의 실제 구현은 쉽지 않았다. 이유는 데이터가 흩어져 있어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미 체계 위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단순 연결만으로는 하나의 진실 체계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온톨로지 : SSOT를 현실화하는 데이터 구조 여기서 제시하는 해법은 온톨로지(ontology)다. 온톨로지는 제조 데이터를 객체(entities), 속성(properties), 관계 (relations), 행위(behaviors)의 체계로 재구성하여, 데이터에 의미와 맥락을 부여하는 지식 표현 구조다. 조선소의 설비, 블록, 자재, 공정, 작업자, 일정, 비용, 품질 사건 등을 각각 독립 데이터가 아니라 서로 연관된 객체 네트워크로 표현하면, AI는 단순한 값의 나열이 아니라 맥락화된 상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와 테이블 중심 구조는 각 시스템 내부의 업무 처리를 위해서는 유효했지만, 전사 차원의 맥락적 추론에는 한계가 컸다. PLM, ERP, MES, 설비 시스템, 현장 센서 데이터가 각각 의미 체계를 달리한 채 존재하는 상황에서, AI가 이를 기반으로 판단하도록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반면 온톨로지 기반 구조에서는 데이터의 의미와 상호작용이 명시적으로 정의되므로, AI 에이전트가 ‘무엇이 어떤 것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한 상태에서 추론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디지털 신경망의 핵심’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조선소 관점에서 온톨로지의 가치는 특히 설계 변경 영향 분석, 공정 지연 파급 분석, 원가 및 납기 영향 예측, 작업 우선순위 결정에서 크게 드러난다. 기존에는 설계 변경이 발생하면 여러 시스템을 뒤지고 관련 부서에 확인을 요청해야 했다. 하지만, 온톨로지 기반 디지털 트윈에서는 도면–자재–공정–원가–납기의 연결 구조를 통해 영향을 입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 통합 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구조를 데이터 위에 구현하는 접근이다.     전사 오케스트레이션과 단일 관리 화면 향후 조선소 정보 시스템의 핵심 과제는 ‘데이터 연결’에서 ‘의사 결정의 연결’로 이동해야 한다. 과거 EAI(enterprise application integration : 기업 애플리케이션 통합) 기반의 점대점 연동이 시스템을 이어붙이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 필요한 것은 각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상태를 하나의 의미 체계 위에 올리고, 이를 전사적 지휘소처럼 활용하는 구조다. 전사 오케스트레이션의 빅픽처는 CAD, PLM, DM, ERP, MES 등 각 계층의 데이터를 온톨로지 레이어 위에서 통합하고, AI가 이를 활용해 전사적 지휘소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구조가 완성되면 사용자 경험도 근본적으로 바뀐다. 지금까지는 담당자가 여러 모니터와 다수의 업무 화면을 동시에 열어 놓고 일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온톨로지 기반 SSOT가 확 보되면, 이질적 시스템의 데이터를 단일 창에서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의사결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른바 ‘단일 관리 화면(single pane of glass)’이다. 이는 단순히 화면을 예쁘게 통합 한다는 뜻이 아니라, 데이터의 기반 의미 체계를 먼저 통합한 후 그 위에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재구성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기존 시스템의 역할도 재정의된다. ERP나 PLM 같은 시스템은 기업의 장기적 프로세스와 기록을 책임지는 SoR(system of record)로 남고, 그 위에서 사용자 중심의 신속한 판단·실행 화면은 SoE(system of engagement), 더 나아가 SoI(system of intelligence)로 구성될 수 있다. 이 구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통적 코어 시스템을 모두 대체하려는 접근이 아니라, 그 위에 의미·판단·오케스트레이션 계층을 덧입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피지컬 AI와 조선소 현장의 실행 계층 조선소는 자동차 공장과 달리 비정형 야외 작업이 많고 작업 대상의 형상과 위치, 환경 조건, 돌발 변수의 편차가 크다. 이런 이유로 조선소는 오랫동안 ‘로봇 자동화가 어려운 현장’으로 인식되어 왔다. 반복 정밀 작업에 최적화된 기존 로봇 자동화 방식으로는 조선소의 다양한 변동성을 다루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전, 센서, AI 추론, 자율 이동 기술의 발전은 상황을 바꾸고 있다. 이제 조선소에서도 AMR, 협동로봇, AI 기반 인식 장치 등의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현실 세계를 조작하는 근육’으로 표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피지컬 AI를 개별 장비 도입 차원에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피지컬 AI의 성패는 로봇 한 대의 성능이 아니라, 그것이 전체 공정 최적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피지컬 AI 자체보다 피지컬 AI의 오케스트레이션이 더 중요하다. 특정 작업 셀에서의 자동화 성과만으로는 조선소 전체 성과를 담보할 수 없다. 예컨대 용접 지연이 감지되었을 때 AI 에이전트가 후행 공정 파급효과를 시뮬레이션하고 작업자 동선 재배치, AGV/AMR 이동 경로 수정, 자재 우선순위 변경을 동시에 판단·지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피지컬 AI는 개별 실행 장치이고, 디지털 트윈은 전역 상황판이며, 온톨로지와 AI는 그 둘을 연결하는 지능 계층이 된다.   구현 방법론의 변화 : 시스템 통합에서 의사결정 구조 설계로 이러한 전환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스템 구축 방법론 자체의 변화를 요구한다. 전통적인 SI 프로젝트에서는 시스템 간 인터페이스 정의와 데이터 연계 설계가 핵심 과업이었다. 어떤 데이터를 어느 시점에 어떤 형식으로 보낼지 정의하는 일이 프로젝트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온톨로지 기반 전사 오케스트레이션 구조에서는 역할의 무게중심이 달라진다. 핵심 과제는 더 이상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만 있지 않고, ‘어떤 의미 체계 위에서 어떤 판단과 행동 흐름을 설계할 것인가’로 이동한다. 즉 앞으로의 컨설턴트와 개발자는 인터페이스 기술자에 머무를 수 없다. 전사적 온톨로지를 설계하고, 업무 판단의 흐름을 모델링하고, AI 에이전트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행위를 추천·수행할지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 구현이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디지털 구조로 전환하는 일이다. 이를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연결하는 역할’이라고 표현한 것은 매우 정확하다. 동시에 생성형 AI와 AI FDE와 같은 도구의 등장은 이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 수개월이 걸리던 화면 설계, 워크플로 구성, 에이전트 개발, 테스트가 훨씬 짧은 주기로 가능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람은 비즈니스 로직, 전략적 아키텍처, 데이터 의미 체계 설계에 더 집중하고, AI는 구현과 반복 업무를 더 많이 담당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재편되고 있다.   맺음말 : 조선소 디지털 트윈의 본질은 ‘살아 있는 운영 구조’다 조선소의 디지털 트윈과 피지컬 AI를 이야기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를 각각의 개별 설루션이나 유행 기술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조선소에서 필요한 것은 3D 모델 몇 개, 로봇 몇 대, 대시보드 몇 장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설계에서 생산, 물류, 원가, 납기, 현장 실행까지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되고, 그 위에서 AI가 의미를 이해하고 판단하며, 현실로 다시 액션을 피드백시키는 살아 있는 운영 구조다. 그 핵심은 온톨로지 기반 SSOT, 전사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디지털 트윈–피지컬 AI의 양방향 피드백 루프에 있다. 조선소는 원래부터 복잡했고, 그 복잡성을 사람의 헌신과 경험으로 버텨 왔다. 이제 그 복잡성을 시스템이 이해하도록 만들고, AI가 함께 일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조선소는 단순히 디지털화된 현장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조정하는 지능형 자율 운영 시스템으로 진화할 수 있다. 이것은 특정 기업의 기술 도입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조선업의 생존 전략일 뿐 아니라, 향후 제조 DX 전반이 나아갈 하나의 방향이기도 하다. 조선소는 제조업의 극단적인 복잡성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공간이며,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른 산업에도 강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소의 디지털 트윈과 피지컬 AI 구현은 단지 조선의 미래가 아니라, 제조업의 다음 표준을 시험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이태진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그룹 CIO·CDO     ■ 기사 내용은 PDF로도 제공됩니다.
작성일 : 2026-06-04
[칼럼] 기업의 경쟁력은 데이터가 아니라 컨텍스트다
트렌드에서 얻은 것 No. 31   왜 같은 AI를 써도 어떤 회사는 성장하고, 어떤 회사는 멈추는가. 2026년의 제조업 현장은 분명 몇 년 전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생성형 AI는 일부 혁신 기업이나 IT 조직의 실험 도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 제조기업까지도 챗GPT(ChatGPT), 코파일럿(Copilot), AI 에이전트, 디지털 트윈, 예측 분석 시스템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회의실에서는 “우리도 AI를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들려왔다. 생산 기술 부서, 품질 부서, 구매 부서, 설계 부서, 심지어 경영 기획 부서까지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비슷한 AI 모델을 사용했고, 비슷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했으며, 비슷한 설루션 공급사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어떤 기업은 AI 도입 이후 생산성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고,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으며, 업무 방식 자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반면 어떤 기업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일럿 프로젝트 수준에서 멈춰 있었다. AI 도입은 했지만 실제 업무 현장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를 데이터의 양에서 찾았다. “우리는 데이터가 부족해서 그렇다.”, “데이터 품질이 좋지 않아서 AI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데이터 표준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였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AI에게 데이터는 연료와도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PLM, MES, ERP, APS 구축 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필자는 조금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문제는 데이터의 양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데이터를 연결하는 맥락, 즉 컨텍스트(context)의 부재였다. 제조기업의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데이터는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제품 구조를 관리하는 BOM 데이터가 있었고, 생산 현장의 공정 데이터가 있었다. 설비의 가동 이력과 품질 검사 결과가 축적되어 있었고, 구매 이력과 공급망 정보, 고객 VOC 데이터까지 시스템 곳곳에 저장되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미 충분한 데이터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이 던져지는 순간, 조직은 의외로 쉽게 침묵했다. “왜 특정 부품은 항상 일정이 지연되는가?” “왜 같은 설비를 사용하면서도 공장마다 생산성이 다른가?” “왜 특정 품질 이슈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가?” “왜 생산 계획은 매번 수정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데이터를 바로 보여주는 조직은 많았다. 그러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인을 설명하는 조직은 많지 않았다. 숫자는 있었지만 흐름은 없었다. 기록은 있었지만 연결은 없었다. 정보는 있었지만 이야기로 설명되지는 못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필자는 제조업의 AI 전략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질문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가 아니었다. 데이터를 얼마나 잘 연결하고, 조직의 경험과 판단을 얼마나 구조화했는가가 더 중요했다. AI는 흔히 ‘정답을 만들어주는 기술’처럼 이야기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경험한 AI의 본질은 조금 달랐다. AI는 없는 지혜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조직 내부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흩어져 있던 경험과 패턴, 그리고 암묵지를 빠르게 연결하고 증폭시키는 기술에 가까웠다. 예를 들어보자. 한 제조기업의 생산기술팀에는 20년 경력을 가진 베테랑 엔지니어가 있었다. 그는 생산 라인을 한 번 둘러보기만 해도 어느 공정에서 병목이 발생할지, 어떤 부품에서 문제가 생길지 직감적으로 예측했다. 후배들은 그를 ‘걸어 다니는 공장’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가 퇴직을 준비하면서 조직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왜냐면 그의 판단 기준이 시스템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알고 있던 것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었다. 그는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는 설비의 미세한 진동과 생산 일정, 특정 협력사의 부품 편차, 특정 계절의 온도 변화, 그리고 작업자 숙련도 사이의 관계를 머릿속에서 연결하고 있었다. 바로 이것이 컨텍스트였다. 그리고 AI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이 컨텍스트를 학습하고 증폭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ERP는 숫자를 저장했고, MES는 생산 실적을 저장했으며, PLM은 제품 정보를 저장했다. APS는 계획을 계산했고, BI는 결과를 시각화했다. 시스템은 많아졌지만 정작 시스템 사이의 판단 흐름은 연결되지 않았다. 그 결과, AI를 도입해도 조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왜냐면 AI는 데이터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속에 숨겨진 맥락을 이해해야 비로소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제조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데이터 레이크(data lake)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선도 기업들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보다 데이터를 연결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제품 개발 단계의 설계 의도와 생산 현장의 공정 데이터가 연결되기 시작했고, 품질 이슈와 공급망 리스크가 하나의 흐름으로 분석되기 시작했다. 고객 클레임 정보와 설계 변경 이력이 동시에 분석되기 시작했다. 단순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흐름’을 디지털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Decision Context Base’라고 부르고 싶다. 앞으로 제조기업의 핵심 자산은 단순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조직의 판단 기준이 축적된 컨텍스트 베이스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 번 필자가 수년 동안 연구하고 현장에서 활용해 온 콘셉트맵의 가치가 떠올랐다. 처음 콘셉트맵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단순한 시각화 도구라고 생각했다. 복잡한 내용을 한 장으로 정리하는 그림 정도로 이해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수백 개의 콘셉트맵을 만들면서 필자는 조금 더 본질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조직은 정보를 몰라서 멈추는 것이 아니었다. 조직은 흐름을 보지 못해서 멈췄다. 콘셉트맵은 데이터를 예쁘게 정리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정보와 정보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고, 판단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며, 조직이 왜 이런 결정을 내리는지를 구조화하는 도구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것은 AI 시대가 될수록 더 중요해졌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조직의 맥락이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AI는 더 빠르게 혼란을 확대할 뿐이었다. 반대로 조직의 컨텍스트가 구조화되어 있다면 AI는 놀라운 속도로 조직의 역량을 증폭시켰다. 이제 제조기업은 더 이상 “우리도 AI를 도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AI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 인프라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이제는 조금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조직의 판단 기준은 시스템에 남아 있는가?” “우리 조직의 암묵지는 데이터로 연결되어 있는가?” “우리 조직의 경험은 AI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구조화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기업만이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 AI 시대의 승자는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진 회사가 아니었다. 자신만의 컨텍스트를 가장 잘 구조화한 회사였다.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 제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는 단순히 코드를 잘 작성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복잡한 조직의 흐름을 한 장으로 설명하고, 사람의 판단을 시스템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어낼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그 역할의 이름을 이렇게 부르고 싶었다. 컨텍스트 디자이너(context designer). 그리고 필자는, 제조업의 미래는 바로 그 순간부터 다시 시작된다고 믿게 되었다.   ■ 류용효 디원의 상무이며 페이스북 그룹 ‘컨셉맵연구소’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현업의 관점으로 컨설팅, 디자인 싱킹으로 기업 프로세스를 정리하는데 도움을 주며, 1장의 빅 사이즈로 콘셉트 맵을 만드는데 관심이 많다. (블로그)     ■ 기사 내용은 PDF로도 제공됩니다.
작성일 : 2026-06-04